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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의 문화산책]내 똥배는 정말 밀가루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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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6일 18:00 프린트하기

 

에코리브르 제공
에코리브르 제공

지난주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기자는 불과 3~4개월 만에 몸무게가 4kg이나 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특히 체중은 정상 범위지만 복부지방이 정상을 초과하는 복부비만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이제 나도 아저씨가 되는구나”라며 낙담했다. 몇 달간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하면서 살이 조금 쪘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이어트라도 해야하나 생각을 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받아 놓고 책장에 꽂아 두기만 한 책 한 권이 생각났다. ‘밀가루 똥배’라는 제목이다.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한 다이어트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됐다. 심장병 전문의인 저자가 자신의 임상 경험과 의학계 연구 결과를 모아서 밀이 현대인의 건강에 얼마나 큰 위협인지 고발하는 책이었다.

 

저자는 밀가루가 평범한 사람들의 비만을 유발하는 주범이며, 유전자 조작 밀가루는 정신병과 영양 흡수 장애를 동반하는 셀리악병, 관상동맥 심장병과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책에는 설득력 있는 근거들이 많다. 현대 밀이 다른 어떤 곡물보다 체내 지방 축적을 촉진하는 인슐린 분비량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부터 복부지방이 내분비계 교란을 유발하고, 정신병과 심장병 환자들에게 밀을 제거한 식단을 처방했을 때 회복 효과가 더 커진다는 사실도 담았다.

 

이쯤 읽고 나면 밀가루는 먹어서는 안 되는 불량식품 중의 불량식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는 웬만한 결단을 하지 않고는 밀을 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밀이 가진 중독성 때문이다. 밀의 소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아미노산 결합체가 뇌에 전달돼 환각제처럼 작용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아미노산 결합체에 ‘엑소르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외부에서 기인한 모르핀 유사 화합물이라는 뜻이다.

 

수천 년 이상 인류의 주식으로 사랑받아 온 밀이 왜 이렇게 된 걸까. 저자는 20세기 중반부터 이뤄지기 시작한 유전적 변형이 그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국제 옥수수 및 밀 육종 센터(IMWIC)가 멕시코의 식량 자급을 돕기 위해 1943년부터 생산성을 높인 밀을 육종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까지 수천 가지의 새로운 밀이 탄생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재배되는 ‘왜소종 밀’은 육종으로 유전자 변형 과정을 거듭하면서 단점만 개선한 품종으로, 이를 개발한 노먼 볼로그 박사에게는 노벨 평화상(1970년)까지 수여됐다.

 

저자는 왜소종 밀이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사가 전혀 수행되지 않은 채 세상에 나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식물유전학자들의 확신만으로 안전성 검사 없이 세상에 나온 밀이 결국 오늘날의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럼 뭘 먹으란 말이야?”라고 말하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자신이 환자들에게 직접 처방한 대안 식단을 제안한다. 주식으로는 차라리 밀 대신 육류와 달걀, 생선을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을 권한다. 또 간식은 아몬드와 호두, 피스타치오 등의 견과류와 유제품을 먹으면서 밀가루의 유혹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건강검진 때문에 손에 든 책 한권이 식습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밀가루로 만든 수많은 음식이 내 건강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아직도 피부에 와 닿지 않지만 저자가 일일이 근거를 들어 설명한 것을 보면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내와 함께 식단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기를 먹을 수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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