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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양자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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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4일 18:00 프린트하기

어느 날, 과학계에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 같은 존재가 나타났습니다. 이 골칫거리는 골룸과 스미골처럼 전혀 다른 성격을 보이곤 했습니다. 어느 쪽 장단에 맞춰야할지 헷갈리게 굴었지요. 온전히 이해하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드는 ‘양자역학’입니다. 두 얼굴의 양자역학, 용기를 내어 한번 만나보지 않겠습니까?
(김상욱 교수의 할머니도 이해할 정도로 쉬운 양자역학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재미있게 읽고 양자역학 아는 척 좀 해볼까요.)

 

과학동아 제공
과학동아 제공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_파인만
“당신이 어떤 것을 할머니에게 설명해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_아인슈타인

 

양자역학을 할머니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이다. 하지만 우리는 양자역학 없이 하루도 살수 없다. 양자역학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선 이글을 보는 데 사용하고 있을 컴퓨터나 스마트폰부터 버리고 시작해야 한다. 과학동아를 종이책으로 보고 있다고 좋아할 독자들은 형광등을 끄시기 바란다. TV를 포함한 거의 모든 전자장치를 버릴 차례인데 벌써 포기하시다니. 화학, 생물 쪽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양자역학은 원자를 기술하는 학문이다. 원자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면 그냥 주위를 둘러보면 된다.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으니까. 맛있는 와플도 원자로 되어 있다. 칼로 와플을 둘로 나누고, 그 반을 다시 둘로 나누고, 또 나누고 하여 27번 정도 나누면 원자 하나의 크기에 도달한다. 즉, 그 크기가 0.00000001cm라는 얘기다. 원자는 크기만 작은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의 상식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 양자역학은 전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이론
 

이중 슬릿 실험. 입자인 전자들을 두 개의 구멍 사이로 보냈더니, 스크린에 여러 개의 줄무늬가 생겼다. 전자가 스크린에 도착할 확률이 높은 곳은 밝고, 확률이 낮은 곳은 어둡다. - 과학동아 제공
이중 슬릿 실험. 입자인 전자들을 두 개의 구멍 사이로 보냈더니, 스크린에 여러 개의 줄무늬가 생겼다. 전자가 스크린에 도착할 확률이 높은 곳은 밝고, 확률이 낮은 곳은 어둡다. - 과학동아 제공
우선 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살펴보자. 원자는 양의 전하를 띄는 원자핵과 음의 전하를 띄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 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자핵은 그 크기가 원자의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 전자는 원자핵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녀석이 어떻게 돌아다니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이 양자역학이다.
 
과학자들은 전자가 작은 알갱이라고 생각했다. 전자를 바람개비에 쏘아주면 바람개비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입자인 전자의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이 했던 실험은 다음과 같다. 바로 토머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으로, 물리학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실험으로 꼽힌다.

 

먼저 벽에 두 개의 구멍을 뚫고, 벽을 향해 전자를 쏜다. 무슨일이 일어날지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만약 당신이 전자 대신에 야구공을 쏜다면 일부는 벽에 맞고 튕겨나올 것이고, 일부는 구멍을 통과하여 벽 뒤에 있는 스크린에 도달할 것이다. 스크린에는 야구공이 맞아 생긴 두 개의 줄무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중 슬릿 실험에 대한 과학자들의 반응을 모래 시계로 비유한 그림. 아래쪽이 산 모양으로 쌓이지 않고, 호수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물결처럼 된다고 상상해보자. 언뜻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식으로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 현상이 양자역학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다. - 과학동아 제공
이중 슬릿 실험에 대한 과학자들의 반응을 모래 시계로 비유한 그림. 아래쪽이 산 모양으로 쌓이지 않고, 호수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물결처럼 된다고 상상해보자. 언뜻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식으로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 현상이 양자역학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다. - 과학동아 제공

자, 이번에는 실험장치를 물에 담그고 물결파를 보내보자. 물결파가 두 개의 구멍을 통과하여 벽 뒤로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결파는 구멍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전 공간으로 퍼져나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개의 동심원은 서로 뒤섞이며 공간적으로 아름다운 무늬를 만든다. 이 결과 스크린에는 간섭무늬라 불리는 여러 개의 줄무늬가 생긴다.
 
야구공은 두 개의 줄무늬, 물결파는 여러 개의 줄무늬. 바로 이것이 두 개의 구멍을 통과할 때, 입자(야구공)와 파동(물결파)이 보이는 극명한 차이다. 이제 우리의 주인공, 전자를 쏘아보면 어떻게 될까? 앞서 전자가 작은 알갱이, 즉 입자라고 했으니 두 개의 줄무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전자로 실험을 해보면 여러 개의 줄무늬가 나오게 된다. 이 결과를 어떻게 이해하는지가 바로 양자역학의 알파요 오메가다. 물론 이 결과를 본 물리학자들은 멘붕 상태에 빠졌지만 말이다.
 
멘붕의 이유는 간단하다. 입자와 파동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건 남자와 여자만큼이나 다르다. 예를 들어보자. 구멍을 통과할 때 입자는 단 하나의 구멍만을 통과한다.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양자 세계에 들어온 이상 이런 당연한 걸 일일이 말해야한다.
 
