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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빨다’의 약은 무슨 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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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27일 01:33 프린트하기

지난 주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킹스맨>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B급 영화스러움과 적절한 ‘병맛 코드’가 어우러져 웃음을 이끌어낸 유쾌한 영화였다. 특히 위풍당당 행진곡에 맞춰 사람들의 머리가 펑!펑! 터지는 장면에서는 그 ‘병맛스러움’에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저 감독, 약 제대로 빨았구나.

 

다른 네티즌들도 “말로는 설명 못할 미친 영화인 듯”, “감독이 마약을 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킹스맨의 ‘약 빪’을 찬사했다. 킹스맨은 청소년관람불가등급임에도 누적 관객수 500여만 명을 동원하며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스로
스스로 '미친 것 같음'을 인정한 (킹스맨) 매튜 본 감독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약 빨다’는 본래 마약을 하는 행위를 의미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그 뜻이 조금 다르게 쓰여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콘텐츠를 보고난 뒤 내뱉는 찬사의 표현으로 통한다. 마약이 주는 순간적인 각성효과에 착안하여, 콘텐츠의 놀라운 창의성이 혹시 마약을 해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뜻이다.

 

최근 대중은 웹툰작가 조석의 <마음의 소리>나 귀귀의 <열혈초등학교>, 장수원이 출연한 LG 유플러스 광고, 롯데의 돼지바 광고, tvN의 예능프로그램 < SNL > , 노라조의 <니 팔자야> 뮤직비디오, 그리고 SNS 페이지 <부산경찰>, <리뷰왕 김리뷰>, <한국민속촌> 등 ‘제대로 약 빤’ 콘텐츠에 열광한다.

 

 

'약 빤' 컨셉트로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은 콘텐츠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웹툰 <마음의 소리>, LG 유플러스 CF, 페이스북 <부산경찰>, <니 팔자야> 뮤직비디오, tvN 예능프로그램 < SNL>

과학동아 페이스북를 운영하고 있는 필자도 주변으로부터 “약 좀 빨아보라”는 요구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말이 쉽지, 대체 무슨 약을 빨아야 그런 ‘약 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해 했다. ‘약 빨다’의 ‘약’은 마약을 뜻함이 틀림없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마약을 말하는 걸까? 지‘약’지기 백전백승이라고, 약을 알고 나를 알아야 비로소 약을 빨 수 있다.

 

필자는 제대로 약을 빨기 위해 대표적인 마약 후보 몇 가지를 추려보았다.

 

※ 우리나라의 마약류 관계법규에 따르면 마약류는 크게 3종류로 구분된다. <마약법>에서 분류하는 아편, 헤로인, 코카인 등과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이 분류하는 필로폰, 프로포폴 등의 약물, 그리고 <대마관리법>에서 규정하는 대마 등이다.

 

 

기분이 좋아지거나 자신감이 넘치게 된다는 효능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중독을 일으키고 심신을 피폐하게 만들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또 최근 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배우 김성민 씨나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여배우들 사건 등을 봤을 때, 위에서 언급된 마약들을 복용하면 ‘체포’가 된다는 것도 문제다.

 

 

※ 마약중독자들은 왜 마약이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일까?

 

마약중독자들도 마약이 자신의 생명력을 갉아먹고, 법에도 위배된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약을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성행위를 할 때 쾌감을 느끼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쥐의 뇌 특정부위를 전극으로 자극하면 쥐가 음식 섭취나 교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곳을 자극하면 쥐가 쾌감을 얻기 때문에 구태여 음식 섭취나 교미 행위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 부위를 ‘쾌감회로’라고 이름 지었다.

코카인이나 암페타민에 중독된 사람(좌)은 쾌감회로인 뇌의 전전두엽(분홍색 부분), 미상핵(원 안의 초록 점), 복측피개부위(붉은 점)에 도파민이 증가해 쾌감을 느낀다. - 과학동아 제공
코카인이나 암페타민에 중독된 사람(좌)은 쾌감회로인 뇌의 전전두엽(분홍색 부분), 미상핵(원 안의 초록 점), 복측피개부위(붉은 점)에 도파민이 증가해 쾌감을 느낀다. - 과학동아 제공

