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오메가3’ 먹어야 하는 이유 있다

통합검색

‘오메가3’ 먹어야 하는 이유 있다

2013.04.25 13:28
[강석기의 과학카페 117] 음식의 호르몬 역할 주목

“우리가 바라는 확신을 주는 이론에 기초한 고정관념을 마음에 담아두느니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는 게 더 낫다.”
- 클로드 베르나르, ‘실험의학연구개론’(1865)

지난해 12월 13일자 ‘네이처’의 ‘세계관(world view)’이란 칼럼란에 재미있는 글이 실렸다. 과학기자를 하다가 지금은 과학저술가로 활약하고 있는 게리 토브스가 쓴 것인데 ‘비만은 물리학이 아닌 생리학으로 봐야 한다(Treat obesity as physiology, not physics)’는 알쏭달쏭한 제목이다. 토브스는 이 글 앞에 인용한 19세기 프랑스 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의 말로 칼럼을 시작한다.

토브스는 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이 비만을 호르몬이나 조절계의 이상 때문에 생기는 문제로 생각했다고 소개한다. 저명한 독일의 의학자 구스타프 폰 베르그만이 20세기 초에 내놓은 가정이었다는 것. 그런데 1,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과학계의 공용어가 독일어에서 영어로 바뀌면서 비만의 호르몬 가설은 사라지고, 미국 미시건대 루이스 뉴버그 교수의 가설이 득세했다고 한다.

즉 비만은 섭취한 칼로리가 몸이 필요로 하는 칼로리보다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뉴버그는 “모든 비만인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공유하는 측면은 글자 그대로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즉 과식으로 에너지 균형이 깨진 결과가 비만이라는 말이다.

필자 역시 뉴버그 교수의 관점 즉 ‘비만의 열역학’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난 많이 먹지도 않는데 왜 살이 찌지?”라는 말을 들으면 속으로 ‘먹은 걸 꼼꼼하게 적으면 그렇게 말하지 못할걸’이라며 무시했다. 물론 최근 장내미생물의 조성이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지만 아무튼 주된 변수는, 섭취한 칼로리와 체중은 비례한다는 물리법칙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오늘날 영양학의 관점 역시 식단을 짤 때 주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밸런스와 총 칼로리에 집중하고 있다.

●대사 신호경로에 영향



 

그런데 최근 비만이 호르몬과 조절 장애의 결과라는 관점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칼로리 과잉이 비만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탄수화물의 양과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인슐린이 지방축적을 조절하는데, 혈액내 인슐린 수치가 섭취하는 탄수화물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화 흡수가 쉬운 과당이나 설탕 같은 단당류, 이당류를 많이 먹으면 혈액내 인슐린 수치가 높아져 지방축적도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진다. 쉽게 말해 탄수화물 덩어리인 고구마 500g을 먹는 경우와 이와 같은 칼로리의 설탕을 먹는 경우 섭취한 에너지는 같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현상을 설명하는 가설이다.

토브스는 “오늘날 비만의 만연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연구자들이 비만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실패했고 식품회사들이 이를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토브스는 ‘로라와 존 아놀드 재단’의 지원 아래 내과의사 피터 아티아와 함께 수년 전 비영리기구인 ‘영양과학계획(Nutrition Science Initiative, NuSI)’을 설립해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그가 2010년 펴낸 책 ‘Why we get fat’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여전히 스테디셀러다(아마존 사이트를 보면 독자리뷰가 무려 650건이나 올라와 있다!).

‘앞으로 비만에 대해 글을 쓸 때는 조심해야겠구나.’ 토브스의 칼럼을 읽고 ‘과학은 넓고 읽을 건 많다’는 걸 또 다시 절감하게 됐다. 이런 와중에 ‘사이언스’ 2월 22일자에는 좀 더 노골적인 제목의 글이 한 편 실렸다. ‘호르몬으로서의 식품(Food as a Hormone)’이라는 해설논문으로 식품의 영양성분이 세포내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시켜 대사건강을 조절한다는 최근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앞서 토브스 칼럼의 확장판인 셈이다.

