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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마트 진동과 인간의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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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마트 진동과 인간의 본능

2015.02.08 18:00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테크노마트 전경. - 동아일보DB 제공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테크노마트 전경. - 동아일보DB 제공

2011년 7월 5일,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 건물이 갑자기 흔들리면서 건물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었다. 이 소식이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전파되면서 삽시간에 건물 붕괴를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졌고, 대한건축학회가 원인과 안전 여부를 밝히기 위해 직접 나섰다.

 

조사 결과 건축 전문가들은 건물 붕괴 위험은 없으며 진동의 원인은 12층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진행된 ‘집단 군무’였다고 지목했다. 집단 군무가 일으킨 위아래 방향의 진동이 건물이 가진 고유 진동수와 맞아 떨어지면서 에너지가 누적돼 건물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당시 진동 원인을 밝히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기자는 다소 황당한 이유라고 생각했다. 조사 결과를 불신하는 여론도 한동안 사그라들지 않았다. 확률로 따지기도 어려운 우연의 일치가 건물 진동의 원인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사람과 건축물이 상호작용하며 나타나는 건축물의 ‘공진 현상’이 인체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의 결과라는 주장이 ‘왕립학회논문집 A(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A)’ 2월호에 실렸다.

 

마노즈 스리니바산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2000년 개통된 영국 밀레니엄다리 진동 사건에 주목했다. 개통식에 참가해 다리 위를 걷던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진동을 느끼면서 테크노마트에서처럼 혼란이 벌어졌던 사건이다. 이 사건 역시 공진 현상에 의한 것으로 판명됐고, 결국 밀레니엄 다리는 2년 동안의 보수를 거쳐 2002년 다시 개통됐다.

 

스리니바산 교수팀은 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보조를 맞춰 걷게 됐으며, 다리가 흔들리고 있음에도 공진 현상이 일어나는 진동수로 보행을 계속했는지 논문에서 설명하려고 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밀레니엄 브릿지. - Jan Kameníček 제공
영국 런던에 위치한 밀레니엄 브릿지. - Jan Kameníček 제공

연구진은 밀레니엄 다리의 구조가 강철 케이블로 연결된 트레드밀(러닝머신)과 비슷해서 좌우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점과, 사람은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줄이는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최대 게으름 원리’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밀레니엄 다리 진동 사건을 재구성한 결과 양옆으로 움직이는 트레드밀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을 할 때 사람의 몸이 위아래로 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이 걸을 때 몸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이유는 발로 지면을 누르면서 이동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다리가 흔들리면서 인체가 지면을 밀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5%를 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다리 위를 걷고 있던 사람들이 각자 본능적으로 걸음걸이를 조정한 결과 다리가 흔들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가 완벽한 해설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자는 연구진이 분석한 내용을 보면서 테크노마트를 흔들리게 만들었던 근본적인 원인도 같은 이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무하는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각자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움직인 결과 건물을 흔들리게 만드는 진동수와 일치하게 됐다면 ‘어쩌다 그렇게 됐다’는 설명보다는 조금 더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테크노마트 진동도 어쩌면 ‘인간의 에너지 절약 본능’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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