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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조지 윌리엄스 교수의 자연선택 담은 노화진화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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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조지 윌리엄스 교수의 자연선택 담은 노화진화이론

2015.04.26 18:00

The selective value of a gene depends on how it affects the total reproductive probability.
어떤 유전자의 선택 가치는 이 유전자가 전체 생식 확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노화는 단순히 늦는 것이 아니라 몸을 조절하고 유지하는 메커니즘의 정밀도가 떨오지는 과정이다. 왼쪽 사람은 아직 늙었다고 볼 수 없지만 몸속에서는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 - pixabay 제공
노화는 단순히 늦는 것이 아니라 몸을 조절하고 유지하는 메커니즘의 정밀도가 떨오지는 과정이다. 왼쪽 사람은 아직 늙었다고 볼 수 없지만 몸속에서는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 - pixabay 제공

우리는 왜 늙을까?
 

인류가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늙을 때까지 살아있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야생의 자연계를 봐도 동물이 늙을 때까지 살아있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자연의 무자비함은 병들거나 힘이 조금만 떨어져도 가차 없이 도태시키기 때문이다.
 
인류가 문명을 이루면서 노화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직면하는 현상이 됐다. 젊어서는 노화가 관심 밖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노화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바라본다. 노화에 대한 가장 알기 쉬운 설명은 집이나 자동차 같은 물건에 비유하는 방식이다.

 

차를 쓰다보면 부품이 닳고 바퀴에 펑크가 나기도 하고 페인트가 벗겨져 빗물에 녹이 슬기도 한다. 결국 10년 정도 쓴 차는 폐차장에서 최후를 맞는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세월의 무게를 못 이기고 여기저기가 고장 나서 고생하다가 결국은 죽는다.

 

● 노화도 자연선택의 결과일 뿐


생존해 있는 위대한 진화론자로 추앙받고 있는 미국 뉴욕주립대 조지 윌리엄스 명예교수. - 뉴욕주립대 제공
생존해 있는 위대한 진화론자로 추앙받고 있는 미국 뉴욕주립대 조지 윌리엄스 명예교수. - 뉴욕주립대 제공

1957년 31세의 젊은 나이로 미국 미시건주립대에서 교수 생활을 막 시작한 조지 윌리엄스는 진화생물학 전문지인 ‘진화’(Evolution)에 노화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여기에서 생물체를 사물에 비유하는 관행이 사람들이 노화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도록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노화와 자동차 부품이 닳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말이다.

 

자동차 부품은 구성 원소가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 겉이 닳아 떨어져나가고 때론 금이 가기도 한다. 손상이 누적돼 부품이 결국 기능을 못하면 부품을 갈아야 한다. 그러나 인체는 전체적인 형태는 그대로여서 그 사람의 정체성은 유지되지만 몸을 이루고 있는 구성성분, 즉 원소는 대부분 수일이나 수주가 지나면 다 바뀐다.

 

피부세포는 며칠만 지나도 이미 떨어져 나가 그 밑에 있는 세포가 올라와 대체한다. 한 달 만에 재회한 친구와 반갑게 악수를 나누지만 피부의 입장에서는 첫 만남인 셈이다. 둘 다 한 달 전의 피부세포는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닳는다’는 관점으로는 노화를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노화란 무엇일까? 윌리엄스 교수는 인체를 조절하고 유지하는 메커니즘의 정밀도가 떨어지는 게 노화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또 ‘노화’와 ‘늙었다’고 말하는 것은 같은 얘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30대인 사람에게 늙었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이 사람의 몸 여기저기에서는 노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

 

휴대전화 같이 오래 쓴 물건이 닳는 것과 생물의 노화는 다르다는 점을 간파한 조지 윌리엄스 교수는 다면발현 유전자 개념을 도입해 노화를 설명했다. - 과학동아 제공
휴대전화 같이 오래 쓴 물건이 닳는 것과 생물의 노화는 다르다는 점을 간파한 조지 윌리엄스 교수는 다면발현 유전자 개념을 도입해 노화를 설명했다. - 과학동아 제공

그는 1997년 펴낸 책 ‘진화의 미스터리’(원제는 The Pony Fish's Glow)에서 “나이든 사람의 피부는 닳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닳아 없어진 것을 교체하는 기능과, 체온을 유지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살갗의 기능이 덜 효율적이기 때문에 젊은이의 피부와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생명체는 왜 정교한 메커니즘으로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처럼 노화라는 반갑지 않은 현상을 감수할까. 다윈보다 더 다윈적인 진화론자로 평가받는 윌리엄스 교수는 노화란 생명체가 자손을 가장 많이 보기 위한 자연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다면발현 유전자. 다면발현(pleiotropy)이란 한 유전자가 여러 작용을 하는 현상이다.

