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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하게 생겼다고 까칠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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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하게 생겼다고 까칠한 건 아니다!

2015.03.06 10:22
istockphot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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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학은 사람의 얼굴 생김새를 가지고 그 사람의 운명이나 수명, 성격 따위를 파악하는 학문을 말합니다. 일단 널리 알려진 정의에 따라 학문 이라고 쓰긴 했지만, 이 칼럼의 성격을 생각하면 앞으로 제가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있을 겁니다.
 
● 근거도 없고 기준도 없고
 
일단 운명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이건 볼 것도 없이 허무맹랑한 소리입니다.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한두 개가 아닙니다. 얼굴만 가지고 운명이 결정된다면 사는 데 고민이 없겠습니다. 이미 부와 명예를 얻은 연예인을 앞에 두고 부귀영화를 얻을 상이라는 얘기는 저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관상을 본다는 사람들은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이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식으로 빠져나가겠지만, 그건 하나마나 한 소리죠. 수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얼굴을 보고 수명을예측할 수 있다면 보험회사에서 꼭 필요한 인재라며 스카우트해 갔을 겁니다.
 
소위 '철학관'이라는 곳에서 소개하고 있는 관상학 강좌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코가 길면 학문을 하기 좋아한다거나, 부처귀라고 귀가 두둑하게 늘어지 있으면 장수할 운명이고, 눈꼬리에 점이 나있으면 장수할 운명이고, 눈꼬리에 점이 있으면 애정 관계가 복잡하다는 따위의 주장이 난무합니다.
 
명확한 근거도 기준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다면 그렇다는 식이지요. 얼굴은 거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이 될텐데, 그러면 유전자에 운명이 새겨져있다는 소리 일까요?
 
● 성형하면 관상이 바뀔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하지만 "얼굴이 그 사람의 삶에 전혀 영행을 끼치지 않느냐?”라고 묻는다면 저도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습니다. 외모는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끼칩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배우지만, 외모를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재단하려는 경향은 분명히 있습니다. 성형수술을 통해 호감이 가는 외모로 탈바꿈한 사람들이 삶이 바뀌었다며 눈물짓는 모습이 거짓말은 아닐 겁니다.

 

위축돼 있던 자신감을 되찾는다면 분명 삶이 바뀔 수는 있습니다.이런 효과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면 성형수술을 하면 근본적인 관상자체도 바뀌는지 궁금해집니다. 찾아보니 실제로 관상 때문에 성형수술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하네요. 하지만 여기에 대해 명확한 대답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심상’이라는 것을 강조하더군요. 삶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운이 관상에 영향을 미치고, 이게 더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링컨이 했다는 “40세가 넘어가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표지만 보고 책을 평가하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누가 옳을까요. 연구에 따르면 후자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2007년 학술지 '영국심리학저널'에 실린 영국 스텔링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첫인상을 가지고 평가한 사람의 성격은 그사람의 실제 성격과 일치 하지 않았습니다. 링컨의 말은 마음을 좋게 쓰라는 뜻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곧이 곧데로 받아들여 얼굴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면 잘못된 판단을 하기 십상입니다. 호감을 자아내지는 않는 외모를 지닌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 얼굴 보고 판단하지 말자
 
관상은 우리 문화에 깊이 침투해 있습니다. 심지어는 대학교에 과도 있더군요. 일전에 지하철에서 학과 광고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의 인상이 중요한 건 사실이니 인상을 좋게 만드는 법을 가르친다는 취지라면 그러려니 할 텐데, 개설교과목에 ‘달마상법’, ‘동양상법’, ‘사상체질’ 같은 게 들어있는 걸 보면 좀 의심스럽습니다.
 
홈페이지의 학과 소개에는 “얼굴에 나타난 타고난 유전자와 적성을 읽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조직 관리에 성공, 사회적 발전에 기여하게 됩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얼굴에서 유전자와 적성을 읽어서 조직 관리에 활용한다니 저라면 그런 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지않을 것 같습니다.
 
언론도 별다를 것 없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도 언론에서 각 후보의 관상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일이 흔하지 않습니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언론이 과학적으로 볼 때 아무 근거도 없는 관상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람이 외모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는 게 본능이라고 해도 그걸 없애는 쪽으로 노력해야지, 관상 운운하면서 가중시키는 건 안 될 말입니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3-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주위에서 접하는 각종 속설, 소문 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까칠한 시선으로 따져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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