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티라노사우루스도 노아의 방주에 탔을까?

통합검색

티라노사우루스도 노아의 방주에 탔을까?

2015.04.28 18:00

2014년에 개봉한 ‘노아’라는 영화가 나왔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각색해 만든 영화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기독교인 중에서 영화 내용이 성경과 다르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더군요.
 

무슨 연유인가 찾아보았더니 영화와 성경의 묘사가 다르다는 겁니다. 성경에서는 노아를 의로운 인물로 묘사한 반면, 영화에서는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는 등 악한 모습을 보입니다. 노아뿐 아니라 야훼(신)도 그렇게 착하게 그리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인물이나 세부적인 사건도 성경과 다르고요.

 

과학동아(일러스트 김명진) 제공
과학동아(일러스트 김명진) 제공

● 공룡과 인간이 함께 살았다?
 

이런 논란을 보니 갑자기 노아의 방주에 대한 흥미가 일었습니다. 성경의 묘사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도 분명히 있단 말이죠. 그런 사람들은 성경 속의 홍수와 방주 묘사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나름대로 합리적인 설명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성경의묘사가 말이 안 된다는 소리는 여기저기서 많이 했을 테니, 이런 비판에 대해 노아의 방주를 합리화하는 주장을 재반박해보겠습니다.
 

성경의 묘사가 사실이라는 주장은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방주에 전 세계의 모든 동물을 한 쌍씩 다 태울 수 있느냐, 육식동물의 먹이는 어떻게 하느냐, 식물은 어떻게 됐냐, 공룡도 방주에 태웠느냐 등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마련돼 있더군요.
 

하지만 읽어보니 실망스러웠습니다. 몇 개를 골라서 말이 되는 설명인지 짚어보겠습니다. 일단 방주에 그 많은 동물이 다 탈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동물의 종류를 제한하더군요. 성경에 따르면 코로 호흡하는 동물만 탔다고 되어 있답니다. 곤충은 코로 숨을 안 쉬니까 빼고, 어류는 어차피 물에 사니까 뺍니다. 포유류 3500종, 조류 8600종, 파충류와 양서류 5500종에서 각각 한 쌍씩, 총 3만 5200마리가 승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수가 틀렸네요. 포유류는 약 5500종이 있고, 조류는 약 1만 종, 파충류만 약 8000종, 양서류도 약 7000종이 있습니다. 기초적인 정보부터 틀리니 믿음이 안 갑니다. 어찌어찌 다 태운다고 해도 너무 좁아 보여요. 어떤 동물은 아주 넓은 영역을 돌아다니면서 사는 습성이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대해서 창조과학회는 많은 동물이 ‘동면했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동면하는 동물이 실제로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걸 근거로 사자나 호랑이 같은 동물이 과거에 동면했을 수 있다고 추측하는 건 비약이죠. 생물학 교과서 새로 쓰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방주에 현재는 멸종하고 없는 공룡까지 실었다고 설명하네요? 일부 공룡도 방주에 탔는데, 나중에 멸종했다는 얘깁니다. 어찌된 일인지 수많은 고생물 중에 언급하는 건 공룡뿐입니다. 공룡이야 워낙 인지도가 높으니까 방주 이야기를 논박할 때 예로 드는 것뿐이지 고생물이 어디 공룡뿐인가요? 화석으로 나온 고생물이 다 탔다면 방주 갖고는 택도 없을 겁니다.
 

방주 앞에 선 노아(지오반니 베네데토 카스틸리오네) - wikimedia commons 제공
방주 앞에 선 노아(지오반니 베네데토 카스틸리오네) - wikimedia commons 제공

● 창조과학의 모순
 

백번 양보해서 다 탔다고 칩시다. 방주 안에서 동물이 제대로 살 수 있었을까요? 어떤 동물은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해서 조금만 변해도 죽어버리곤 합니다. 코알라처럼 특정 먹이만 먹는 동물도 있고요. 육식동물은 다른 동물을 잡아먹고 살아야 하지요. 무엇보다도 전 세계에 있는 동물을 어떻게 다 모을 수 있었다는 걸까요? 남극까지 가서 펭귄을 데려왔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이 걸작입니다.
 

노아가 살았던 시절에는 대륙이 하나로 붙어 있었고, 지구 전체가 따뜻한 아열대 기후였다고 합니다. 홍수 뒤에 대륙이 이동하면서 동물이 다른 대륙이나 섬에 격리됐고,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오랜 기간 적응한 결과 지금처럼 변했다는 소리입니다. 어라, 그럼 지금 동물은 신이 창조했을 때와 다르다는 건가요? 창조과 학회가 반대하는 진화론처럼 들리는 건 저뿐인가요?
 

성경의 대홍수가 약 4500년 전에 일어났다는 주장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대륙이동설이야 옳지만, 몇천 년 만에 이 정도 변화를 일으킨다는 건 터무니가 없지요. 몇천 년 만에 공룡이 멸종하고 사람의 외모가 다양해지고 아열대에 살던 펭귄이 남극에서 살게 적응했다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말이 안 되는 걸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습니다. 곤충과 식물이 살아남은 이유, 민물고기가 바닷물에서 살아남은 이유 등등. 설명이랍시고 달아 놓았지만, 엉터리입니다. 성경 속 이야기를 무리하게 실제 사건으로 만들려다보니 모순에 빠져 버린 거지요. 그냥 신화로 보고 그게 상징하는 바나 교훈 이야기만 하면 괜찮았을텐데요. 영화도 그냥 영화로 보고 말이죠.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3-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주위에서 접하는 각종 속설, 소문 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까칠한 시선으로 따져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6 + 4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