파동은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할 수 있다. 위치를 이야기하기 애매하기 때문이다. 소리도 파동의 한 예다. 지금 한번 “아이유”라고 말해보라. “아이유”라는 소리는 어디에 있나? 이상한 질문이다. 아무튼 내가 이 말을 하면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이 동시에 이 소리를 듣는다. 파동은 여기저기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전자가 여러 개의 줄무늬를 보였기 때문에 파동이라고 한다면,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났어야 한다. 실제 물리학자들은 전자가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난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과학동아 제공
과학동아 제공

 

● 전자는 확률이다
 
전자가 만드는 줄무늬에 대해 보다 자세히 생각해보자. 단 하나의 전자가 날아가서 구멍을 통과해 스크린에 도달했다면, 당연히 단 하나의 점이 찍힌다. 그렇다면 지금 이야기하는 여러 개의 줄무늬는 무엇인가? 진실은 이렇다. 전자를 한두 개 보내서는 무늬 따위가 생기지 않는다. 한두 개의 점만 찍힐 뿐이다. 하지만, 수천 개의 전자를 보내면 수많은 점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나타난다. 이 패턴이 두 개의 줄무늬가 아니라 여러 개의 줄무늬라는 거다.
 
이제 도약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전자 하나의 입장에서 줄무늬 패턴은 확률적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주사위를 던지면 1의 눈이 1/6의 확률로 얻어진다. 물론 주사위를 한 번 던질때는 아무런 패턴도 없다. 그냥 여섯 가지 숫자 가운데 아무거나 나올 거다. 하지만, 주사위를 6000번 던지면 대략 1000번은 1의 눈이 나온다. 전자가 보여주는 여러 개의 줄무늬는 확률적 파동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뜻이다.
 
전자는 입자지만 스크린을 향해 날아가는 동안 파동처럼 행동한다. 이때의 파동은 확률파동이다. 자, 이것이 양자역학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따라서 전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방정식이 있다면 그것은 파동방정식이어야 한다. 양자역학에 등장하는 파동방정식을 슈뢰딩거 방정식이라 하며, 이 방정식의 해는 전자가 발견될 확률을 나타낸다.
 
이제 질문이 끊이지 않아야 정상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확률이라는 개념이 나와야 하는 것일까? 전자가 정말로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나? 그렇다면 하나의 전자가 둘로 쪼개졌다가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인가? 이런 어려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앞으로 하나씩 짚어보겠다. 일단 여기서는 전자가 확률의 파동이라는 것이 원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만 이야기하자. 이 모든 것은 원자를 이해하려고 시작한 거니까.

 

● 전자가 원자핵에 들러붙지 않는 이유

 

물결파가 만드는 간섭무늬. 파동의 특징 중 하나로, 입자들은 만들지 못한다. 단, 양자만큼은 예외다. - 과학동아 제공
물결파가 만드는 간섭무늬. 파동의 특징 중 하나로, 입자들은 만들지 못한다. 단, 양자만큼은 예외다. - 과학동아 제공
원자핵과 전자는 서로 다른 전하를 띄기 때문에 전기적으로 인력이 작용해 서로 들러붙거나 궤도운동을 할 수 있다. 원자핵이 아주 무거우니까, 사실상 원자핵 주위를 전자가 돈다고 보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단순하게 전자기법칙에 따라 궤도운동을 계산해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전자가 원자핵에 들러 붙어 버린다. 궤도운동은 가속운동인데, 가속하는 전하는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며 에너지를 잃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원자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는 얘기인데. 헐! 어떻게 된 일일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전자의 파동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궤도 위에서 운동한다는 것은 입자가 갇혀있다는 뜻이다. 파동은 공간에 갇혀 있을 때, 정상파라고 하는 특별한 상태를 이룬다. 정상파는 특별한 값의 파장만을 가질 수 있다.
 
특히, 가장 작은 파장보다 작은 크기로 줄어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전자가 원자핵에 들러붙지 않고 그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전자가 정상파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물리학자 드 브로이는 이 사실을 알아낸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실제로 원자에서 전자의 파동은 정상파가 허용하는 특정 파장만 가진다. 원자는 이에 해당하는 띄엄띄엄한 에너지만 가질 수 있다. 띄엄띄엄하다는 것을 고상한 말로 양자화되어 있다고 하며, 양자역학이라는 이름은 여기서 나왔다.
 
이 정도면 할머니에게는 첫 번째 강의로 넘치고도 남을 것이다.
 
전자는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간다. 이것은 전자가 파동의 성질을 갖기 때문이다. 아직도 수없이 많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생겨난다면 다음 호를 기대하시라.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부산대 물리교육과 김상욱 교수의 ‘양자역학 좀 아는 척’을 매주 월요일 연재합니다. 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양자역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상욱 교수
KAIST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양자과학, 정보물리, 통계물리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영화는 좋은데 과학은 싫다고?’가있으며, 과학대중화와 관련한 여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swkim0412@pusan.ac.kr

 


에디터 김선희 기자 | 글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swkim0412@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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