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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설국(雪國) 여행이 주는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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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설국(雪國) 여행이 주는 환희

2014.12.21 18:00
아오모리 핫코다 산으로 들어서는 차량로. 주변에 키보다 더 높게 눈이 쌓여 있다.
아오모리 핫코다 산으로 들어서는 차량로. 주변에 키보다 더 높게 눈이 쌓여 있다.

겨울은 환희다. 얼어붙은 공기 위로 하얀 입김을 내 뿜을 땐 가슴 속까지 시원한 느낌이 든다. 뽀드득거리며 발밑에 감겨드는 흰 눈을 밟으며 온통 하얗게 쌓인 숲 속 오솔길 주변을 산책하고 있다보면 살을 에는 차가운 공기마저 묘한 따사로움으로 다가온다.

 

벌써 5년째다. 이런 흰 눈의 성지에 매료돼 겨울마다 휴가를 내 이곳저곳 눈 여행을 떠다닌 게. 눈 쌓인 풍경은 국내에도 있다. 남부럽지 않은 스키장도 몇 곳 있다. 하지만 부득불 낑낑거리며 짐을 싸들고서 공항으로 달려간다. 건조하고 메마른, 다소 칙칙하기까지 한 우리 겨울 정취와 달리 폭설에 젖어든 일본의 대설지역엔 그런 특별함이 있다.

 

●우리 바다 ‘동해’가 만든 대설

 

핫코다 산 입구 숙소의 아침모습. 트랙터를 동원해 밤 사이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핫코다 산 입구 숙소의 아침 풍경. 트랙터를 동원해 밤 사이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동해는 두 나라를 감싸 안고 태평양으로 뻗어 나간다. 우리와 일본이다. 이때 생겨난 대량의 수증기를 어딘가 가져다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 일대는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생겨난 편서풍이 사시사철 불어댄다. 그러니 이 눈은 아깝게도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 북해도와 동북부 일대에 대설을 만든다.

 

속초 앞 바다를 똑바로 건너가면 나오는 것이 일본 혼슈의 서해안 즉, 니가타 현이다. 눈 많기로 소문난 일본의 대설지역 중 하나다. 이 위도를 기준 삼아 일본 일대의 네 현, 니가타를 포함해 야마가타, 아키타, 아오모리 지방에선 겨울마다 북해도에 버금가는 ‘눈천지’가 펼쳐진다.

 

일본 겨울여행 첫해는 무작정 ‘눈이 많다’는 이유로 북해도를 찾았다. 하지만 그 뿐이다. 무진장한 눈이 집집마다 쌓여있고, 삿포로 시를 중심으로 널찍하게 뻗어나간 거리와 도시는 따뜻한 겨울정취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 이듬해부터 찾아간 동북부 일대는 별천지였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발길을 내딛은 아오모리 현이 주는 정취는 색다른 감이 있었다. 오죽하면 현지사람들은 이 지역을 여행한다는 말을 ‘북채기행(北彩紀行)’이라고 불렀다. 흰색 말고 무슨 색이 존재한단 말인가? 말이 품은 함의(含意)는 정서적 색채다. 이곳의 겨울을 서너 번만 느끼면 타고난 ‘공감각자’가 아니라도 이 뜻을 깨달을 수 있다. 따스한 정취 속에 잘 익은 감자 껍질 색 노오란 정취와 살을 에는 추위 속에 숨은 칼날같은 서슬퍼런 공감각적 색채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은빛 구름 속에서 춤을

 

아오모리 현의 설경 감상에 그만인 쓰가루 철도의 ‘스토브열차’ 실내. 1940년대 구식열차로 가운데 석탄 난로로 난방을 하는데 지금은 관광용으로 운행 하고 있다. - 동아일보 제공
아오모리 현의 설경 감상에 그만인 쓰가루 철도의 ‘스토브열차’ 실내. 1940년대 구식열차로 가운데 석탄 난로로 난방을 하는데 지금은 관광용으로 운행 하고 있다. - 동아일보 제공

지난해 찾아간 곳은 아오모리 ‘핫코다(八甲田)’ 일원. 얼음덩어리로 온 몸을 감싼 로프웨이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면, 눈보라에 공룡모습처럼 굳어버린 ‘스노우몬스터’, 주효(樹氷)가 곳곳에 우뚝 서 있다. 이 틈 사이로 스키를 지치고 지나가면 깊게 쌓인 눈 위로 땅을 밟고 있다는 느낌은 사라진다. 설산의 구름 위에서 춤을 추는 환희는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본래 이 산은 스키장이 아니다. 하지만 수m 이상 쌓이는 깊은 눈을 즐기러 겨울마다 사람들이 몰려든다. 산 정상에서 차가운 공기와 겨울 정취를 벗 삼아 즐기건, 널따란 판위에 몸을 싣고 미끄러지건, 그 어떤 선택을 해도 이 곳의 색채는 거기 걸맞은 색을 잔잔하게 물들여 보여준다.

 

잠시 후 출발할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올해도 커다란 짐꾸러미를 챙겼다. 목적지는 당연히 아오모리. 아오모리 공항 서편 ‘나쿠아시라카미’ 스키장에 자리를 잡고 근처 설경과 온천여행을 함께 즐길 생각이다.

 

해마다 스키 여행을 겸하다보니 일정이 쉽지 않다. 스키장 숙소에서 멀리 벗어난 먼 곳을 찾아가보기 힘든 것도 불만이다. 내년 즈음엔 올곧게 겨울 정취만 느끼러 가고 싶다. 가능하다면 휴대전화도 스마트폰도 모두 두절되는 산 속 깊은 곳의 전통 료칸 ‘란푸노야도’를 꼭 방문하고 싶다. 스키 장비를 버려두고 일본 동북부 겨울 산에 오르겠다니, 주변 지인들이 이 말을 들으면 ‘너 올해는 무릎부상이라도 입었냐’고 핀잔 할 만큼 상상하기 어려운 일. 하지만 일본 동북부의 설경은 그만큼 특별한 색깔과 가치가 있다.

 

핫코다 산 중턱. 중앙에 작은 붉은 스키복을 입고 스키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핫코다 산 중턱. 수m 크기의 거대한 주효 사이로 산악 스키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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