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네안데르탈인은 언제 사라졌을까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4년 09월 22일 18:00 프린트하기

지식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특정한 지식이 창출되거나 반박되었음이 즉시 알려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지식은 우리가 입수하는 정보에 좌우된다.
- 새뮤얼 아브스만, ‘지식의 반감기’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오류 논란은 지금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제3자인 필자도 이러니 피해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세계지리 8번 문제로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설명 가운데 옳은 것을 찾는 것인데, 세 번째 항목인 ‘EU는 나프타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가 말썽이 됐다.

 

 

2014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제.  - 동아일보 DB 제공
2014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제.  - 동아일보 DB 제공

답은 ‘옳음’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2012년에 상황이 역전돼 나프타가 더 컸던 것. 교과서에 있는 예전 데이터만 알고 있던 학생들은 답을 맞춘 반면 정보력이 뛰어나 최신 데이터까지 섭렵하고 있던 학생들은 낭패를 봤다. 당연히 항의가 쇄도했지만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8번 문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결국 학생 59명이 정답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에 호소했지만 법원 역시 ‘출제에 오류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과서를 충실히 공부한 평균의 수험생은 나프타가 EU보다 총생산이 많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제통화기금의 통계자료는 평균 수준의 수험생들이 쉽게 알기 어렵다”며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신문, 방송을 통해 이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둘 다 정답으로 처리할 거라고 생각했던 필자는 하향평준화를 ‘지향’하는 두 기관의 연이은 판단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교과서를 매년 업데이트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문제를 내는 전문가들이 최신 자료를 검토해 말썽의 소지가 있는 문제를 걸러내야 했던 것 아닐까.

 

●45년이면 의학 지식 절반 도태돼

 

당사자가 아닌 필자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과학카페 소재로 과학지식의 업데이트나 심지어 전복을 즐겨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최신 과학 지식은 수치로 나오는 무역 통계의 자료처럼 확정된 게 아니라 새로운 ‘가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류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아무튼 수능 문제를 내는 사람들은 늘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7년 수능에 ‘태양계 행성은 9개다’라는 항목이 나왔는데 이를 ‘옳음’으로 처리했다면(교과서에 그렇게 나와 있다는 논리로) 난리가 났을 것이다(2006년 8월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되면서 태양계 행성은 8개가 됐다).

 

지난 주말 신문 북섹션에 ‘지식의 반감기’라는 책이 소개됐다. 반감기란 동위원소의 절반이 붕괴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이 책의 저자인 새뮤얼 아브스만은 응용수학자로 우리가 신뢰하고 있는 지식 역시 시간이 지나면 상당수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기 마련으로 그 패턴이 동위원소의 붕괴과정과 비슷해 이런 표현(원제는 The Half-life of Facts)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버드대 정량사회과학연구소의 응용수학자인 새뮤얼 아브스만의 저서 ‘지식의 반감기’가 최근 번역됐다. 아브스만은 이 책에서 지식의 다이내믹한 본성을 고찰하고 있다. - 책읽는수요일 제공
하버드대 정량사회과학연구소의 응용수학자인 새뮤얼 아브스만의 저서 ‘지식의 반감기’가 최근 번역됐다. 아브스만은 이 책에서 지식의 다이내믹한 본성을 고찰하고 있다. - 책읽는수요일 제공

책을 보면 의학지식의 붕괴 과정에 대한 예가 나오는데, 한 호주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외과 분야의 지식의 절반이 무효화되는데 45년이 걸린다고 한다.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기준이 되는 의학지식조차 약 50년 뒤에는 절반이 틀리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결론이 난다고 생각하면 진땀이 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2014년 수능 문제처럼 전문가들이 최신 지식을 업데이트하지 않는 상황이 만연해있다고 한다. 그 결과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1992 한 연구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당시 하버드대 연구자들은 심장마비 치료제인 스트립토키나제의 임상시험 33건을 모두 검토했다. 임상은 1959년 시작돼 1988년 결정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됐다. 그런데 만일 당시 임상연구를 한 사람들이 이전 연구결과들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1973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 임상을 끝낼 수 있었다고. 즉 최근 연구들을 업데이트하는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 엄청난 연구비와 아까운 15년의 세월을 낭비한 것.

