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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검 vs 흰금 드레스 논쟁…끝나지 않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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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01일 23:38 프린트하기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드레스 사진 - 텀블러 제공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드레스 사진 - 텀블러 제공

전 세계를 강타한, 때 아닌 ‘색깔 논쟁’이 조금은 잦아든 듯합니다.


한 드레스 사진을 두고 어떤 이는 파란색에 검은 줄무늬(파검)라고 말하는 반면 흰색 바탕에 금색 테두리(흰금)로 보인다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국내외 여러 설문조사에서는 ‘흰금’으로 답한 비율이 2배 이상 많았다고 합니다. 디지털 중앙일보 조사결과에서는 561명 중 380명(68%)이, 미국 온라인매체 버즈피드(Buzzfeed)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74%가 흰색과 금색으로 답했다고 하는데요.
 
포토샵 개발사인 어도비(Adobe)사가 “파란색과 검은색이 맞다”고 정답을 밝힌 이후로는 흰색과 금색으로 보였던 이유가 무엇인지가 또 하나의 논쟁거리가 됐습니다.

 

국내외 매체들은 의사, 과학자 등을 취재하며 안구 속 파란색 수용체가 적으면 흰색으로 보일 수 있다는 해설부터, 시각정보를 뇌에서 추출∙보정할 때 개인차가 발생한다는 분석, 어두워지면 적색은 어둡게, 청색은 밝게 보이는 푸르키니에 효과(Purkinje effect)를 언급한 설명까지 다양한 원인을 제기했는데요.

 

가장 널리 인정받는 해석은 미국 과학전문지 ‘와이어드(wired)’가 설명한 색채 항상성(color constancy)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주변 조명 환경이 달라져도 우리 눈은 계속 같은 색상으로 보려고 하는 성질을 말하는데요. 색체 항상성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서 드레스 본래의 색깔인 ‘파검’이라고 말한 사람이 더 뛰어난 색채 항상성을 지녔다는 분석입니다.

 

[좌] 애드벌룬의 파란색∙초록색∙흰색 띠에 그늘이 져도 우리 눈은 계속 같은 색으로 인식한다. [우] B는 A보다 밝은 색이다. 그림처럼 B에 그늘이 져도 A보다 밝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 A와 B는 같은 색이다. - 위키피디아 제공
[좌] 애드벌룬의 파란색∙초록색∙흰색 띠에 그늘이 져도 우리 눈은 계속 같은 색으로 인식한다. [우] B는 A보다 밝은 색이다. 그림처럼 B에 그늘이 져도 A보다 밝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 A와 B는 같은 색이다. - 위키피디아 제공

 

하지만 여전히 개운치 않습니다. 색체 항상성이 어떤 메커니즘을 거쳐 파검을 흰금으로 보이게 하는지 설명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 많은 색 중에 왜 하필 ‘흰색’과 ‘금색’인지도 딱 떨어지게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더구나 많은 네티즌이 제기했듯, 처음에는 흰금으로 봤다가 나중에 다시 보니 파검으로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본지에서는 ‘광표백(Photobleach)’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남은 의문을 풀어보려 합니다.

 

◇ 광표백 현상, 로돕신이 사라지며 생기는 잔상효과

 

우리 눈은 빨강(R), 초록(G), 파랑(B)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을 인식합니다. 우리는 이 세 가지 색을 조합해 일상에서 보는 수많은 종류의 색을 인식합니다. 망막의 원추체(cone cell)라는 세포가 그 역할을 하는데요. 세 종류의 원추제가 RGB를 각각 인식하게 됩니다. 이때 원추체는 로돕신(rhodopsin)이라는 색소 단백질을 이용합니다. 로돕신은 밝은 환경에서 더 작은 분자로 분리돼 없어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만일 B 원추체의 로돕신이 더 많이 없어질 경우 파란색을 본래 색깔대로 인식하지 못하는데요. 우리 뇌는 부족한 로돕신으로도 파란색을 보기 위해 감도를 조절하는 등 서서히 ‘적응’을 하게 됩니다. 그 사이 로돕신이 충분히 만들어지면 파란색을 다시 제대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로돕신이 회복되기까지 잠깐의 시간 동안, 우리는 잔상효과(afterimage)를 경험하게 됩니다. 밝은 전등을 한참 바라보다 물체를 보면 밝은 잔상이 남아 본래 색보다 바래보이는 경우를 떠올리면 됩니다.