뇌의 여러 부위 중 가운데의 ‘복측피개부위(VTA)’, 그 앞쪽 아래에 있는 ‘미상핵’, 이마 바로 뒤의 ‘전전두엽’ 등이 쾌감회로에 속한다. 복측피개부위에서 만들어진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미상핵과 전전두엽으로 들어가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마약류를 복용하면 이 쾌감회로가 활성화된다. 그래서 음식이나 성행위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보다 훨씬 강력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쾌감회로로 장기간 고농도의 도파민이 들어가면 신경세포가 ‘글루탐산’을 많이 분비해 미상핵 주변의 신경세포들이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하는 물질들을 활성화시킨다. 또 약물에 의해 계속해서 도파민이 증가하면 급기야는 쾌감회로 전체가 변형되기에 이른다. 정상적인 쾌감회로의 경우 전전두엽은 쾌감을 추구하는 미상핵을 어느 정도 억제하지만, 쾌감회로가 변형되면 미상핵을 억제하는 힘도 약해진다.


변형된 복측피개부위는 약물에 대한 민감도를 증가시켜 약물을 ‘원하는 정도’를 강하게 만들고,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인 편도는 약물에 대한 기억을 계속 유지해 약물을 ‘갈구’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마약 중독자들은 마약이 자신의 몸을 해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물을 끊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합법적으로 빨 수 있는 약이 필요하다. 필자는 ‘약 빨기로 유명한’ 페이스북 인기 페이지 운영자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어떤 약을 빠시느냐는 질문에 <부산경찰> 운영자는 “듣도 보도 못한 참신한 인터뷰 요청에 감사하다”면서 자신이 빨고 있는 약은 “양배추환과 숙취해소용 액상 약, 그리고 당 보충을 위한 알사탕”이라고 밝히며 인증사진까지 남겼다.

 

(부산경찰) 운영자가 복용중인 마약 인증사진 - 페이스북 (부산경찰) 제공
(부산경찰) 운영자가 복용중인 마약 인증사진 - 페이스북 (부산경찰) 제공

 

온라인상에서 ‘약’하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한국민속촌>의 ‘속촌아씨’는 이미 많이 시달렸는지 처음엔 마약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필자의 끈질기고 진정성 있는 인터뷰 요청에 결국 마음을 열고 자신이 복용하는 마약이 ‘돼지고기’임을 조심스레 밝혔다. 그녀는 “고기를 먹지 않으면 키보드를 두드릴 힘조차 나지 않는다”며 처음 마약혐의를 부인했던 것과 달리 자신의 심각한 중독증세를 고백했다.

 

한편 '리뷰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리뷰왕 김리뷰>의 김리뷰 씨는 “제육덮밥과 과즙음료을 복용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하지만 그 둘을 같이 복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남용을 하면 자칫 살이 찌기 쉬우니 조절하며 섭취하라”고 충고까지 했다. 다행히 마약에 크게 중독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반면 자신을 목우촌에서 키우는 전속 동물연기자 겸 아이돌이라고 소개한 <농협목우촌 치킨 또래오래>의 운영자는 이미 심각한 마약 중독 상태인 듯 보였다. 그는 한약과 양약을 골고루 복용한닭”이라고 답하며 복용 때의 느낌을 열심히 설명했지만, 마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그의 설명을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또래오래) 운영자가 밝힌 마약복용 후의 느낌. 마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래) 마약복용 중이라며 보내온 인증사진. 자신을 동물인형이라 여기는 것으로 미뤄보아 마약중독에 의한 정신분열증이 의심된다.  - 페이스북 (농협목우촌 치킨 또래오래( 제공
(또래오래) 운영자가 밝힌 마약복용 후의 느낌. 마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래) 마약복용 중이라며 보내온 인증사진. 자신을 동물인형이라 여기는 것으로 미뤄보아 마약중독에 의한 정신분열증이 의심된다.  - 페이스북 (농협목우촌 치킨 또래오래) 제공

그들이 복용하는 마약은 의외로 평범했다.

필자가 깨달은 건 마법의 약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약빤 인간들이 각자 복용하는 것들이 결과적으로 마약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결국 사람이 문제라는 자책으로 귀결됐다. 이슬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지만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진짜 마약은 거들떠 보지 않기로 했다. 현직 경찰이기도 한 페이스북 <부산경찰> 운영자도 이렇게 충고했다.
 
“(혹시 마약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 손 거두는 게 좋을 겁니다. 헤어나오기 힘드니까요.”

 

 

<후기>
이 기사를 쓰기 위해 각종 마약을 검색하니 자꾸만 위와 같은 메시지가 뜬다. 곁에 누군가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다보니 오늘 밤은 외롭지 않을 것 같다.

 

 

<과학동아 페이스북 바로가기>

 


박꽃핀 에디터

kkotpin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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