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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말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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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말다툼

2015.01.25 18:00

 

과학동아(일러스트 김정훈) 제공
과학동아(일러스트 김정훈) 제공

 

 

스파이더맨은 어떻게 해야 하나. 도시를 구하자니 여자친구가 삐치고,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면 시민이 위험해진다.슈퍼히어로조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는 답답한 현실!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들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졌다. 바로 불확정성원리다.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후크’에는 어른이 된 피터 팬인 피터 뱅스가 나온다. 피터 뱅스는 그냥 평범한 어른이다. 가정은 뒷전인 채 일에만 미쳐 살아간다. 하지만 네버랜드로 다시 돌아가 모험을 하며,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모든 가장의 고민도 비슷하다. 하루는 24시간뿐이니 직장에 들이는 시간을 줄여야 가정에 신경 쓸 시간이 생긴다. 둘을 동시에 챙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동시에 두 애인을 사귀는 거랑 비슷하다고 할까.
 
물리학에도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보어는 그것을 상보성이라 불렀다. 하이젠베르크는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이 상보적이라고 주장했다. 둘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를 ‘불확정성원리’라고 불렀다.
 
물리학자들은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싶어 한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아예 과학이 아니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 불확정성원리가 이들을 가로막았다! “그건 절대로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어, 원래 아무도 몰라”라는 말이 물리학자들에게는 눈엣가시였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불확정성 원리를 부정하려다가 망신 당하는 것을 본 터라 대부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양자역학을 공부하다보면 양자역학의 여러 개념 중 불확정성원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이젠베르크의 이름이 사방에서 튀어나오고,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날 때마다 툭하면 불확정성원리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양자역학에서 직관적으로 이해가 안 될 때, 불확정성원리를 고려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 불확정성원리 이해하기① : 빛은 파동이다
 

밀가루 반죽을 세게 누르면 튀어나오는 것처럼, 빛을 아주 작은 구멍으로 통과시키면 넓게 퍼진다. 이 현상을 빛의 회절이라고 한다. - istockphoto 제공
밀가루 반죽을 세게 누르면 튀어나오는 것처럼, 빛을 아주 작은 구멍으로 통과시키면 넓게 퍼진다. 이 현상을 빛의 회절이라고 한다. - istockphoto 제공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말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빛의 파동성을 이용하는 거다. 벽에 작은 구멍을 하나 뚫고 빛을 통과시켜보자.
 
구멍의 크기가 작아지면 구멍을 지나 스크린에 도달한 빛의 크기도 작아진다. 그런데 구멍이 아주 작아지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스크린에 도달한 빛이 오히려 커지는 거다. 밀가루 반죽을 옆에서 강하게 누르면 아래위로 튀어나오는 거랑 비슷하다. 이것을 빛의 회절이라 부른다.
 
빛은 광자라는 입자이기도 하다. 구멍이 작아진다는 것은 광자가 지나가는 위치를 점점 정확히 알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구멍이 작아질수록 회절에 의해 광자는 더 퍼지므로 광자의 운동량 오차는 점점 커진다. 결국 불확정성원리가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된다(불확정성원리는 광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나오는 성질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 불확정성원리 이해하기② : 빛은 입자다
 

베르너 카를하이젠베르크 사진. 1932년에 노벨 물리학상, 1933년에 막스플랑크메달을 수상했다. - 위키미디어 제공
베르너 카를하이젠베르크 사진. 1932년에 노벨 물리학상, 1933년에 막스플랑크메달을 수상했다. - 위키미디어 제공

또 다른 방법은 하이젠베르크 자신이 제안했다. 위치를 측정하면 필연적으로 대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운동량이 변한다. 그리고 운동량을 측정하면 반대로 위치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
 
불확정성원리에 따르면 위치의 부정확도와 운동량의 부정확도의 곱은 플랑크상수보다 커야한다. 이 말은 위치가 정확해지면 운동량은 더욱 부정확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아주 작은 전자 정도의 세계에서나 나타난다. 플랑크상수의 크기가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626kg·m2/s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고양이를 쳐다본다고 고양이의 운동량이 변하지 않는 이유다.
 
