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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C 이번엔 암흑물질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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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C 이번엔 암흑물질 찾는다

2015.03.04 18:00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과학사건’으로 거대강입자가속기(LHC) 재가동이 꼽힌다.
스위스 제네바 근교에 위치한 LHC는 역사상 최대의 가속기이자, 인간이 만든 가장 큰 기계다.
2013년 2월부터 2년간 업그레이드를 위해 잠시 잠들었던 LHC가 올해 3월 눈을 뜬다.
힉스 입자를 발견해 표준모형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LHC에서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일이 일어날까?

 

CERN 제공
CERN 제공

 

입자물리학에서 연구하는 현상은 원자핵보다도 훨씬 작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 혹은 우주가 빅뱅에서 탄생한 지 1억 분의 1초보다 이전의, 극히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현재 우주에서 이런 상태를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가속기를 이용해서 양성자나 전자를 가속시켜 큰 운동에너지를 가지게 한다. 그 다음 서로 충돌시켜 우리가 원하는 높은 에너지 상태를 얻는다. 이런 가속기를 충돌장치(Collider)라 한다. LHC의 C가 바로 충돌장치라는 의미다.
 
LHC는 지난 2008년 완성돼 2010년부터 데이터를 내기 시작했다. LHC에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불과 3년 동안 얻은 데이터로, 과학자들은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예측했던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 덕분에 50년 전 힉스 입자를 예측한 과학자 프랑수아 엥글레르와 피터 힉스는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입자물리학은 물질 세상이 무엇으로 이뤄져 있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입자물리학에서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인 쿼크와 렙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행동하는지 ‘표준모형’으로 설명한다. 힉스 입자는 표준모형에서 대칭성과 질량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인 힉스 메커니즘이 일어날 때 나타나는 입자다. LHC에서 힉스 입자가 발견됨으로써 우리는 표준모형이 올바른 이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LHC는 2013년 2월 가동을 마치고 업그레이드를 위해 2년간 휴식에 들어갔다.

 

가속기 내부를 나타낸 모형. - CERN 제공
가속기 내부를 나타낸 모형. - CERN 제공

 

● LHC, 뭘 업그레이드하는 걸까
 
LHC는 3월 재가동을 위해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든 쌍극자 자석이 장착됐고, 초전도 전자석을 가동하기 위해 가속기 온도를 영하 271.25℃로 낮췄다. 둘레가 27km에 달하는 원형의 LHC는 수소의 원자핵인 양성자를 가속시켜서 충돌시키는 장치다. 이름의 H는 하드론(Hadron)을 뜻하는데, 이는 강한 핵력이 작용하는 입자라는 뜻이다. 양성자가 바로 대표적인 하드론이므로 LHC는 양성자 충돌장치라는 뜻이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LHC가 본래 가지고 있던 최대 성능을 끌어내기 위한 작업이었다. 애초에 설계되기를 LHC는 두 개의 양성자를 각각 7조eV(전자볼트)로 가속하고 정면충돌시켜서 14조eV의 에너지 상태를 만들어내도록 했다. 그러나 2010년과 2011년에는 절반인 7조eV에서 충돌을 일으켰고, 2012년에는 조금 더 에너지를 올려서 8조eV에서 충돌실험을 했다. 지난 2년간의 휴지기는 LHC가 최대성능인 14조eV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전 소장 롤프-호이어는 “오랜 휴식 끝에 LHC가 근본적으로 새로운 기계가 됐다”고 강조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발표에 따르면 LHC는 3월 23일부터 다시 가동을 시작해서 13조eV에서 양성자를 충돌시킬 예정이며, 8월경에 빔의 밀도를 최고로 올려서 충돌 횟수가 최대치에 이를 것이다. 11월 초까지 양성자 실험을 한 뒤 한 달 동안은 납이온 가속 실험을 하고 12월 14일에 올해 가동을 마친다. 이런 식으로 3년간 가동한 뒤 LHC는 다시 양성자를 좀 더 가속시켜서 14조eV까지 충돌에너지를 올려서 가동할것이다.
 
왜 LHC는 업그레이드를 한 걸까. 새로운 실험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표준모형은 지금까지 거의 모든 실험 결과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론의 세부까지 잘 검증됐다. 그러나 여러 가지 불완전한 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표준모형은 쿼크와 렙톤의 질량값을 전혀 설명하지 못하며, 힉스 입자의 질량값은 양자역학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또 표준모형은 전자기력과 강한 핵력, 그리고 약한 핵력이라는 세 가지 상호작용을 기술하는데, 왜 세 가지 상호작용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표준모형은 분명 옳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심오한 이론으로 설명돼야 하며, 그렇게 될 것이라고 물리학자들은 믿고 있다. 이것이 바로 더 높은 에너지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는 이유다. 표준모형을 넘어선 새로운 물리학 법칙을 찾기 위해서다.

