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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朝三暮四)의 긍정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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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朝三暮四)의 긍정심리학

2015.02.23 18:00

“줬다 뺏는 건 나쁜 거잖아요.”
- 영화 ‘하녀’(2010)에서 은이(전도연)의 대사.

 

수년 전 두 칸짜리 카툰 조삼모사가 유행했다. 첫 칸에서 중국 송나라의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어떤 제안을 하는데 원숭이들이 반대하며 길길이 날뛴다. 다음 칸에서 저공은 그럼 할 수 없다며 다른 조치를 예고하고 당황한 원숭이들이 처음 제안도 감지덕지라며 태도가 180도 바뀐다.

 

물론 카툰은 원래 고사성어의 프레임만 빌렸다. 원전은 다음과 같다. 저공은 키우는 원숭이 숫자가 늘자 먹이를 대주는 게 부담스러워 하루는 원숭이들을 불러 모았다.

 

“이제부터는 아침에 도토리 세 개, 저녁에 네 개만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난리가 났다.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는 어때?”

 

이번에는 원숭이들이 수긍하고 받아들였다. 실제로는 바뀐 게 없는데도 말에 현혹돼 잘 속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고사성어다. 합리성의 관점에서 보면 물론 조삼모사는 수준 낮은 사기일 뿐이다. 그런데 정말 원숭이들의 저공의 말장난에 놀아난 것일까.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와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는 덧셈의 교환법칙(3+4=4+3)의 한 예일 뿐일까.

 

istockphot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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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삼모사의 생리학

 

지난 2013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들은 과체중 또는 비만인 여성 93명을 대상으로 12주짜리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흥미로운 실험을 한 결과를 학술지 ‘Obesity(비만)’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를 성인 여성 기준인 2000칼로리의 70% 수준인 1400칼로리로 제한하면서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아침, 점심, 저녁 칼로리를 다르게 한 뒤 그 효과를 봤다. 즉 ‘조칠모이(朝七暮二)’ 그룹인 46명은 아침을 700칼로리로 든든하게 먹고, 점심에는 500칼로리, 저녁에는 겨우 200칼로리를 섭취하게 했다. ‘조이모칠(朝二暮七)’ 그룹인 47명은 아침에 200칼로리로 가볍게 시작해서, 점심에 500칼로리, 저녁은 700칼로리로 든든하게 먹었다.

 

장난처럼 보이는 실험이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즉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그룹은 12주 뒤 몸무게가 평균 8.7킬로그램나 준 반면, 저녁을 잘 먹은 그룹은 평균 3.6킬로그램이 빠지는데 그쳤다. 칼로리를 섭취하는 시간대를 달리했을 뿐인데 체중감소 정도가 2.5배나 차이가 난 것이다. 아무리 실험이라지만 조이모칠 그룹으로 참여한 여성들은 무척 속이 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똑 같이 1400칼로리를 섭취했는데 다이어트 효과는 이렇게 차이가 날까.

 

연구자들은 이런 차이가 우리 몸의 생리적 활성이 24시간 주기성을 보이기 데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즉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해가 뜨고 지는 하루의 변화를 따르는 ‘일주리듬(circadian rhythm)’을 보인다. 그렐린(ghrelin) 같은 칼로리 대사 관련 호르몬도 일주리듬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식욕촉진호르몬인 그렐린 수치는 아침식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위의 실험의 경우도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조칠모이 그룹은 아침이 부실한 조이모칠 그룹에 비해 하루 종일 그렐린의 수치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그 결과 공복감이 조이모칠 그룹에 비해 덜했다. 결국 조이모칠 그룹은 임상기간 내내 배고픔은 더 느끼는 고통스런 다이어트를 했으면서도 효과는 제대로 못 본 셈이다.

 

그러나 그렐린으로는 두 그룹의 체중감소의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위의 결과는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이 점심이나 저녁 때 과식할 가능성이 큼을 보여주지만, 이번 실험은 어쨌든 전체 섭취 칼로리를 같은 수준으로 통제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체중감소 차이의 주요 원인으로 ‘식사가 유발하는 열생성’을 꼽았다. 즉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체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데(이를 열생성, thermogenesis)라고 부른다), 아침을 먹은 직후 열생성이 점심이나 저녁을 먹은 직후보다 더 왕성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즉 열생성 정도도 일주리듬을 따른다는 말이다. 또 지방세포가 혈중포도당을 흡수해 지방으로 만든 뒤 저장하는 작업을 저녁에 더 왕성하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저녁이나 야식은 지방으로 몸에 쌓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 긍정적인 프레임 선호