하이젠베르크는 뛰어난 이론물리학자였지만, 실험에는 젬병이었다. 졸업시험에서 실험에 대한 문제에 대답을 못해서 탈락할 뻔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있다. 지도교수 조머펠트는 하이젠베르크가 “100년에 한 번 나오는 천재니까 특별히 봐주자”고 주장했다. 그랬더니 실험 담당교수 빈은 “지난번에 파울리라는 학생을 100년에 한 번 나오는 천재라고 하지 않았냐”며, “아직 100년이 지나지 않았다”고 받아쳤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하이젠베르크는 가까스로 졸업할 수 있었다. 간신히 졸업한 하이젠베르크와 파울리는 각각 1932년, 194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또 다른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를 이용해 전자의 이중슬릿 문제를 멋지게 해석한다. 전자는 이중슬릿을 지나고 나면 여러 개의 줄무늬를 보인다. 하지만 전자가 어느 구멍을 지났는지 관측하면 줄무늬가 사라진다. 이 때, 빛을 쬐어서 전자가 어느 구멍을 지났는지 알려면 반드시 두 구멍의 간격보다 짧은 파장의 빛을 이용해야 한다. 빛의 파장이 충분히 짧아야 분해능이 좋아져서 더 작은 물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구멍 간격보다 짧은 파장의 빛을 전자에 쬐어보자. 전자의 운동량 변화는 광자가 가진 운동량의 크기와 비슷할 거다. 길을 가다가 자동차에 치이면, 그 힘만큼 튕겨나가는것과 같다. 파인만은 불확정성원리를 이용하여 이 정도의 운동량이면 전자가 스크린에 만드는 여러 개의 줄무늬를 흐트러뜨리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구멍 간격보다 긴 파장의 빛을 사용하여 전자를 관측하면 어떻게 될까. 파장이 기니까 광자의 운동량이 작아지고, 불확정성원리를 고려하면 이 정도 운동량으로는 줄무늬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측정해도 줄무늬가 나온다.
 
그 지긋지긋한 양자역학의 측정 문제가 불확정성원리로 어느 정도 설명된다니! 정량적으로 앞뒤가 잘 들어맞기에 많은 물리학자들이 좋아하는 설명방식이다. 그런데 너무 잘 풀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사실 일부 물리학자들은 이 설명방식을 싫어했다. 측정이라는 양자역학의 미스터리가 광자가 전자에 부딪히는 역학적 과정으로 설명된다니, 뭔가 근본적인 이유가 아닌 듯이 보인다는 거다.
 


● 불확정성원리의 불확정성
 
1998년 ‘네이처’에 ‘원자 간섭계를 이용한 이중슬릿 실험에서 양자역학적 상보성의 기원’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의 수준을 벗어나니 결과만 요약해보자. 이중슬릿 실험에서 입자가 어느 구멍을 지났는지 알려면, 앞서 이야기했듯이 구멍 사이의 거리보다 짧은 파장의 빛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면 충돌하는 빛(광자)의 운동량이 충분히 커서 입자를 교란하게 되고, 그 결과로 여러 개의 줄무늬는 사라진다.

 

이 논문에서는 구멍 사이의 거리보다 훨씬 긴 파장의 빛을 사용하면서도 어느 구멍을 지나는지 알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논문 저자들은 양자 얽힘이라는 신기한 현상을 이용하여 이걸 구현한다.


 

과학동아(일러스트 김정훈) 제공
과학동아(일러스트 김정훈) 제공

 
이들의 아이디어는 “전자를 건드려 교란한 것은 아닌데 어디를 지났는지는 알 수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어느 구멍을 지났는지 알았다면 전자가 입자로서 행동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상보성원리에 의해 여러 개의 줄무늬는 사라져야 한다. 줄무늬는 파동의 성질이니까. 한편, 불확정성원리에 기반한 파인만의 설명대로라면 빛이 전자를 교란하지 않았으니 줄무늬가 그대로 나와야 한다. 실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연구팀이 실험해 본 결과, 줄무늬가 사라진다. 즉, 파인만의 설명은 틀렸다는 거다. 이 실험은 불확정성원리로 측정문제를 설명하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렇다고 불확정성원리 자체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2012년 1월 우리나라 주요 일간지에 “불확정성원리의 결함 발견”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오스트리아와 일본 연구진이 ‘네이처 피직스’에 불확정성원리의 결함을 실험으로 검증했다는 논문이 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의 반응은 잠잠했다. 정말로 불확정성 원리가 틀렸다면 현대 물리학의 기둥인 양자역학이 삐걱거릴 텐데 왜 조용했을까. 이 논문은 하이젠베르크의 설명 방법에만 딴지를 걸 뿐, 불확정성원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하이젠베르크의 설명 방법이 맞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논문이 작년 ‘피지컬 리뷰 레터’에 실렸다. 누가 맞는지는 아무래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불확정성원리는 물리학조차 완전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괴델의 불완전성정리와 함께 과학과 수학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로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불확정성원리는 양자역학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가정이며, 이렇게 얻어진 양자역학은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이론보다 정밀한 결과를 준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부산대 물리교육과 김상욱 교수의 ‘양자역학 좀 아는 척’을 매주 월요일 연재합니다. 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양자역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상욱 교수
KAIST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양자과학, 정보물리, 통계물리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영화는 좋은데 과학은 싫다고?’가있으며, 과학대중화와 관련한 여러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swkim0412@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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