미국 신시내티대 대사질환연구소의 캐런 리안과 랜디 실리 교수는 이 글에서 음식에 들어있는 성분이 우리 몸을 순환하면서 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달라붙어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한다는 사실로부터 음식이 궁극적으로는 ‘호르몬 칵테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호르몬이란 한 장기에서 만들어져 혈관을 타고 몸의 다른 부분으로 이동해 특정 세포에 자극을 주는 조절 물질이다. 표적이 되는 세포 표면에는 호르몬이 달라붙은 수용체가 있다.

●같은 오메가3지방산도…

해설에서 호르몬 역할을 하는 식품 속 성분의 대표적인 예로 든 게 바로 오메가3지방산이다. 등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있는 DHA나 EPA 같은 오메가3지방산이 몸에 좋다는 건 대중매체를 통해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솔직히 오메가3지방산이 왜 염증을 완화하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지(지방이라는 고칼로리 성분임에도 불구하고)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보통 포화지방산은 몸에 해롭고 불포화지방산은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고 오메가3지방산은 불포화도가 높기 때문에(이중 결합이 여러 개 있다) 특히 더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물리과학의 관점에서 지방산의 불포화도가 높을수록 녹는점이 낮은데(따라서 포화지방산이 많은 소고기의 지방은 상온에서 고체이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식물 기름은 액체다) 몸속에서 지방이 굳지 않아 불포화지방산이 좋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편 칼로리는 포화도에 따라 별로 차이가 없다.

당혹스러운 건 같은 불포화지방산이라도 오메가6지방산이나 오메가9지방산은 오메가3지방산의 특징이 없고 같은 오메가3지방산이라도 분자 길이가 긴 DHA(탄소수 22개)가 EPA(20개)나 ALA(18개)보다 효과가 월등하다는 것. 참고로 오메가 뒤의 숫자는 지방산의 카르복시기(-COOH)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그리스 알파펫의 마지막이 오메가(ω)다) 탄소를 1로 해서 순서대로 번호를 붙였을 때 처음 이중결합이 나오는 탄소의 위치다.

이 미스터리에 대한 첫 번째 중요한 실마리를 푼 연구결과가 2010년 생물학저널 ‘셀’에 실렸다. 즉 오메가3지방산의 항염증 효과는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대식세포나 성숙한 지방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GRP120이라는 수용체에 달라붙어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경로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 인슐린 민감성도 올라가 당뇨병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과학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5일자 온라인판에는 오메가3지방산의 또 다른 효과인 항고혈압 작용에 대한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결과가 실렸다. 혈압이 높은 사람들이 오메가3지방산을 섭취하면 혈압이 떨어진다는 임상결과를 설명하는 연구로 DHA가 혈관의 평활근 세포 표면에 있는 Sol1칼륨통로단백질에 달라붙어 통로를 엶으로써 근육을 이완하라는 신호를 촉발한다고. 즉 통로단백질이 DHA의 수용체인 셈이다.

앞서 토브스가 언급한 탄수화물의 양과 질에 대한 대사반응의 차이에 대한 미스터리도 풀리고 있다. 고구마에 들어있는, 위나 소장에서 소화가 안 되는 복잡한 탄수화물, 즉 식이섬유는 대장에서 특정 장내미생물의 먹이가 되는데 이 녀석들은 식이섬유를 소화하면서 부산물로 아세테이트와 부티레이트 같은 ‘짧은 사슬 지방산(SCFA)’을 내놓는다. SCFA는 숙주(사람) 세포표면의 FFAR2와 FFAR3 같은 수용체에 달라붙어 일련의 대사반응을 촉발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로 지방세포에서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를 더 많이 분비된다.

랜디 실리 교수는 “호르몬의 관점으로 식품을 보면 건강을 증진하거나 병을 치료하기 위한 권장 식단을 설계할 때 큰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단순히 영양 밸런스가 맞는 메뉴가 아니라 대사질환과 관련된 신호전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식단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 앞으로도 생명과학의 발견이 영양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3 + 9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