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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의 문화산책]과학이 겨울을 즐겁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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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6일 18:00 프린트하기

 

겨울시즌 개막을 앞두고 제설작업이 한창인 하이원 리조트 스키장 - 하이원 제공
겨울시즌 개막을 앞두고 제설작업이 한창인 하이원 리조트 스키장 - 하이원 제공

기자는 스키가 취미다. 스키를 굉장히 좋아해서 해마다 겨울을 기다리며 산다. 매년 겨울이면 여러 개의 스키장 시즌권을 사고, 수 m 이상 쌓인 자연설을 헤치며 스키를 타기 위해 해마다 해외 원장도 서슴지 않는다.

 

기자 같은 사람이 하나 둘은 아니다 보니 서로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자주 들락거리는데, 흔히 농담처럼 주고받는 걱정거리 중 하나가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진다는데 이러다 10여년 만 더 지나면 국내에서 스키를 못 타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말은 일리가 있다. 온난화의 영향인지, 실제 기온이 크게 뛰었는지는 과학자들이 연구를 해 봐야겠지만, 해마다 겨울이면 예년보다 더 많이 따뜻해진 것을 피부로 느끼곤 한다.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실제로 지구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날씨는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스키장 개장일은 뒤로 밀리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 앞당겨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자가 처음 스키를 배우던 15년 전 당시에는 11월 말이나 돼야 강원권 스키장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올해 용평리조트는 11월 4일이라는 사상 유례 없는 이른 날짜에 스키장 개장을 하려고 했다. 아쉽게도 이 날은 눈이 부족해 개장을 결국 13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4일에도 스키장까지 찾아온 고객들을 위해 오후에 잠시 슬로프를 열었다.

 

이런 기현상은 사실 점점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 덕분이기도 하다. 스키장에서는 물을 차가운 대기 중으로 흩뿌려 땅에 떨어지는 사이에 얼어붙게 하는 방식으로 인공눈을 만든다. 따라서 인공눈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야 가능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영상 3도만 넘지 않으면 인공눈을 만들 수 있는 신기술을 이용한다. 핵심은 습도인데, 습도가 낮으면 온도가 0도보다 조금 높아도 물을 뿌려 눈을 만들 수 있다. 대신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인공눈 제조기인 제설기에 넣는 물의 온도를 영상 2도까지 낮춰야 한다. 대부분의 스키장에는 제설용 물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냉각탑이 설치돼 있다.

 

발달한 정밀가공기술 덕분에 물 입자를 더 작게 만들어 흩뿌리는 기술도 발달했다. 제설기의 노즐 앞에는 빠르게 회전하는 프로펠러가 붙어 있어 물줄기를 사방으로 흩뿌려 더 빨리 얼어붙게 만들기도 한다.

 

하루라도 스키 타는 날짜를 늘이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몇 해 전 부터는 숫제 냉장고에서 얼음을 얼려 곱게 갈아 슬로프에 뿌리는 ‘제빙기 방식 제설기’를 동원하는 곳도 있다. 국내에선 강원 홍천 대명비발디파크 스키장이 이런 제설기를 갖추고 있는데, 하루 150t 이상의 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제빙기 설치 이후 비발디파크는 10% 정도 영업일수가 늘어났다.

 

미국이나 호주에선 많은 물을 식히기 위해 저수지에 차가운 공기를 인공적으로 불어넣는 ‘버블 냉각방식’도 쓰인다고 한다. 아직 실용화 된 곳은 없지만 ‘과냉각 잉공눈’이란 기술도 존재한다. 깨끗한 물을 극도로 안정된 상태에서 영하보다 낮은 온도로 낮추면 얼음이 얼지 않고 온도만 떨어지는데, 이 물을 대기 중에 흩뿌리면 주변 기온과 상관없이 그대로 눈 꽃같은 얼음이 얼어 떨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개장은 빨리 할 수 있는데, 폐장기간이 앞당겨 지지는 않았을까. 그것도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15년 전에도 드물던 ‘식목일 스키’는 아직까지 가능하다. 스키장 관계자들도 수년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 왔기 때문이다.

 

많은 스키장들은 처음부터 눈의 양을 압도적으로 많게 해 녹는 데 시간이 걸리게 한다. 스키장은 슬로프(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경사길)의 눈 두께를 적게는 50∼60cm, 많게는 100cm 이상 유지한다. 눈이 다 녹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때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키장에선 눈이 충분히 두꺼워도 수시로 인공눈을 뿌린다.

 

본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기온이 영상으로 바뀌는 2월 하순부터인데, 이 때는 다양한 편법이 필요하다. 큰 산은 초보자 슬로프와 표고차가 수 백 m 이상 난다. 이럴 경우 평균기온도 많게는 5도 이상 벌어진다. 일기예보에는 영상으로 나오지만 산 정상에선 영하라서 눈을 만들어 낮은 곳에 있는 스키장에 눈을 뿌릴 수 있는 것이다. 대량의 눈으로 다양한 놀이 시설을 만드는 ‘스노파크’ 등을 허물어 불도저 등으로 슬로프에 다시 깔아 주기도 한다.

 

그래도 점점 짧아지는 겨울은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이것도 해결책이 있다. 이미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은 한 여름에도 스키를 타고 있다. 실내를 거대한 냉장고처럼 만들어 눈을 유지하는 실내 스키장 덕분이다. 이런 스키장은 경사가 낮고 슬로프 길이도 짧아 사실 그리 큰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사철 스키를 탈 수 있는, 훌륭한 시설의 실내 스키장이 점점 더 많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나라 남쪽 지방은 아열대 기후로 바뀔 거라고 한다. 굳건한 우리나라 겨울 스포츠문화로 자리 잡은 스키와 스노보드는 과연 우리나라가 열대기후로 바뀐다고 해도 계속될 수 있을까. 아니 꼭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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