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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한다고 몸이 건강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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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13일 18:00 프린트하기

연이어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밖에 나가 있어도 몸이 얼어붙기 일쑤니 자연스럽게 따뜻한 것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겨울철 하면 생각나는 게 바로 찜질방입니다. 역시 겨울에는 뜨끈한 방에 누워서 귤 까서 먹고 만화책 보는 것만 한 게 없는 법이지요.


딱히 이유는 없지만, 저는 아직 찜질방에 한 번도 가 보지 않았습니다. 무슨 편견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저도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따뜻한 곳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거든요. 마침 강추위도 오래 계속됐겠다, 저도 이참에 찜질방이란 곳에 한 번가 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과학동아 제공
과학동아 제공

 

 

● 찜질방에 무슨 종류가 이렇게 많아?


그런데 알고 보니 찜질방에도 여러 종류가 있더군요. 단순히 방바닥만 따뜻하게 데우는 게 아니라 옥, 맥반석, 자수정, 황토, 숯 등 다양한 물질을 뜨겁게 달군 불가마를 내놓는다고 합니다. 불가마에서 나오는 열기를 쬐는 것이지요.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찜질방에 있는 불가마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효능이 있다는 얘기를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부터 뭔가 삐딱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슨 효능이 있다는 건지 찾아 봤습니다.
 
“고온으로 달군 황토, 맥반석, 온돌, 게르마늄에서 나온 원적외선이 피부 안쪽 4~5cm까지 침투해 세포 운동 및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한다. 온열 작용을 일으키고 피지선이 직접 자극돼 몸속에 고여 있는 염분과 납, 카드뮴 같은 중금속을 배출시킨다.”
 

뭔가 그럴듯해 보입니다. 이 정도에서만 멈췄어도 그러려니 했을 겁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한 발 더 나가더군요. 황토냐, 맥반석이냐, 게르마늄이냐에 따라 효능이 다르다는 겁니다. 게르마늄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황토는 소화에 좋고, 자수정은 관절염이나 근육통에 좋고, 대충 이런 식입니다. 이 말대로라면 찜질방만 열심히 다녀도 웬만한 병은 다 나을 판입니다.


 

 세간에 알려진 찜질방 불가마의 성분별 효과(정말일까?)

 

 과학동아 제공
 과학동아 제공

 

 자수정 : 관절염, 근육통에 효능. 혈압 및 혈당 조절 기능, 숙취 제거?
 게르마늄 : 콜레스테롤 제거?
 황토 : 대장 및 자궁과 소화 기능 향상?
 옥 : 골다공증?
 숯 : 무좀 번식 억제?


 
가장 근본적인 원리로 소개하고 있는 게 원적외선입니다. 적외선에서 파장이 긴 영역의 전자기파가 바로 원적외선인데요, 보통 파장이 15µm(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1mm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의심이 가는 대목을 하나씩 짚어봅시다.
 
먼저 고온으로 달군 물질에서 원적외선이 나오는 건 사실입니다. 어떤 물체든 절대 온도 0도가 아닌 이상 적외선이 나오고 그중에는 원적외선도 있으니까요. 온열 작용에 대한 이야기도 맞습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거나 핫팩을 붙이면 피부 표면이 뜨거워지고 그 열이 몸 안쪽으로 전달됩니다. 하지만 적외선을 몸에 방사하면 피부가 뜨거운 물체에 직접 닿지 않아도 편하게 몸을 덥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부 안쪽 4~5cm까지 침투한다는 설명은 틀렸습니다. 원적외선의 피부 침투 깊이는 채 몇 mm도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근적외선이 더 깊이 침투하지요. 깊이 침투해서 온도를 올려주는 것으로 따지자면 휴대전화가 이용하는 2.1GHz 전자기파가 더 좋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휴대전화를 온열 작용에 이용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 찜질은 찜질일 뿐 맹신은 금물

 

wikipedia 제공
wikipedia 제공
원적외선이 건강에 끼치는 효과는 어떨까요.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이 운영하는 학술논문 검색 서비스인 퍼브메드(PubMed)에서 원적외선 치료와 관련된 연구를 찾기 위해 ‘infrared therapy’와 ‘infrared sauna’로 검색해봤습니다.
 
몇 가지 논문을 살펴본 결과 원적외선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류머티즘 환자의 통증 완화, 생리통 완화,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사람이 호흡하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를 찾을 수 있었지요. 울혈성 심장기능상실이나 만성피로증후군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원적외선이 아주 몸에 좋은 것 같지만, 논문에는 보통 아직 제한적인 증거일 뿐이며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평범한 찜질과 원적외선 찜질이 효과에 있어서 차이가 없었다고 밝힌 논문도 있습니다. 이런 효과가 있는게 사실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증상 완화에 그칠 뿐 질병을 치료하지는 못합니다.
 
그렇다면 찜질방에서 광고하는 자수정, 맥반석, 황토 등의 효과는 무엇일까요. 왜 불가마의 종류에 따라 콜레스테롤이 사라지거나 골다공증이 없어질까요. 불가마를 만드는 광물에 따라 나오는 원적외선의 파장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원적외선이 파장에 따라 특정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찜질방에서 주장하는 효능은 떠도는 속설을 옮긴 것에 불과하거나 홍보 효과를 노린 과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혹시 불가마에 쓰는 광물의 성분과 거기서 나오는 원적외선의 파장, 효능을 명시해서 운영하는 찜질방이 있다면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요.
 
그렇다고 지금 찜질방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 찜질방에서 주장하는 효능을 너무 믿지 말라는 얘기지요. 온도를 높이기 위해 적외선을 쬐는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땀을 흘릴 수 있는 안전한 방법입니다. 물론 정말로 몸의 내부를 덥히고 싶다면 운동을 해서 땀을 내는 게 가장 좋지만, 가끔 뜨뜻한 곳에서 몸을 지지는 것도 겨울을 나는 즐거움 아니겠습니까.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3-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주위에서 접하는 각종 속설, 소문 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까칠한 시선으로 따져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호관 기자

karida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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