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6억 년 전 해면 동물 화석 발견

통합검색

6억 년 전 해면 동물 화석 발견

2015.03.16 18:00

지난해 번역 출간된 영국 옥스퍼드대 고생물학자 마틴 브레이저 교수의 책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를 읽다보면 찰스 다윈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쓰면서 가장 곤혹스러워 했던 부분, 캄브리아기 이전을 말한다. 즉 캄브리아기 지층에서는 그렇게도 흔한 화석이 왜 바로 아래 지층에서부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냐는 것이다. 자연선택을 통한 점진적인 진화를 주장했던 다윈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상이었고 결국 다윈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아래 지층에서는 생물이 화석화가 되지 못한 결과라는 궁색한 가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1859년 초판이 나온 뒤 1872년 6판이 나올 때까지 다윈의 고민은 본질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았지만 다윈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발견이라고 생각되면 새로 판을 짤 때 반영했다. 그러다보니 6판에 캐나다에서 발견된 ‘에오조온 카나덴세’의 화석 소식을 듣고 “에오조온은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하등한 강(綱)에 속한다”며 “따라서 내가 1859년에 쓴바(초판), 캄브리아기 오래전에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표현은 사실임이 입증되었다”고 쓰기도 했다. 그러나 훗날 에오조온은 화석이 아니라 고온에 의해 변성된 광물임이 밝혀졌다.

 

브레이저 박사는 책에서 다윈에 대해 ‘병주고 약주는’ 식의 평가를 하고 있는데, 즉 캄브리아 대폭발(5억4200만 년 전부터 수백 만 년 사이에 다양한 동물 화석이 갑자기 나타난 사건)은 허구라는 다윈의 주장은 틀렸지만 그 전에도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했을 거라는 주장은 맞다는 것이다. 즉 캄브리아기를 전후해 동물의 형태가 급변하면서 화석으로 남기 쉬운 구조의 동물이 등장했기 때문에 이런 극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것. 하지만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캄브리아기 이전에도 다양한 생물체가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레이저 박사는 캄브리아 대폭발의 원인에 대해 아직 모르고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거라며 다만 유력한 가설이 몇 가지 나와 있다고 설명한다. 브레이저 박사 자신도 가설을 내놓았는데, 바로 입의 등장이다. 즉 동물에서 입이 진화하면서 다른 동물을 잡아먹을 수 있게 됐고 이때부터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진화경쟁이 촉발됐다는 것. 그 결과 외피가 딱딱한 동물이 나왔고 화석으로 남게 됐다는 말이다.

 

아무튼 1947년까지 선캄브리아 시대에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동물 화석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1948년 호주의 광물조사관 레지널드 스프리그가 호주 플린더스 산맥에 있는 한 폐광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우연히 사암 조각에서 화석을 발견했다. 훗날 ‘에디아카라(Ediacara) 화석군’으로 불리게 된 선캄브리기아 시대의 이 화석들은 다양한 동물화석으로 여겨졌지만 1980년대 독일의 고생물학자 아돌프 자일라허가 이들을 단세포 생물의 군체일 뿐이라며 통칭해 ‘벤도비온트(vendobiont)’라고 명명하며 캄브리아기에 출현한 동물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계통이라고 주장하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에디아카라 화석군에 진정한 동물이 포함돼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아무튼 에디아카라(스프리그가 화석을 발견한 양 목장의 옛 토착어 이름)는 지질시대를 나타내는 말로 살아남아 선캄브리아시대 원생누대 신원생대의 마지막인 에디아카라기는 6억3500만~5억4200만 년 전을 가리키고 있다.

 

● 인산염암에서 보존상태 완벽한 화석 찾아

 

6억 년 전 인산염암에서 발견된 해면 화석의 현미경 사진. 보존 상태가 꽤 좋다. - PNAS 제공
6억 년 전 인산염암에서 발견된 해면 화석의 현미경 사진. 보존 상태가 꽤 좋다. - PNAS 제공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에는 6억 년 전 에디아카라기의 동물화석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오늘날 해면동물과 비슷한 형태인 이 동물은 길이가 1.2mm에 불과하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세포 하나하나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심장을 연상케 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즉 속이 비어있는 통 구조인데 위가 뻥 뚫려있다. 그리고 벽을 자세히 보면 물이 드나들 수 있게 작은 틈이 있다. 바로 해면에서 볼 수 있는 구조다. 즉 벽의 틈으로 물이 들어올 때 영양분을 잡아채고 나머지 물은 위의 큰 구멍으로 나가게 설계돼 있다는 말이다.

 

해면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동물로 세포군체와 진정한 다세포동물(진정후생동물)의 중간 형태다. 게놈서열을 비교한 결과 해면과 다른 동물과는 7억~8억 년 전에 갈라진 것으로 추정되지만(따라서 캄브리아 대폭발 훨씬 이전이다) 아직까지 선캄브리아기의 해면이라고 확신할 만한 화석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중국 남부 더우산퉈층 인산염암에서 발견된 이 화석은 세부 구조를 비교한 결과 현생 해면 네 강(綱) 가운데 어느 것으로도 분류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선조격으로 볼 수 있다고 저자들은 주장했다. 한편 6억 년 전 해면이 존재한다는 건 이들과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진정후생동물의 선조들도 살았을 거라는 뜻이다. 즉 아직 이들의 화석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는 말이다(어쩌면 에디아카라 화석군에서 이미 찾았을지도 모르지만).