 

1981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아모스 트버스키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심리학과 대니얼 카너먼은 학술지 ‘사이언스’에 ‘의사결정의 프레이밍과 선택의 심리학’이라는 제목의, 이제는 고전이 된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사람들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경제학적 사고는 환상이며 실제로는 맥락 또는 형식, 즉 프레임(frame)에 따라 결정 방향이 크게 좌우된다는 것. 논문에는 몇 가지 예가 나와 있는데 그 가운데 첫 번째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 당국이 아시아에서 시작된 괴질에 감염된 600명이 사망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두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

 

1. 프로그램A를 실행하면 200명을 살릴 수 있다.
2. 프로그램B를 실행하면 600 가운데 살릴 확률이 3분의 1, 살리지 못할 확률이 3분의 2다.

 

맥락상 이게 조삼모사의 상황이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기 바란다. 앞은 확정적인 표현이고 뒤는 불확실한 표현이다. 조사결과 72%가 프로그램A를 선택했다. 기대치가 같을 때 사람들은 좀 더 확실한 상황을 선호하는데 이를 ‘위험회피(risk averse)’라고 부른다.

 

이제 프레임을 달리한 버전이다.

 

1. 프로그램C를 실행하면 400명이 사망할 것이다.
2. 프로그램D를 실행하면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3분의 1, 600명이 다 죽을 확률이 3분의 2다.

 

역시 기댓값은 똑같지만 이번에는 78%가 프로그램D를 선택했다. 즉 위험회피 심리에 따르면 당연히 확실성이 큰 프로그램C를 선호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600명 가운데 200명이 사는 것이나 400명이 죽는 것이나 똑 같은 상황임에도 사람들이 다르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바로 조삼모사 상황이다. 즉 사람들은 동일한 내용이라도 긍정적으로 묘사될 경우 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이 있는 이유다.

 

● 남성이 프레임에 더 약해

 

그렇다면 이런 비합리적인 결정을 이끌어내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현상일까.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 최근호에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보노보와 침팬지를 대상으로 프레이밍 효과를 알아본 연구결과가 실렸다. 현대판 조삼모사 실험인 셈이다.

  

istockphot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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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듀크대와 예일대 연구자들은 보노보 17마리, 침팬지 23마리 등 유인원 40마리를 대상으로 프레임을 달리해 먹이를 선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대체로 과일을 땅콩보다 선호한다. 연구자들은 먼저 과일 1.5회분에 해당하는 땅콩의 분량을 정하는 실험을 했다. 즉 땅콩의 양을 달리하며 선택이 반반이 되는 지점을 찾았다.

 

첫 번째 프레임은 ‘획득 조건’이다. 유인원들은 과일 1회분과 과일 1.5회분에 해당하는 땅콩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처음엔 대부분 땅콩을 선택하겠지만 어쩌다 과일을 선택할 경우 2회분을 받기도 한다. 즉 유인원이 과일을 선택했을 때 1회분과 2회분(획득)이 반반의 확률로 주어져 결과적으로 기댓값이 1.5회분이 된다. 반복 실험을 통해 유인원들은 이를 깨달았다.

 

두 번째 프레임은 ‘손실 조건’이다. 유인원들은 과일 2회분과 과일 1.5회분에 해당하는 땅콩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처음엔 대부분 과일을 선택하겠지만 이 경우 1회분만 받을 때(손실)도 있다. 즉 유인원이 과일을 선택했을 때 1회분과 2회분이 반반의 확률로 주어져 결과적으로 기댓값이 1.5회분이 된다. 역시 반복 실험을 통해 유인원들은 이를 파악했다.

 

이렇게 훈련이 된 유인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자 첫 번째 프레임에서 59.6%가 과일을 선택한 반면 두 번째 프레임에서는 과일을 선택한 비율이 47.7%에 그쳤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1981년 논문에 나와 있는 실험과 같은 패턴이다(유인원이 사람보다 좀 더 ‘합리적’인 존재라 프레임에 따른 차이가 적은 걸까?).

 

이런 경향은 보노보냐 침팬지냐에 따라서는 차이가 없었지만 성별에 따른 차이는 있었다. 즉 수컷인 경우 프레이밍 효과가 더 컸고 암컷은 프레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참고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왔다. 즉 남성은 프레이밍 효과가 두드러졌고 여성은 연구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다.

 

조삼모사, 즉 프레이밍 효과는 인간의 비합리적 의사결정 패턴이 아니라 유인원이 공유하는 ‘긍정의 심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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