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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많던 아이, 책이 바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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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많던 아이, 책이 바꿨죠”

2015.04.15 18:18

[편집자주] 과학의 달 4월도 반이 지났다. 하지만 사람들은 깊게 생각하고 함께 답을 찾는 ‘진짜 과학’은 외면하고, 디지털 세계와 스마트폰이 주는 얄팍한 즐거움에만 빠져들고 있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가 더욱 아쉬운 시점이다. 과학책을 읽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왜 중요한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가 왜 필요한지 살펴본다.

 

 

“중학생이었던 큰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잘 못했어요. 내 아이를 살리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 모임을 만들게 됐죠.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화현 씨(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청소년 독서모임을 시작한 2003년을 떠올렸다. 당시 중학교 2학년생이던 큰 아이는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가지 못했다. 백 씨는 ‘까짓 공부 좀 못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아이가 열등감이 점점 커지고 학교에서 자꾸 위축된다는 점이었다. 교사였던 백 씨는 정작 자신의 아이에게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아이 친구들과 동생 등 모두 6명을 모아 작은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 책을 통해 자신감을 얻다

 

청소년 대상으로 함께 읽는 독서모임 운동을 하고 있는 백화현 학도넷 공동대표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청소년 대상으로 함께 읽는 독서모임 운동을 하고 있는 백화현 학도넷 공동대표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백 씨의 큰 아이는 친구들과 고등학교 2학년까지 4년 동안 함께 책을 읽고 매주 한번씩 모여 토론을 했다. 책을 읽다가 저자가 궁금하면 그가 살았던 곳까지 방문했다. 친구들과 책을 읽고 나눈 의견들, 직접 조사한 배경지식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정리했다.


“아이가 조금씩 자신감을 갖는 모습이 보였어요. 고등학교 1학년 마치고 스스로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자신이 원하는 문학 전공으로 진학했어요. 하지만 독서를 통해 아이가 정서적 안정을 찾게 됐고, 자신의 길을 가게 된 게 훨씬 소중합니다. 전 독서가 아이의 생명을 살렸다고 믿어요.”


1기 독서모임의 중심이 큰 아이였다면 2기 모임은 작은 아이였다. 공부를 잘 했던 작은 아이는 소심한 면이 많았다. 백 씨는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둘째 아이는 인간관계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크다는 걸 깨달은 백 씨는 자신이 일하던 학교에서도 소그룹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었지만 백 씨와 동료 교사들의 열정 덕분에 가는 학교마다 수십 개가 넘는 독서모임이 생겨났다.


“저는 ‘도란도란 책모임’이라고 부르지만 공식 이름은 아니에요. 보통 4명 정도로 모임을 만들죠. 그래야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거든요. 일반 독서모임은 사실 입시나 공부가 중심이에요. 그러나 저희 책모임은 아이들이 중심이죠. 철저하게 자율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하게 합니다.”


백 씨는 올해초 교사직에서 퇴직하고 독서모임 운동 확산에 전념하고 있다. 전국을 다니며 교사나 도서관 직원들에게 강연을 하고 새로운 독서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기자와 만난 날도 경기도 분당에서 열린 모임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백 씨는 “몇 년 있으면 명예퇴직 할 수 있는데 미리 학교를 나와 경제적으로는 손해 많이 봤다”고 웃으면서도 “지금 아니면 이렇게 소중한 일에 전념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과감하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독해 능력이 떨어져 교과서나 심지어 시험문제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책을 많이 읽으면 독해력이 눈에 띄게 달라지죠. 무엇보다 학교에 왕따, 폭력, 정서불안 등 정서적인 문제가 얼마나 많은지 아시죠. 함께 책을 읽으면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감이 확 달라집니다. 미래가 달라지는 거죠. 그게 가장 소중한 거 아니겠어요?”

 

◇ 어른들도 함께 책을 읽다

 

서울백북스 회원들이
서울백북스 회원들이 '시간연대기'를 읽고서 김상욱 부산대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함께 토론하고 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물리학자를 가장 괴롭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세요? ‘시간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요’라고 진지하게 묻는 겁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이들 앞에는 ‘시간연대기’라는 두꺼운 책이 놓여 있었다. 강연자(김상욱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의 말처럼 비록 물리학자를 괴롭히는 난해한 질문이었지만 자리에 앉아있는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3월 28일 저녁 독서공동체인 서울백북스 회원들이 ‘시간연대기’라는 책을 주제로 전문가와 함께 토론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이날 강의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 교육관에 있는 3층 강의실에서 열렸다. 오후 7시가 넘어서면서 한 명 두 명씩 들어오더니 강의 직전에는 마흔다섯 명을 넘어서며 자리를 꽉 채웠다. 우주의 시작부터 엔트로피, 양자역학을 넘나들며 펼쳐진 강의에 회원들은 지루해하는 내색도 없이 끝까지 경청했다. 단 한 명도 일찍 자리를 뜨지 않았다.

 

강의가 끝나자 아쉬워하는 회원들과 김 교수는 가까운 카페에 모여 시간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 교수에게 “시간의 동시성”을 물어봤던 홍경화 씨(초등학교 교사)는 “평소 궁금했던 시간에 대해 폭넓게 알게 돼 아주 유익하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서울백북스가 모임을 시작한 것은 2009년이다. 2004년 대전에서 모임이 처음 시작됐고, 5년 뒤 서울에서 뜻을 같이 한 4명이 처음 모였다. 현재 회원은 1만여 명이 넘는다. 매달 한번씩 모이는 모임에 30~40명씩 참여하고 있다. 서울백북스의 박용태 대표는 “평소에 같이 읽을 책으로 자연과학 도서를 많이 선정한다”며 “현대 교양인에게 과학 지식을 통한 세계관의 확장이 꼭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에게 “왜 혼자가 아니라 같이 책을 읽는지” 물었다. 대답은 “외골수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란다. “어려운 책을 자기만의 이야기구조로 이해하면 자칫 외골수로 빠지기 쉬워요. 함께 읽고 토론하고, 전문가의 의견까지 경청하면 그런 위험이 줄여듭니다. 서울백북스의 모토 중 하나인 ‘균형’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함께 책을 읽습니다.”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함께읽자 시리즈]

제1편 “세상에 속지 않으려면 과학을 읽어라” - 이덕환 서강대 교수 인터뷰

제2편 “열등감 많던 아이, 책이 바꿨죠” - 함께 책을 읽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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