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기자의 눈]균형감각 상실한 과기계 인사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4년 06월 22일 15:36 프린트하기

 

전승민기자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전승민기자

  “이번에 서울대 총장이 새로 결정됐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영남대 인맥이 두터워 선출됐다고 하더라. 새로 출범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후보 중 한 사람도 영남대 총장 출신이다.”

 

  “최근 과학계 요직을 살펴보면 경기고-서울대를 졸업한 속칭 ‘KS’ 인사들이 장악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미래전략 수석, 신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를 봐도 알 수 있다. 장관과 이사장을 삼성 출신 인사들로 연결해 산업 연계를 강조하겠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과학계 인사들을 만나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통합연구회) 출범을 앞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오간다. 대부분이 새 이사장에 대한 하마평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설립위원회는 13일 초대 이사장 후보 3배수를 손욱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기술경영솔루션센터장, 한민구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이상천 전 영남대 총장으로 압축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학계, 경제·과기계 단체 등 43개 기관(단체)에서 추천을 받은 15명 가운데 심사를 거쳐 최종 3배수 명단에 포함된 쟁쟁한 인물들이다.

 

  이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런 하마평이 이해가 간다. 손욱 센터장과 한민구 교수는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온 ‘KS’출신. 이상천 전 총장은 요즘 각광받는 ‘영남대’에서 교수와 총장을 지냈다. 

 

  특히 이 전 총장은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는데, 기관에서 접대비를 불법 조성한 사실이 불거지자 임기를 한 달 남겨놓고 자진 중도 사퇴했다.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했던 인물이 출연연 상위 기관장의 최종 3배수 후보로까지 오른 일을 두고 최근 대덕연구단지 내에선 ‘윗선의 강한 의지’라는 소문과 함께 ‘내정설’도 불거지고 있다. 출연연 내부에서조차 KS 출신이나 영남 인맥이 좋은 인물이 중요 보직을 맡게 될 거라는 예측도 흘러나온다.

 

  이런 ‘라인 인사’에 묻혀 간과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사실상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이끄는 미래부 장관과 통합연구회 이사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순수 과학기술 출신 인사들이 완전히 배제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차기 미래부 장관에 내정된 최양희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40여 년 동안 한국전기통신연구소(현 ETRI)와 미국 IBM 왓슨연구소, 프랑스 CNET연구소 등에 몸 담아온 ICT 전문가다. 대단한 이력이지만 그의 이력서 내에 기초과학과의 연관성을 찾긴 어렵다.

 

  신임 이사장 후보 3인도 마찬가지다. 손욱 센터장은 삼성종합기술원의 수준을 세계적으로 높였던 실력파다. 하지만 그만큼 순수 기초과학, 대규모 연구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에 대한 혜안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상천 전 총장도 기계공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 한민구 교수도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자연과학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이력도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십 수년 째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기초과학에서 얻은 연구성과를 토대로 산업기술의 발전을 이끌겠다는, 대다수 선진국들이 기본 정책으로 삼고 있는, 과학기술 정책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단시일의 돈벌이가 아니라 과학과 산업기술의 균형과 발전을 고려해 나라의 100년 대계를 걱정한다면, 적어도 장관과 이사장,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과학 냄새가 더 많이 나는 전문가를 고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노력의 흔적은 현 정부에도, 자신들의 리더를 추천하고 여론을 조성해야 할 현장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에는 동의하지만 ‘산업화 실적’을 높이겠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과학과 기술에 대한 균형은 간과하고 있다. 깨어진 균형 감각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인사인 셈이다.

 

  여기에 ‘서울대 출신이면 된다’ ‘영남 출신이 선출되면 일단 안심이다’며 줄설 곳을 계산하는 현장의 일부 과학자들도 스스로 목을 조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과학과 산업기술의 균형이 깨진다면 대한민국이 선진 과학강국으로 뻗어나갈 길 역시 사라진다는 당연한 논리를 우리 모두 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4년 06월 22일 15:36 프린트하기

 

태그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14 + 7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