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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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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를 던진다

2015.01.18 18:00
과학동아 제공
과학동아 제공

 

 

목숨이 달린 게임에서 나의 운명이 ‘확률’에 따라 결정된다면?
확률의 결과를 두려워하며 가슴 졸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자. 게임의 확률까지 만든 존재가 있다는 것을.

 
당신은 지금 ‘과학동아’를 읽고 있다. 대부분 자유의지로 읽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뉴턴에 따르면 세상은 초기 조건이 주어지면 그의 법칙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인다. 이런 점에서 당신이 지금 이 책을 보는 것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10분전 당신의 ‘초기 조건’ 때문인지도 모른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면, 제대로 낚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 결정된 것이고, 마지막에는 빅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 신도 양자역학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하는 ‘티모’. 티모는 뉴턴의 결정론처럼 미리 정해진 위치와 속도대로만 움직인다. - 과학동아 제공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하는 ‘티모’. 티모는 뉴턴의 결정론처럼 미리 정해진 위치와 속도대로만 움직인다. - 과학동아 제공
뉴턴이 만든 고전역학에서는 모든 것이 다 결정되어 있다. 즉 위치와 속도를 알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위치와 속도만으로 어떻게 ‘우주의 모든 것’을 알아내느냐고? 컴퓨터 게임을 한번 생각해 보자. 게임 속에는 하나의 우주가 존재한다. 게임 속 유닛들은 자신이 실재한다고 믿을지도 모른다. 미네랄을 채취하면 유닛을 만들 수 있고, 총알을 맞으면 유닛이 사라지니 말이다.
 
하지만 게임 속 우주는 컴퓨터 명령어의 집합체일 뿐이다. 명령어가 하는 일이란 매 순간 유닛들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순간 위치만 알아서는 그 다음 순간의 위치를 결정할 수 없다. 지금의 위치와 다음의 위치 사이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바로 속도다. 즉, 매 순간 위치와 속도를 알 수만 있다면 스스로 굴러가는 우주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뉴턴역학의 세계다.
 
양자역학이 나오면서 상황은 미묘해진다. 양자역학적으로는 전자 하나가 여러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호 글을 바탕으로 간단한 쪽지 시험을 보자. 사진을 찍었더니 A라는 장소에서 전자가 발견되었다. 사진을 찍기 바로 직전에 전자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야 당연히 A 아닌가?”라고 답하시면 0점이다.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측정 직전까지 전자는 어디에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즉 전자의 위치에 대해서 양자역학은 비결정론의 입장을 취한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전자 위치에 대한 확률을 구하는 것 뿐이다. 많은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의 이런 확률적 측면에 반발했다.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이 한 유명한 말이다. 사실 물리학자가 신을 들먹일 때쯤 되면 자기 고집을 절대로 굽히지 않겠다는 거다. 아인슈타인은 결국 끝까지 양자역학의 확률적 해석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무튼 전자의 위치를 확률적으로 본다는 말을 주사위 던지기와 비교해 보자. 주사위를 던질 때 주사위의 각 면이 나올 확률은 1/6이다. 하지만 물리학자라면 주사위의 첫 위치와 속도를 이용해서 궤적을 계산해 어느 면이 나올지 예측할 수 있다. 즉 뉴턴역학에서 무작위적인 주사위 던지기란 없다. 다시 말해 엄밀한 의미에서 확률은 필요없다. 하지만 만일 어떤 이유에서든 주사위의 처음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면 이제는 확률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이 양자역학의 세계다.


 

과학동아 제공
과학동아 제공

 

● 양자역학은 과속차량을 잡아낼 수 없다
 
하이젠베르크는 전자의 운동이 확률적으로 결정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운동량이란 속도에 질량을 곱한 것으로 속도와 같은 양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게으르거나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는 것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을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라고 한다. 자동차 과속 단속을 하는 경찰이 “3월 1일 3번 국도 A지점에서 과속하셨습니다”라고 말하자, 하이젠베르크가 “위치를 정확히 알면 속도를 알 수 없게 됩니다”고 답했다는 우스개가 있다.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아는 것이 왜 불가능할까? 고양이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고양이를 봐야 한다(양자역학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 당연한 것을 수도 없이 다시 되짚어야 한다). 본다는 것은 빛이 고양이에 충돌해서 그 일부가 내 눈에 들어왔다는 거다. 양자역학적으로 빛은 입자(광자)다. 빛에 맞으면 충격을 받는다. 고양이 같은 큰 물체는 아무렇지 않지만, 전자라면 사정이 다르다. 전자같이 작은 입자는 빛에 맞으면 휘청거린다. 이 충격은전자의 운동량을 바꾼다.
 
결국 측정하는 행위가 위치나 속도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 당신이 지갑을 들여다보니 돈이 1만 원 있었다. 뉴턴의 세계에선 당신이 돈을 보는 행위가 돈의 액수를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당신의 지갑이 양자 지갑이라면 돈을 보는 행위가 돈의 액수를 바꿀 수 있다. 아까는 1만 원이 있었는데, 다시 보니 9000원이다. 당황했는가? 그래도 여러 번 측정하면 얼마가 나올지 그 확률은 알 수 있다. 이것이 양자역학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예측이다.
 
정리해보자. 측정하는 행위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아는 것이 불가능하다. 위치와 운동량을 모르면 뉴턴역학에 따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확률을 쓸 수밖에 없으며, 결국 비결정론이 도입된다. 결국 불확정성 원리가 양자역학의 가장 중요한 공리(公理)가 된다. 지금도 신은 주사위를 던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아주 자주! 하지만 불확정성 원리에는 하이젠베르크도 생각지 못한 미묘한 부분이 있었으니, 다음 호를 기대하시라.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부산대 물리교육과 김상욱 교수의 ‘양자역학 좀 아는 척’을 매주 월요일 연재합니다. 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양자역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상욱 교수
KAIST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양자과학, 정보물리, 통계물리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영화는 좋은데 과학은 싫다고?’가있으며, 과학대중화와 관련한 여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swkim0412@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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