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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선 없어도 고속열차 '쌩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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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선 없어도 고속열차 '쌩쌩'

2014.05.21 18:00
차세대 고속열차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가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아 움직이고 있다. 선로 중앙에 깔린 검은색 장치들이 자기장을 만드는 급전장치다.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급전인버터 온(on)!”

 

  한 연구원이 무전기에 대고 외치자 고속열차 '해무'에서 ‘위잉’ 하는 기계음이 들렸다. 순간 철길 옆에 놓인 모니터에 2840이라는 숫자가 떴다. 열차가 움직이기 위한 최소 출력전압인 2800볼트(V)를 넘어선 것이다. 연구원이 다시 "주회로 차단기 온!"을 외치자 엔진 소리가 더 커졌다. 선로에서 발생한 자기장을 열차가 받아들여 전력 공급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리적인 접촉 없이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해 고속열차를 움직이는 기술이 20일 경기도 의왕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내 시험선로에서 공개됐다.

 

  이 기술은 도체에 전류가 흐르면 주변에 자기장이 형성된다는 원리를 열차 전력 공급에 적용한 것이다. 선로를 따라 길게 설치된 무선급전장치에서 생성된 60킬로헤르츠(kHz)의 고주파 자기장이 열차 바닥에 붙어있는 집전모듈로 넘어오면 기전력이 생성돼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 시연에서 철도연은 집전모듈 4개가 부착된 선두차량이 나머지 5량을 이끌고 120m 정도 움직이는 모습을 선보였다. 모듈을 통해 집전된 전력은 1메가와트(MW). 지난해 6월 같은 기술로 트램을 움직였을 때보다 용량을 5배가량 늘렸다.

 

  이준호 첨단추진무선급전시스템연구단 박사는 “1MW는 대형버스 10대를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라며 “열차에 집전모듈을 더 많이 붙여 8MW까지 용량을 늘릴 경우 KTX 같은 고속열차를 시속 300km로 달리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선 급전의 가장 큰 장점은 선로를 따라 공중에 길게 뻗어있는 전차선을 없앨 수 있다는 것. 사람이나 새에게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최근 지하철 4호선 금정역에서 발생한 열차 폭발사고 역시 열차 천장에 장착돼 있던 전기절연장치가 폭발한 데 따른 사고였다.

 

  또 전차선 설비가 사라지면 이와 관련된 유지 보수·교체가 불필요하고 터널 단면적도 그만큼 낮출 수 있어 비용 절약도 가능하다는 게 철도연의 설명이다.

 

  시연 현장에서는 선로 위에 어린이들이 올라가면 감전될 위험이 있지 않냐는 질문도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이수길 철도연 박사는 “열차가 지나갈 때만 자기장과 집전모듈이 반응해 전력이 생성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감전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급전장치가 깔린 선로를 구축하는 비용이 일반 선로 건설비용보다 km당 10억 원 더 비싼 25억 원이란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또 3cm에 불과한 선로 급전장치와 차량 집전모듈 간 간격을 더 벌리는 연구도 추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김기환 철도연 원장은 “화물열차는 지금까지 컨테이너 상하역을 위해 공기오염 문제에도 불구하고 디젤화물열차를 이용했지만 무선전력전송기술을 적용한 전기화물열차로 이를 대체할 수 있다”며 “아직 미숙한 부분을 최대한 빨리 보완해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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