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짓지도 않고 수출한 ‘스마트(SMART)’ 비결은?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5년 03월 27일 07:00 프린트하기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애증이죠, 애증. (웃음) 너무너무 좋은데 또 한편으로는 너무 힘들게 하니까 밉기도 하고…”
 

김긍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스마트개발부장이 지목한 ‘애증의 대상’은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다. 김 부장과 함께 스마트 홍보동영상에 출연한 아내는 “올해가 결혼 30주년인데, 그 중 17년 간 남편을 빼앗아 간 ‘경쟁자’가 스마트”라며 웃었다.

 

중소형 원자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를 개발해 온 연구원들. 왼쪽부터 김긍구 부장, 지성균 수석연구전문위원, 강한옥 책임연구원, 김종욱 책임연구원.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설계도 5500여 장, 부품은 100만 개 넘어 

 

스마트는 국내에서 실제로 원전을 짓지 않고 수출에 성공한 첫 번째 원전이다. 연구용 원자로나 대형 원전이 아니라 중소형 원자로 수출로는 세계 최초다. 이 때문에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가 2조 원 규모에 스마트 2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자 수출 비결에 관심이 쏠렸다. 

 

스마트는 1997년 자체 개발을 시작해 표준설계 인가를 받기까지 꼬박 15년이 걸렸다. 설계도만 5500여 장, 부품은 100만 개가 넘는다. 연구원들이 발품을 팔아 업체를 찾아가 직접 부품을 깎아 만들었다. 연구비가 없어 개발 중단 위기도 여러 번 겪었다. 

 

김 부장은 “원자력을 해수담수화 같은 비(非)전력 용도로 활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면서 스마트 연구가 시작됐다”며 개발 초기를 회상했다. 당시 새로운 원자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안전성. 연구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다가 일체형 구조를 떠올렸다. 증기 발생기, 가압기, 냉각재 펌프 등 주요 기기를 원자로 용기에 모두 집어넣었다. 이렇게 하면 지진 등으로 사고가 나더라도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소지가 아주 작다. 

 

일체형 원자로로 방향이 결정되면서 원자로에 들어갈 모든 기기를 새로 설계해야 했다. 가령 증기 발생기는 모양이 어찌됐건 노심에서 발생한 열로 증기를 만들어 터빈으로 내보내는 임무는 차질 없이 수행해야 했다. 강한옥 책임연구원은 “나선형 증기 발생기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면서 “증기 발생기 내부에 코일만 넣어 작고 압축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사우디제이션’의 롤 모델은 한국

 

지성균 수석연구전문위원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이번 협약을 위해서 책 한 권 분량의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협약 현장도 다녀왔다. 정년이 지났지만 우수연구원으로 뽑혀 정년이 4년 연장됐다. 그는 “스마트 개발 과정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중시하는 ‘사우디제이션(Saudization)’에 딱 들어맞았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을 ‘롤 모델’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제이션’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모든 연구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정책을 지칭한다. 인접국인 아랍에미리트(UAE)만 해도 원전에 들어가는 모든 기술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전 기술을 직접 개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런 점에서 복잡하고 정교한 원전 설계도를 100% 자력으로 그리고, 10분의 1 크기지만 실제 원전과 똑같은 모형을 제작하며 원전 기술 자립을 이룬 한국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계약을 마치고 3년간 공동설계를 진행한다. 설계 이후 바로 착공에 들어가면 건설에 약 5년이 소요되고, 2023년 스마트가 들어서게 된다.
 

현재 원자력연구원은 스마트 업그레이드에 돌입했다. 가칭 ‘스마트 플러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연구원들이 매주 모여 신기술 세미나를 열어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김종욱 책임연구원은 “최근 중국과 미국이 스마트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면서 “중국은 최근 스마트와 외형이 흡사한 원자로 ‘APC100’ 설계를 마쳤고, 부지 선정까지 끝냈다”고 밝혔다.
 

땅덩이가 넓은 중국은 대형 원전으로는 송전 효율이 떨어지는 지역이 많아 중소형 원자로가 필요하다. 누스케일(NuScale), 엠파워(mPower) 등 미국의 원전 업체들도 2020년 이후 중소형 원자로를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연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30년 중소형 원자로는 세계적으로 180기 필요하고, 2050년까지 450~800기가 추가로 건설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스마트 기술을 계속 향상시켜 더 안전하고 경제성도 뛰어난 중소형 원자로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5년 03월 27일 07:0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16 + 10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