 

이는 흰색을 오래 볼 때 나타나는 효과이기도 합니다. 흰색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색입니다. 가령 흰색 바탕에 파란색 네모가 있다면, 우리 눈은 파란색만 보는 게 아니라 흰색 바탕도 함께 인식하는데요. 이때 생기는 흰색의 잔상효과 때문에 파란색 네모는 실제보다 ‘밝은 파란색’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 현상이 바로 ‘광표백’입니다. 광표백 효과가 클 경우 파란색은 결국 흰색에 가깝게 보일 겁니다. 논란을 일으켰던 드레스 사진을 보면, 오른쪽에서 강한 조명이 들어오고 전체적으로는 환한 톤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 사진을 처음 보거나 언뜻 보는 경우, 누구나 처음에는 광표백 현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모니터나 조명의 미묘한 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색온도가 7200K인 모니터는 파란색(B)이 많이 포함돼 차가운 느낌을 주는 반면 5400K인 모니터는 파란색이 상대적으로 적어 온화한 색감을 줍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아이폰 계열 제품이 이렇습니다. 따라서 아이폰으로 드레스의 파란색을 힐끗 봤다면, 파란색이 흰색에 가깝게 보일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거죠. 거기에 북미나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실내에서 R과 G가 강조된 온화한 느낌의 주광색 계열 조명을 많이 쓰는 점도 변수가 됩니다.

 

◇ 과거의 ‘기억’이 노란색을 금색으로

 

그렇다면 검정색은 왜 금색으로 보일까요?

 

미국 과학전문지 ‘와이어드(wired)’가 분석한 색 분석 - wired 제공
미국 과학전문지 ‘와이어드(wired)’가 분석한 색 분석 - wired 제공

사진 속 검정색을 RGB로 분석하면, 완벽한 검정색은 아닌데요. 사진에서 ‘R:G:B=128:110:70’이라고 나와 있듯, 빨간색(R)과 초록색(G)이 파란색보다 훨씬 많이 섞여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잔상에 따른 광표백이 일어나고, 거기에 온화한 색감의 모니터라면 파란색(B)은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결국 검정색은 ‘노란색’ 계열로 보이게 되죠. 아래 그림에 나와 있듯, 남아 있는 R과 G를 합치면 노란색이 되기 때문입니다!

 

빛의 삼원색 - 위키피디아 제공
빛의 삼원색 - 위키피디아 제공

여기에 덧붙여 ‘기억색(memorial color)’이란 개념도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우리 뇌가 고정관념처럼 갖고 있는 색채, 색감을 의미하는데요. 예를 들어 바다는 실제 여러 색을 포함하지만 우리는 바다 하면 파란색을 떠올리게 됩니다. 금(金)도 마찬가지입니다. 밝은 노란색에 반짝이는 색감을 떠올린다면 이것이 바로 금에 대한 기억색이 됩니다.

 

따라서 드레스의 검정색이 광표백 효과로 노란색 계열로 보이는데다 오른쪽의 강한 조명 때문에 반짝이는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우리 무의식은 ‘금’을 떠올리게 되는 거죠. 이때 금에 대한 기억색이 작용하면서 순간 우리 뇌는 반짝이는 금색이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 사람마다 다른 반응과 회복

 

정리하자면 사람에 따라 환한 빛에 반응하는 정도와 로돕신이 복구되는 속도 등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잔상효과에 덜 민감하거나 광표백효과에서 회복하는 속도가 남들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파란색과 검정색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엔 흰금으로 보였다가 나중에는 파검으로 보이는 현상도 이러한 적응 속도의 차이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본래 드레스의 색깔이 파검이란 걸 알게 됐거나, 파검으로 한번 보기 시작했다면 기억색의 작용 때문에 이후부터는 계속 파검으로만 보이게 됩니다.

 

도움말 서종모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서울대병원 안과 겸무교수, 대한검안학회 학술이사

 


서영표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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