 

CERN은 2013년부터 2년간 LHC를 업그레이드 했다. - CERN 제공
CERN은 2013년부터 2년간 LHC를 업그레이드 했다. - CERN 제공

 

● 힉스 입자, 암흑물질, 초대칭성 그리고...
 
우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는 새로 발견한 입자인 힉스 입자에 대해서 더 자세히 연구하는 일이다. 지난 실험에서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확인하고, 질량을 측정했으며, 힉스 입자가 어떻게 붕괴하는지를 주로 측정했다. 다시 실험을 시작하면 힉스 입자의 여러 성질을 더욱 정확히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가동되는 LHC에서는 더 많은 힉스 입자가 만들어질것이기 때문이다. 표준모형에서 가장 미묘한 부분이 바로 힉스 메커니즘이므로, 더 심오한 수준의 물리법칙이 힉스 입자를 통해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이 기대하는 또 다른 현상은 암흑물질과 관련된 것이다. 암흑물질은 지금까지 우주에서 이상한 중력 현상의 형태로 관측됐다. 즉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중력의 원천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현상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발견됐던 것이다. 현대우주론은 암흑물질의 전체 양을 추산해 냈으며, 입자물리학은 새로운 입자를 도입해서 암흑물질을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LHC에서는 암흑물질을 직접 만들어서 검출하고자 한다. 만약 성공한다면, 암흑물질의 성질을 구체적으로 알아내서 표준모형보다 더 근본적인 입자물리학 이론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걸음을 내딛을 것이다.
 
과학자들이 LHC에서 발견하려고 하는 새로운 현상 중 지금까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아온 것은 초대칭(Supersymmetry)이라는 이론에서 예견하는 현상들이다. 초대칭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매우 특수한 대칭성이다. 입자물리학자들이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론적인 도구는 양자 장 이론인데, 초대칭성은 바로 양자 장 이론에서 만들 수 있는 최대한의 대칭성이다. 자연에 가장 간단한 형태로 존재한다면, ‘물질과 힘 사이의 대칭성’이 된다. 즉 물질이 존재하면 그에 상응하는 힘을 매개하는 입자가 있고, 또 힘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전자나 쿼크에 대칭적인 짝을 이루는 힘은 존재하지 않고,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에 상응하는 물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초대칭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자연에 존재하는 대칭성은 많은 경우에 정확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깨진 형태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우리 얼굴은 좌우 대칭 형태로 생겼는데, 실제로는 완전히 좌우가 똑같은 게 아니라 약간 대칭성이 깨져 있다(그러나 그 대칭성이 존재한다 는 것 역시 쉽게 알 수 있다). 입자물리학의 상호작용 중에도 약한 핵력은 힉스 입자가 관계하는 힉스 메커니즘에 의해 깨져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초대칭성도 깨진 상태라면 대칭성이 깨진 쪽에 해당하는 입자들은 초대칭성이 깨질 때의 에너지 스케일에 상당하는 질량을 가지게 된다. 이 에너지 스케일이 우리 우주의 현재 상태보다 매우 높으면 보통의 실험에서는 초대칭 입자들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LHC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만약 LHC의 에너지가 초대칭 입자들의 질량에 이르면 우리는 그 입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가까이만 가도 표준모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LHC를 통해 ‘신의 입자’라는 별명을 가진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 - CERN 제공
과학자들은 LHC를 통해 ‘신의 입자’라는 별명을 가진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 - CERN 제공

 

● 새로운 세계를 향한 문
 
이 밖에도 표준모형에서 설명하는 세 가지 힘이 왜 지금과 같은 형태인지를 설명하고자 하는 대통일 이론, 중력이 다른 힘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려고 우리 우주의 시공간의 형태를 탐구하는 덧차원 이론 등 여러 이론들이 LHC에서 검증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입자물리학자들은 수많은 실험과 이론적인 도전을 통해서 거의 모든 물질 세상을 설명하는 표준모형을 만들었다. 이제 우리는 우주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를 더욱 발전시키려고 한다.
 
물리학자들은 언제나 정말로 새로운 것을 찾고 싶어 하기 때문에, 다시금 이 거대한 기계의 스위치 앞에 서서 그동안 스스로가 해왔던 노력과는 모순된 소망을 품고 있다. 재가동된 LHC에서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물리학 법칙으로 이끌어 줄 것이고 그로부터 우리는 물질의 본질에 대해, 우리 우주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강영
경상대 물리교육과 교수.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입자물리학 이론을 공부해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 중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에서 LEP 가속기 연구에도 참여했다. 2011년 2월 물질의 근본을 찾기 위한 물리학자들의 노력을 담은 책 ‘LHC, 현대물리학의 최전선(사이언스북스)’을, 2012년 6월 본다는 개념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현대물리학을 소개하는 책 ‘보이지 않는 세계(휴먼사이언스)’를 펴냈다. kylee.phys@gnu.ac.kr

 

※ 더 많은 과학기사를 2015년 3월호 과학동아에서 만나보세요. <과학동아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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