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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차단해 온난화 막는 세계 첫 ‘기후조작’ 시험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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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차단해 온난화 막는 세계 첫 ‘기후조작’ 시험 제동

2021.04.06 04:00
스웨덴 성층권에 에어로졸 뿌려 햇빛 차단 실험 환경단체 반발로 중단...해양 산성화 우려도 제기
SSC 제공
스웨덴우주국이 운영하는 이스레인지우주센터에는 대형 기구 발사 시설이 갖춰져 있다. 사진은 2005년 이스레인지우주센터에서 우주 관측 망원경 블라스트(BLAST)를 대형 기구에 연결해 발사하는 장면. SSC 제공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뿌려 태양 빛을 일정 수준 차단하면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까.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지구공학 기술 개발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스웨덴우주국은 지난 1일(현지시간) 성층권에 기구를 띄워 에어로졸을 분사하려던 시험 비행이 환경 단체의 거센 반발로 결국 취소됐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대 연구진도 5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구공학 기술이 생태계의 종 다양성 감소 등 재앙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몇년 전부터 과학계에서는 햇빛을 가리거나 반사시키는 등 햇빛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지구 온도를 떨어뜨리는 다양한 공학적 방법이 나오고 있다. 이런 기술을 통칭해 지구공학(geoengineering) 또는 기후공학(climate engineering)이라고 부른다.  


우선 햇빛을 반사하는 기술이 있다. 대형 펌프로 하늘에 바닷물을 뿌려 구름을 만들면 구름이 햇빛을 반사해 지구로 유입되는 태양 빛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우주에 거대한 반사판을 설치해 햇빛을 아예 우주로 반사한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또 건물 지붕을 흰색으로 칠해 햇빛 반사율을 높일 수도 있다. 


햇빛을 차단하는 물질을 대기 중에 뿌리는 방법도 있다.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분사하면 에어로졸이 태양 빛의 입사를 막아 지표면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이 줄어드는 원리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당시 화산에서 분출한 아황산가스가 성층권에 올라가 햇빛을 차단하는 에어로졸 역할을 했고, 그 영향으로 당시 지구 평균온도가 0.5도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에서 착안했다. 

 

미 하버드대 제공
미 하버드대가 진행 중인 ‘스코펙스(SCoPEx·성층권통제섭동실험)’ 프로젝트의 원리를 설명하는 개념도. 탄산칼슘 입자가 담긴 곤돌라를 기구에 실어 성층권에 올려 보낸 뒤 분사해 햇빛 차단 효과를 확인한다. 하버드대 제공

지구공학 기술 연구에서 가장 앞선 곳은 미국 하버드대다. 프랭크 코이치 하버드대 기계응용공학부 겸 화학및화학공학부 교수는 대형 기구에 탄산칼슘 입자 600kg을 싣고 지상 20km 성층권에 올라가 100g부터 2kg까지 살포하며 화산재가 햇빛을 차단하듯 에어로졸이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를 직접 실험하는 ‘스코펙스(SCoPEx·성층권통제섭동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4년 논문을 통해 아이디어가 처음 공개됐고, 2018년 본격적으로 비행 시험을 추진하면서 세계 최초로 햇빛을 차단하는 지구공학 기술 시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지지를 얻으며 더욱 유명해졌다. 


연구팀은 올해 6월 스웨덴우주국이 운영하는 스웨덴 북쪽 이스레인지우주센터에서 기구에 에어로졸을 싣고 올려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 스웨덴우주국은 스웨덴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 등의 반대로 비행 시험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스코펙스 자문위원회도 별도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며 “스웨덴이 해당 비행 시험에 대해 최종 권고할 때까지 비행 시험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스코펙스 프로젝트 연구진이자 지구공학 연구로 유명한 데이비드 키스 하버드대 기계응용공학부 겸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스웨덴에서 기구를 띄우지 못하면 미국에서 시도할 수도 있다”면서도 “내년까지는 일단 비행 시험을 중단하고 스웨덴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생태학자들도 지구공학 기술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뉴욕대 연구진은 현재의 기후 모델을 근거로 하는 태양 빛 차단 시험과 같은 지구공학 기술이 지구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PNAS’ 5일자에 지적했다. 


연구진은 “에어로졸을 이용한 햇빛 차단 기술의 경우 에어로졸에 의한 냉각 효과가 균일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강우와 지표 자외선 복사가 바뀌고, 산성비의 증가를 초래해 해양 산성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또 “햇빛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지구공학 기술이 기후변화를 해결할 특효약은 아니다”라며 “이 연구가 기후학자와 생태학자 사이의 협력과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NASEM 제공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NASEM)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지구공학 연구의 필요성을 정리해 발표한 보고서 표지(왼쪽). 오른쪽은 16~25km 성층권에서 에어로졸 분사, 6~13km 고도에서 구름 형성 시험, 바다 위 구름 형성 시험 등 보고서에서 제시한 3가지 지구공학 기술을 나타낸 일러스트. NASEM 제공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구공학 기술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NASEM)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5년간 지구공학 연구에 2억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태양을 이용하는 지구공학의 가치를 집중적으로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구공학 기술은 향후 기후변화에 대응할 정책 자료로 활용돼야 하는 만큼 기술 자체뿐 아니라 기술이 미칠 영향, 사회적 합의 등에 대한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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