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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밸런타인데이, ‘보이저 1호’가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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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밸런타인데이, ‘보이저 1호’가 준 선물

2015.02.12 21:51

미 항공우주국(NASA)이 1977년에 쏘아 올린 보이저 1호는 39년째 여전히 우주를 항해하고 있습니다.

 

2013년 9월 NASA는 보이저 1호가 태양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인터스텔라 스페이스(성간우주)’에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는데요. 한마디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인공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이저 1호는 밸런타인데이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혹시 ‘Pale Blue Dot(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말 들어봤나요? 대중과학서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만든 말인데요. 세이건은 같은 이름의 책도 펴냈습니다.

 

[좌]
[좌] 'Pale Blue Dot' 표지, [우] 이 책의 저자 칼 세이건 - 위키피디아 제공

 

이야기는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칼 세이건은 NASA에 제안을 하나 하는데요. 보이저 1호가 훗날 태양계 밖으로 떠날 무렵,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한번 찍어보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NASA 전문가들은 대부분 반대하는데요. 본래 계획에도 없었을뿐더러 지구 쪽으로 렌즈를 돌리면 강력한 에너지를 내는 태양을 바라보게 되면서 카메라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좌] 1977년 태양계 탐사 임무를 띠고 발사된 보이저 1호, [우] 1979년 보이저 1호가 목성에 접근해 찍은 사진 - 미국 NASA 제공
[좌] 1977년 태양계 탐사 임무를 띠고 발사된 보이저 1호, [우] 1979년 보이저 1호가 목성에 접근해 찍은 사진 - 미국 NASA 제공

세이건도 인정했습니다. 또 이렇게 말하죠. “물론 내 아이디어가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제안은 이렇게 10년 가까이 무시됐습니다.

 

그러다 1989년 리처드 트룰리(Richard Truly)라는 분이 신임 NASA 국장이 되면서 분위기가 바뀝니다. 그는 좀 생각이 달랐던 모양인데요.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립니다.

 

칼 세이건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NASA 리처드 트룰리 신임 국장 - 위키피디아 제공
칼 세이건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NASA 리처드 트룰리 신임 국장 - 위키피디아 제공

 

당시 보이저 1호는 명왕성 옆을 통과, 태양계의 끝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요.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는 드디어 칼 세이건의 제안대로 지구를 향해 카메라를 돌립니다.

 

1990년 밸런타인데이, 명왕성 근처에 있던 보이저 1호는 지구가 있는 쪽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 위키피디아, 미국 NASA 제공
1990년 밸런타인데이, 명왕성 근처에 있던 보이저 1호는 지구가 있는 쪽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 위키피디아, 미국 NASA 제공

얼마 뒤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가 전송한 사진을 받게 되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희미한 점처럼 찍힌, 아주 작은 지구가 보였습니다. 그는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고 합니다.

 

보이저 1호가 지구로 보내온 사진. 확대해보면 푸른 점(Pale Blue Dot) 하나가 보인다. - 미국 NASA 제공
보이저 1호가 지구로 보내온 사진. 확대해보면 푸른 점(Pale Blue Dot) 하나가 보인다. - 미국 NASA 제공

 

칼 세이건은 사진 속 지구에게 ‘Pale Blue Dot’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그리고 같은 이름의 저서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지구에 사는 모든 존재는 한 줄기 햇살 속에 흩날리는 먼지, 티끌 하나에서 살고 있다.

(on a mote of dust suspended in a sunbeam)”

 

대우주를 보면서 우리 인간은, 늘 겸손해야 한다는 메시지. 1990년 보이저 1호가 인류에게 준 밸런타인데이 선물은, 이렇게 참으로 철학적입니다.

 

자, 그럼 여기서 이 노래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보이저 1호가 우주로 향하던 그 해, 1977년 미국의 록 그룹 캔자스(Kansas)가 발표한 노래인데요. 제목은 ‘Dust in the wind’입니다. 가사는 대충 이렇습니다.

 

‘Dust in the wind’의 주요 가사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Dust in the wind’의 주요 가사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어떤가요? ‘Pale Blue Dot’이 주는 메시지와 일맥상통하지 않나요?

 

이 노래는 기타를 맡았던 케리 리브그렌(Kerry Livgren)이 만들었습니다. 그는 독서광이었는데요. 철학은 물론 과학, SF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1992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존경하는 인물로 아인슈타인을 꼽기도 했는데요.

 

케리 리브그렌과 앨버트 아인슈타인. 리브그렌은 아인슈타인에 대한 존경심으로 노래를 만들어 ‘Dust in the wind’가 수록된 앨범 4번 트랙에 실었다. - pinterest, 위키피디아 제공
케리 리브그렌과 앨버트 아인슈타인. 리브그렌은 아인슈타인에 대한 존경심으로 노래를 만들어 ‘Dust in the wind’가 수록된 앨범 4번 트랙에 실었다. - pinterest, 위키피디아 제공


이날 인터뷰에서 리브그렌은 ‘Dust in the wind’의 가사를 쓰게 된 배경도 밝힙니다. 노래를 만들 당시 그는 독서광답게 미국 인디언들이 지은 시집을 읽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 때 눈에 딱 들어온 인상적인 시 한 구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for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I thought, well, you know, that's really true.(생각해보니 정말 그랬어요.)”

 

이렇게 탄생한 ‘Dust in the wind’는 캔자스의 최고 히트곡이 됩니다. 이 노래가 실린 앨범은 당시 미국에서만 무려 400만 장이 팔렸다고 하는데요.

 

자, 그럼 노래를 실제 안 들어볼 수가 없겠죠? 보이저 1호의 ‘Pale Blue Dot’ 사진을 감상하며 듣는 것도 괜찮겠네요.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1971년 고교 동창생들로 결성된 캔자스(Kansas)는 멤버들. 모두 캔자스 주의 토피카(Topeka) 출신이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케리 리브그렌(Kerry Livgren)이 ‘Dust in the wind’를 작사, 작곡했다. - 유투브 제공
1971년 고교 동창생들로 결성된 캔자스(Kansas)는 멤버들. 모두 캔자스 주의 토피카(Topeka) 출신이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케리 리브그렌(Kerry Livgren)이 ‘Dust in the wind’를 작사, 작곡했다. - 유투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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