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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도 잘 생겨야 하는 더러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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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도 잘 생겨야 하는 더러운 세상...

2015.04.14 18:00
HB엔터테인먼트, Everettdigital 제공
HB엔터테인먼트, Everettdigital 제공

지난해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많이들 보셨나요? 전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듣자하니 김수현이 연기한 도민준이라는 캐릭터가 외계인이라고 하더군요. 조선 시대에 지구에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으며, 시간을 멈추거나 미래를 보는 등 초능력을 부리기도 한답니다. 내용이야 우리나라 드라마가 으레 그렇듯이 연애 이야기입니다. 외계인이라고 별 수 있나요.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면 연애나 해야죠.
 
이 드라마에 대해 투덜거릴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이참에 드라마나 영화, 소설, 만화에 나오는 외계인 묘사를 가지고 이야기해보려는 겁니다. 물론 ‘별그대’ 같은 드라마처럼 과학적 검증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리고 대놓고 판타지로 가는 수도 있지요. 이런 경우는 말이 외계인이지 그냥 신비로워 보이게 붙인 설정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잘 생겼잖아요.
 
● 제대로 된 외계인을 보여줘
 
그런데 저처럼 까칠하고 외계인 좋아하는 사람을 만족시키려면 김수현 가지고는 안 됩니다. 생각해야 할 게 많죠. 일단 외모부터 봅시다. 외계인이 사람처럼 생길 리는 없지 않습니까? 문어 같이 생겼다거나, 지네 같이 생겼다거나……. 이렇게 지구의 생물을 바탕으로 삼는 것도 상상력 부족이긴 하죠. 외계행성에서 어떤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진화했을지 모르잖습니까.
 
소설이나 만화, 애니메이션에서는 상상한 대로 쓰거나 그리면 되니까 외계인도 다양하고 신기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CG에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인지 제약이 많습니다. 그럴수록 사람이 이상한 가발이나 뾰족귀 같은 걸 쓰고 나와서 외계인입네 하고 우기는 거지요. 어차피 서로 양해하에 넘어가고 보는 거지만, 저처럼 제대로 된 외계인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은 웁니다.
 
실제로 외계인이 있다면 진화한 환경에 따라서도 특징이 달라질 겁니다. 수중에서 진화했다면 물고기 같을 수 있고, 목성 같은 가스행성에서 진화했다면 칼 세이건의 상상처럼 열기구처럼 생겼을 수도 있겠지요. 중력이 매우 큰 행성이라면 납작하게 생겼을 수도 있고요. 굳이 사람과 주파수가 같은 음파로 의사소통을 할 이유도 없고, 똑같이 가시광선 영역을 볼 이유도 없고, 산소로 호흡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멀쩡히 숨 쉬고 걸어 다닌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제대로 묘사하려면 아마도 우주복도 입히고 호흡기도 달고 시각 장치도 달고 외골격도 입게 해야겠지요.
 
아주 운이 좋아서 지구 같은 환경에서 인간과 아주 비슷하게 진화했다고 해 보죠. 외계인이 지구의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요? 하다못해 다른 나라만 가도 먹는 걸 조심해야 할 때가 있는데, 외계행성의 먹거리라니요.
 
외계인이 우리처럼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같은 영양소를 이용할까요? 우리 몸의 단백질 성분으로 쓰이는 아미노산은 L형인데, 만약 외계인의 아미노산이 거울상인 D형이라고만 해도 똑같은 음식을 먹을 수 없겠죠. 외계인과 우리의 생화학은 다를 테니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 지구인과도 못하는 사랑을 외계인과 한다고?
 
마찬가지로 외계 바이러스에 인간이, 반대로 지구의 바이러스에 외계인이 감염된다는 설정도 문제가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와 달리 스스로 증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숙주의 유전물질을 이용해야 합니다.

 

인간과 외계인의 유전물질이 같을 가능성은 대단히 낮습니다. 지구에서도 바이러스가 종간 벽을 넘는 일이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독성 물질 쪽을 걱정하는 게 더 나을 겁니다. 어차피 그거 말고도 죽을 일은 많습니다.
 
유전자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인간이 사실은 외계에서 왔다는 설정도 좀 그래요. 생명체의 기원이 된 유기물질이 외계에서 왔다는 거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유독 인간만 똑 떼어내 외계에서 왔다는 이야기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아니, 인간과 유전자를 공유하는 수많은 생명체는 어쩌고요? 유전자를 99%나 공유한다는 침팬지는 당연하고, 식물만 해도 사람과 수십%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생명체가 모두 똑같은 조상에게서 나왔다는 데는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또, B급 SF나 판타지에서는 외계인-인간 혼혈을 등장시키기도 하고 그럽니다. 재미있자고 만든 설정이겠지만, 이제는 식상하죠. 말도 안 되고요. 외계인이 단성생식을 할 수도 있고, 성이 3종류 이상일 수도 있잖아요.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차이 정도는 찜쪄먹을 정도의 문화와 정서 차이는 어쩔 겁니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아이 낳는 것도 어려운데, 외계인과…. 아니, 어쩌면 날 사랑해줄 이는 지구에 없는 걸까요…?(눈물)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새서 죄송합니다. 요점은 과학에 근거를 둔 상상력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별그대’ 같은 것도 좋지만 언젠가 한 번은 제대로 된 외계인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겁니다. 물론 괴물 같은 외계인이 지구 중력에 적응하지 못해 허우적대는 것보다는 김수현이 나와 전지현과 키스하는 드라마가 더 인기 좋겠지만요.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3-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주위에서 접하는 각종 속설, 소문 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까칠한 시선으로 따져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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