 

윌리엄스 교수는 개체가 성장해 성적으로 가장 왕성할 때 발현돼 번식 확률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유전자가 훗날에는 정밀한 대사조절 능력을 잃게 해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같은 병을 일으키는 등 노화를 촉진한다고 가정했다. 실제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유전자는 젊을 때는 생식력을 왕성하게 유지하는데 기여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전립선암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왜 처음에는 유익하지만 ‘뒤끝이 안 좋은’ 이런 유전자들이 자연선택에서 솎아지지 않고 살아남아서 현대인들을 괴롭힐까. 자연 상태에서는 어차피 뒤끝이 안 좋을 때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극히 낮았기 때문이다. 사냥을 하다가 맹수의 반격에 목숨을 잃고 상처에 미생물이 감염돼도 항생제가 없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시절에는 암에 좀 일찍 걸린다고 해도 인류의 평균수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

 

노화에 대한 진화이론은 ‘생존율’과 ‘생식값’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생존율은 한 해가 지난 뒤 살아남은 비율이고 생식값은 생식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실제 한 개체가 볼 수 있는 평균 자손의 수는 생존율과 생식값의 곱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윌리엄스는 이 값이 높은 쪽으로 자연선택이 일어난다고 가정했다.

 

수십만 년 전 살던 인류의 조상을 생각해보자. 이때는 기근도 있고 약도 시원치 않았기 때문에 현대인보다는 생존율이 낮았을 것이다.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생존율이 96%라고 가정해보자. 예를 들어 어떤 해에 1000명이 태어났다면 이들 가운데 이듬해에는 960명이 살아남는다. 두 살 때는 960명의 96%이므로 922명이다. 10살까지 살아있는 숫자는 665명으로 셋에 둘 꼴이다. 한창 일할 나이인 35세 때는 24%가, 55세 때는 불과 11%만이 살아남는다.

 

따라서 설사 영원한 젊음을 부여받아 나이가 들어도 생식능력이 변화가 없다고 가정해도 맹수에 물리거나 감염돼 죽어 숫자가 점점 줄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태어난 자손에 기여하는 비율은 낮아질 것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젊은 때는 생식력을 왕성하게 하는데 기여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전립선암에 취약하게 만든다. 더 많은 자손을 보는 대가로 개체의 수명 단축을 감수하게 된 한 예다. - 과학동아 제공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젊은 때는 생식력을 왕성하게 하는데 기여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전립선암에 취약하게 만든다. 더 많은 자손을 보는 대가로 개체의 수명 단축을 감수하게 된 한 예다. - 과학동아 제공

● 현대 생물학자에게도 끊임없이 영감 줘


그런데 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젊었을 때 생식능력을 5% 향상시키지만 55세 이후에 간암을 일으키는 확률이 극도로 높아져 생존율이 5% 떨어졌다고 하자. 이런 돌연변이가 일어난 개체는 평생 낳을 자손의 수가 많아질 것이다. 어차피 55세 이후에 살아있을 확률이 낮기 때문에 암으로 인한 손해보다는 젊었을 때 왕성한 활동으로 얻은 이익이 큰 셈이다.

 

결국 자연선택은 이런 돌연변이 즉 다면발현 유전자를 누적시켰고 노화라는 현상이 나타났다. 윌리엄스 교수는 “이런 유전자들의 이득이 손해보다 클 경우 자연선택은 이들을 널리 퍼뜨릴 것”이라고 설명한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암이나 스테미나 저하, 시각 상실을 비롯한 여러 노인성 질환은 모두 자연선택의 결과인 셈이다.

 

이처럼 생존율과 노화속도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 자연상태에서 생존율이 높은 동물은 노화가 늦을까. 실제로 몸의 크기가 비슷할 경우 포유류보다 조류가 수명이 길다. 조류는 날 수 있기 때문에 잡아먹힐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가 지남에 따라 생식에 대한 기여도가 떨어지는 기울기가 완만하다. 그 결과 몸의 생리활동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시스템에 좀 더 투자하는 게 유리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박쥐는 어떨까. 박쥐는 포유류지만 날기 때문에 잡아먹힐 확률이 적다면 비슷한 크기인 쥐보다 더 오래 살까. 윌리엄스는 7년을 산 박쥐를 포획해 보고한 1954년 논문을 인용하고 있다. 쥐의 수명이 2년 내외이므로 훨씬 긴 셈이다. 거북이가 100년이 넘게 사는 이유도 단단한 갑옷을 둘러 잡아먹힐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결국 생식능력과 생존율을 곱한 값인 생식 확률이 어느 선을 유지하느냐가 노화의 속도를 결정한다.

 

윌리엄스 교수의 이론이 정말 맞다면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다면발현 유전자가 고장날 경우 생식력은 떨어지겠지만 대신 나중에 부정적인 영향이 줄어들어 노화는 늦춰지지 않을까? 실제로 돌연변이 연구과정에서 이런 예가 많이 발견됐다. 예를 들어 초파리에서 인슐린 수용체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생식력이 떨어지지만 수명은 길어진다.
 
인간의 노화는 생식 확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자연선택의 결과라고 해석한 윌리엄스 교수의 이론은 많은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그의 이론을 지지하는 연구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현상을 진화론으로 해석해 때로는 무리한 결론을 내린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그의 다면발현 유전자 이론에 맞지 않는 유전자도 보고돼 있다. 즉 돌연변이가 생겨 수명이 길어지더라도 생식능력이 저하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브라운대 생태학·진화생물학과 토마스 플랫 교수는 “윌리엄스 교수의 논문은 오늘날 여러 분야의 노화 연구에 큰 영감을 줬다”며 “진화, 분자 생물학, 유전학 연구가 합쳐져 노화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여럿 발견됐다”고 평가했다.

 

윌리엄스 교수의 노화이론은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생명과학’을 매주 월요일 연재합니다. 2008-2012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논문에 발표된 생명과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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