 

● 동물의 배아냐 미생물 무리냐

 

이번에 해면 화석이 발견된 더우산퉈층 인산염암은 선캄브리아기 미(微)화석의 보고로 1990년대부터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즉 보존상태가 완벽한 진핵세포의 미화석이 가득한데 그 가운데 다세포 생물의 화석도 꽤 된다. 1998년 중국 베이징대 장윈 교수와 미국 최고의 고생물학자로 꼽히는 하버드대의 앤드류 놀 교수는 학술지 ‘네이처’에 6억 년 전 동물의 배아 화석을 발견했다고 보고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즉 지름이 400~500마이크로미터(㎛)인 공 모양의 이 화석은 마치 분열 중인 수정란처럼 화석 개체에 따라 세포가 두 개, 네 개, 여덟 개 등으로 나뉘어 있었고 분열이 진행되어도 공의 크기가 그대로라 세포 하나의 크기는 작아졌다. 바로 수정란의 분열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메가스페라(Megasphaera)라고 명명된 이 생물체는 더 나중의 발생단계인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 어떤 성체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당시 저자들은 밝혔다.

 

 

 

6억 년 전 동물 배아라고 알려진 화석(위)과 단세포 진핵생물인 볼복스가 세포분열을 한 상태(아래)를 비교한 현미경 사진. 이를 토대로 이 화석이 동물 배아가 아니라는 주장이 2011년 제기됐다. - 사이언스 제공
6억 년 전 동물 배아라고 알려진 화석(위)과 단세포 진핵생물인 볼복스가 세포분열을 한 상태(아래)를 비교한 현미경 사진. 이를 토대로 이 화석이 동물 배아가 아니라는 주장이 2011년 제기됐다. - 사이언스 제공

 

 

그런데 3년 뒤인 2011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놀라운 주장을 담은 논문이 실렸다. 1998년 메가스페라 화석은 배아가 아니라 현생 동물과는 관계가 없는 멸종한 계열인 단세포 진핵생물이 세포분열을 한 상태일 뿐이라는 것. 즉 세포가 이런 패턴으로 분열되는 건 배아발생 뿐 아니라 볼복스 같은 단세포 진핵생물에서도 보이는 현상으로 볼복스는 이런 식으로 12번(4096개 세포)까지 분열할 수 있다. 저자들은 더우산퉈 ‘배아’를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상피세포 같은 분화된 세포 형태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3년이 지난 2014년 12월 11일자 ‘네이처’에는 더우산퉈의 배아 화석이 진짜 배아가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1998년 논문의 공동저자로 당시 놀 교수팀의 박사후연구원이었던 샤오 수하이 미 버지니아텍 교수도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 저자들은 분화가 좀 더 진행된 배아 화석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 화석은 세포의 분화된 형태와 성세포-체세포 분리, 세포사멸 등 배아발생이 확실한 장면들을 담고 있다고.

 

3_분화가 더 진행된 배아 화석이 발견되면서 2011년 반박에 재반박을 한 논문이 2014년 발표됐다. 그러나 배아 안에 작은 세포로 분열한 덩어리들(마트료시카스, 흰 화살표)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현생 동물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생물일 가능성이 커졌다.  - 네이처 제공
3_분화가 더 진행된 배아 화석이 발견되면서 2011년 반박에 재반박을 한 논문이 2014년 발표됐다. 그러나 배아 안에 작은 세포로 분열한 덩어리들(마트료시카스, 흰 화살표)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현생 동물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생물일 가능성이 커졌다.  - 네이처 제공

한편 어떤 화석 시료에서는 저자들이 마트료시카스(matryoshkas)라고 명명한, 현생 동물의 배아에서는 보이지 않는 현상이 관찰됐다. 인형 속에 작은 인형이 있고 그 인형 속에 더 작은 인형이 있는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인형에서 따온 말로, 배아 안에서 별도의 작은 세포 덩어리가 분열하는 현상이 확인된 것. 따라서 메가스페라는 현생 동물의 먼 조상이거나 별도의 계통을 밟은 복잡한 다세포 진핵생물이라고 저자들은 추측했다.

 

브레이저 교수는 ‘다윈의 잃어버린 세계’에서 에디아카라 생물군을 둘러싼 혼란이 벌어진 이유가 ‘모파오티오프(Mofaotyof) 원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파오티오프는 러시아 고생물학자 이름이 아니라 ‘내 가장 오래된 화석이 네 가장 오래된 화석보다 더 오래된 거야(My Oldest Fossils Are Older Than Your Oldest Fossils’라는 문장의 약자다. 즉 모든 과학자는 제한된 가설로부터 최대한 대담한 가설을 세우려고 하고 그러다보니 무리를 한다는 것.

 

책에는 “틀림없는 해면 화석은 캄브리아기가 시작될 때까지 발견된 적이 없다”며 “그 전의 해면은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해면과 다른 구조였을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책의 원서는 2009년에 출간됐다. 만일 저자가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번 6억 년 전 해면 화석 발견이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다.

 

태그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4 + 5 = 새로고침
###
    * 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에는 실명확인 과정을 거쳐야 댓글을 게시하실수 있습니다..
    * 실명 확인 및 실명 등록 서비스는 선거운동기간 (2020. 4. 2 ~ 2020. 4. 14) 동안에만 제공됩니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