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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 거대 말벌이 서울을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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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 거대 말벌이 서울을 점령했다?!

2014.05.11 18:00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 ‘천리마 마트’ ‘버프소녀 오오라’로 유명한 웹툰 작가 김규삼이 최근 신작 ‘하이브’로 인기몰이가 거세다.

 

  하이브는 북극항로 개척으로 얼음 속에 녹아있던 산소가 대기 중으로 대량 분출되고, 그 결과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고생대 때만큼 높아지면서부터 시작된다. 높은 산소 농도 때문에 오늘날 살고 있는 작은 곤충과 절지동물이 고생대 당시만큼 급격하게 커져버린 것이다. 거대 말벌의 습격으로 기절했던 주인공 이은석 과장은 이미 곤충에게 함락된 서울 한 복판에서 깨어난다.

 

 

산소 분압이 높아지자 거대해진 곤충들이 서울을 점령한다. - 웹툰
산소 분압이 높아지자 거대해진 곤충들이 서울을 점령한다. - 웹툰 '하이브' 캡처 제공

 

● 고생대의 지배자, 거대 곤충


  만화 초반에 나온 설정처럼 거대 곤충이 존재하기 위해선 높은 산소가 필수다. 산소 농도가 갑자기 높아진다고 해서 몇 년 사이(만화 속 설정은 2년)에 작은 곤충이 과연 그토록 거대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거대한 곤충이 살기 위해서는 높은 농도의 산소가 꼭 필요하다.

 

  그 이유는 곤충의 몸 구조가 척추동물만큼 다양하게 분화돼있지 않기 때문. 인간을 비롯해 거대 척추동물이라 할 수 있는 코끼리, 고래 등은 모두 모세혈관을 통해 조직 구석구석으로 산소를 전달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그에 반해 곤충은 ‘확산’에 의존해 체내 조직 구석구석으로 산소를 전달한다. 확산이 농도 차이에 의존하는 방법인 만큼 대기의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몸 속 깊은 곳까지 산소를 전달하기가 어려워진다.

 

  산소 농도가 35%에 이르던 고생대에서 살던 거대 곤충들이 오늘날 멸종한 까닭도 산소 농도가 18%까지 낮아져 거대한 몸에 산소 공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몸길이 2m가 넘는 절지동물, 날개길이가 70cm에 이르는 거대잠자리 등은 고생대 말 페름기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모두 멸종했다.

 


주인공 이은석 과장은 2m가 넘는 거대 말벌로부터 습격을 받는다. - 웹툰
주인공 이은석 과장은 2m가 넘는 거대 말벌로부터 습격을 받는다. - 웹툰 '하이브' 캡처 제공

● 산소 농도 높였더니 잠자리가 15% 더 커진다

 

  그런데 만화에서처럼, 오늘날의 평범한 곤충이 갑자기 산소 농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커질 수 있을까.

 

  2010년 11월 미국 지질학 연차회의에서는 실제로 산소농도를 높인 환경에서 곤충을 키운 결과가 발표됐다. 30%의 농도에서 키운 잠자리의 길이는 평균대비 15% 이상 더 크게 자랐다. 몸길이가 평균 9cm였던 잠자리가 10cm가 넘게 자란 것이다. 반면 바퀴벌레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산소 농도를 지금보다 더 낮추자 바퀴벌레와 잠자리 모두 크기가 줄어들었다. 산소 농도가 낮아져 확산을 통해 몸 속 곳곳으로 산소를 보낼 수 없게 되자 크기가 작아진 것이다.

 

그러나 산소 농도가 높았을 때 잠자리와 바퀴벌레가 왜 다른 성장 결과를 보이는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재보다 높은 산소 농도가 계속 유지될 경우 만화에서처럼 2m가 넘는 말벌들이 나타날 수 있을까.

 

  현재까지의 과학으로 추론해볼 수 있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작은 말벌의 몸 구조 비율 그대로 2m의 덩치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이다. 존 타일러 보너의 ‘크기의 과학’은 크기가 개체의 진화와 생체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찰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덩치가 더 커질수록 지탱하는 기관(예를 들어 다리)의 굵기는 더 큰 비율로 굵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가느다란 다리로 빠르게 뛰어다니는 톰슨가젤이 코끼리만한 덩치가 될 경우 다리 역시 코끼리 다리만큼 굵어져야 한다는 예를 든다.

 

  같은 원리로 현실의 작은 말벌이 만화 속 2m 크기 말벌이 되려면 부피는 3제곱으로 증가할 것이고, 이렇게 크고 무거워진 말벌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더 두꺼운 날개, 더 강한 날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어쩌면 부르르 떠는 형태의 비행 방식으로는 더 이상 날 수 없을지 모른다. 오늘날 아주 작은 벌새 정도만 비슷한 방식으로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과학적인 사실들을 바탕으로 2m까지 거대해진 말벌을 상상해 보자. 더 굵고 단단해진 다리로 땅을 짚으며 달리고, 알바트로스보다 크고 두꺼운 날개로 홰를 치며 나는 말벌을 말이다. 어째 하이브가 더 으스스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기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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