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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이 인체의 축소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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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6월 12일 16:00 프린트하기

 

과학동아 제공
과학동아 제공

 

지난 달 회사에서 연 워크숍에 참가했습니다. 전문 업체에서 강사가 나와 진행했습니다. 워크숍을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히 박수를 치자더군요. 네, 뭐 나쁠 거 없죠. 그런데 따라 하다 보니 그냥 박수가 아니었습니다. 손의 특정 부위가 서로 부딪치도록 박수를 치라는 겁니다.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손이 인체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박수로 자극하면 그 곳과 연결된 몸의 다른 부분에 좋다는 얘기였습니다. 손등 가운데끼리 부딪치면 척추가 좋아진다나 뭐라나…….
 
그 순간 제 눈썹이 꿈틀거렸습니다. 제 성격을 아는 동료들은 조용히 웃으면서 저를 쳐다봤지요. 손등으로 박수를 치면 척추에 좋다? 어디 까칠하게 따져 봅시다.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대체요법의 하나였지요.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한참 헤매다가 드디어 생각해 냈습니다. 반사요법. 혹은 반사학.
 
반사요법은 신체의 특정 부위를 자극해 다른 부분의 기능을 회복시키거나 병을 치료하는 대체요법입니다. 손이나 발에 사람 몸의 각 부위와 장기와 연결돼 있는 ‘반사구’가 있다는 게 이론적인 근거입니다. 대체 요법이 으레 그렇듯 설명은 두루뭉술합니다. 몸에 문제가 생긴 건 에너지장, 생명력, 혹은 동양 쪽으로 오면 기(氣)의 흐름이 막혔기 때문이며, 반사영역을 자극해 흐름을 뚫어주면 문제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오늘날의 반사요법은 20세기에 확립됐습니다. 1913년 미국의 의사인 윌리엄 피츠제랄드가 미국에 도입했고, 1930~1940년대에 간호사였던 유니스 잉검이 이를 단순화시켜 반사요법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 잉검은 발과 손이 가장 예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날 쓰이는 반사요법은 변형이 많습니다. 널리 퍼지면서 원리도 다양해졌지요. 발이나 손이 아니라 귀를 인체의축소판으로 보기도 합니다. 자극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마사지뿐만 아니라 침술, 지압, 요가와 같은 다른 요법도 반사요법과함께 쓰입니다. 검색엔진에 ‘인체의 축소판’이라고 검색해 보세요. 온갖 방법이 다 나옵니다.
 

● 그게 말이 되니? 

 

과학동아 제공
과학동아 제공
이런 방법이 정말 말이 되는 걸까요? 발이나 손의 특정 부위를 마사지하면 그곳과 연결된 부위가 좋아져 두통이 없어지거나, 척추가 튼튼해질까요? 흔히 체했을 때 검지와 엄지 사이의 살을 세게 누르라는 말을 하곤 하지요. 몇 달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체하는 저는 하도 답답해서 그 말을 듣고 따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효과는 없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 가지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요.
 
그래서 원리를 하나씩 따져보자니 좀 난감합니다. 근거로 내세우는 원리가 하나가 아니거든요. 반사요법을 믿는 사람들끼리도 원리가 통일되지 않았다는 소리지요. 신뢰성이 팍팍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기서 반론. 과학계에서도 논쟁이 일어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까?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건 논쟁이라고 부르기 좀 어렵습니다. 왜 그런지는 계속 들어보세요.
 
먼저 에너지장이나 생명력의 흐름을 뚫어줘야 한다. 아까 언급했듯이 실체가 없고 모호합니다. 동양의 ‘기’를 끌어오는 것도 어색하지요. 기가 생명력 같은 것과 같은 존재인지 알 수 없거니와 무엇보다 ‘기’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개념이거든요. 또 이런 자극이 호르몬 같은 물질을 분비시켜 스트레스와 통증을 완화시켜 준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이건 그래도 과학적으로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직 의학적으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동양으로 오면 동양사상이 가미됩니다. 경락을 자극해 효과를 본다고도 합니다. 기와 연관된 설명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음양사상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발이나 손의 말초 신경을 자극해 음과 양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겁니다. 설명이 천차만별입니다. 이걸 논쟁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는 제대로 된 실험과 논문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 아프면 병원 갑시다
 
원리는 그렇다치고 그럼 효과는 정말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안타깝게도 그렇지가 않네요.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진의 검증을 바탕으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애트나 인텔리헬스(Aetna InteliHealth)’에 따르면 반사요법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거의없습니다. 다만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방법으로는 안전한 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굳이 특정 부위를 자극할 필요가 없지요. 그냥 마사지의 효과를 생각하면 납득할 만 합니다. 그러나 이런 요법에 의지한 채 큰 병이 생겼는지도 모르고 병원을 멀리하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재미로 보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점이 문제입니다. 워크숍 강사분들이야 즐거운 강의를 위해 한 이야기겠지만, 그런 잘못된 정보가 퍼지다보면 불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끔은 욕을 먹어도 까칠하게 구는 겁니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3-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주위에서 접하는 각종 속설, 소문 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까칠한 시선으로 따져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호관 기자

karida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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