 

매주 필자가 열심히 쓰고 있는 과학카페의 글도 수십 년이 지난 뒤 살펴보면 절반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좀 착잡하다. 사실 이런 일은 벌써 일어나고 있어 필자는 수정이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마다 기록을 해 둔다. 2012년부터 매년 에세이들을 모아 책으로 내고 있는데, 재고가 떨어져 인쇄를 할 때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주로 각주를 추가해 업데이트를 하고 가끔은 한두 문단을 더하거나 심지어 두 페이지를 통째로 바꾼 적도 있다. 최신 내용이 나와 있는 걸 뻔히 알면서 낡은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 인쇄되는 걸 지켜보느니 좀 번거롭기는 해도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

 

●화석 시료 오염이 오류의 원인

 

‘지식의 반감기’란 멋진 제목의 책을 읽다보니 문득 지난달 ‘네이처’(8월 21일자)에 실린 한 논문이 생각났다. 탄소14(14C)의 반감기를 이용한 방사선탄소연대측정법을 개선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시기를 추정한 연구결과다. 새로운 결과는 4만 여 년 전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멸종시기인 3만 여 년 전보다 무려 1만 년이나 거슬러 올라간다. 보통 고고학이나 고인류학의 시기는 더 오래된 것으로 결과가 나올수록 좋지만 이 경우는 그 반대다.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공존했던 시기가 가까울수록 대중들은 더 매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방사선탄소연대측정법을 설명한다. 알다시피 안정한 탄소는 탄소12로 탄소원자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대기권에 고에너지의 우주선(cosmic ray)이 들어오면서 생성된 중성자가 질소14와 핵반응을 일으켜 탄소14와 양성자로 바뀐다. 수천 년, 수만 년의 기간으로 보면 이 반응은 거의 일정하게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탄소14는 불안정한 동위원소로 결국 질소14로 붕괴되는데(이때 전자와 반뉴트리노가 나온다) 반감기가 약 5730년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소14는 대기중에서 산소와 반응해 이산화탄소가 되고 식물에 흡수된다. 결국 살아있는 동식물은 대기중의 탄소14 비율을 갖고 있지만 사체가 된 뒤에는 대기와 더 이상 탄소교류를 하지 않으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탄소14의 비율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탄소14의 비율을 측정하면 그 사체가 죽은 시점을 추측할 수 있다. 미국 시카고대의 화학자 윌러드 리비는 1949년 방사선탄소연대측정법을 개발해 196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고고학자인 탐 하이엄 교수는 기존 방사선탄소연대측정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한 방법으로 고인류학의 시대를 바로잡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시기는 4만여 년 전으로 수정돼야 한다. - 네이처 제공
영국 옥스퍼드대의 고고학자인 탐 하이엄 교수는 기존 방사선탄소연대측정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한 방법으로 고인류학의 시대를 바로잡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시기는 4만여 년 전으로 수정돼야 한다. - 네이처 제공

영국 옥스퍼드대의 고고학자 탐 하이엄 교수는 고고학이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방사선탄소연대측정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를 해 왔다. 즉 시료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게 아니기 때문에 미생물이나 유기물질 같은 후대의 탄소함유 물질이 침투할 경우 추정 시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즉 진짜보다 시대가 덜 오래된 것으로 나온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런 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한 순수한 시료로 측정을 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유럽 전역 40곳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시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가장 최근 시기로 밝혀진 시료도 4만여 년(통계적 표현으로는 4만1030~3만9260년)이 한계였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시기를 2만8000여 년 전으로 추정한 2006년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의 결과와는 엄청난 차이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2006년 데이터를 재현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물론 이번 연구결과가 100% 확실한 건 아니겠지만 기존의 방법보다는 훨씬 개선된 방법을 통해 나온 데이터이기 때문에 어차피 남의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필자 같은 사람으로서는 최신 데이터를 기준으로 글을 써야 할 것이다. 혹시나 해서 필자의 글을 검색해보니 심지어 ‘현생인류와 가장 가깝다는 네안데르탈인조차 2만4000년 전에 멸종했는데’라는 문구도 있다(하필 에세이집에도 실린 글인데 뭘 보고 그렇게 썼는지 모르겠다). 다음에 인쇄를 하게 되면 잊지 말고 업데이트를 해야겠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4년 09월 22일 18:00 프린트하기

 

태그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6 + 8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