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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 물화생지 벽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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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29일 19:06 프린트하기

“빅아이디어 중심으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도입했다.”
“여전히 물화생지의 과목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8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배울 통합과학 과목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소리가 동시에 쏟아졌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29일 서울시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2015 과학과 교육과정 1차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통합과학 과목. 2018년부터 문과와 이과 고교생 모두 배우게 되는 새로운 과학 과목으로 ‘통합사회’와 함께 이번 교육과정 개편의 핵심이다.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 물화생지의 벽 과연 무너졌나


창의재단 장영록 단장은 “통합과학의 핵심은 물화생지(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로 나뉜 기존 과학 과목을 빅 아이디어(big idea) 중심으로 통합하고 단순 지식보다는 과학적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안으로 나온 단원 이름을 봐도 ‘물질과 규칙성, 시스템과 상호작용, 변화와 다양성, 환경과 에너지’ 등 익숙한 물화생지 개념을 벗어난 모습이 보였다.

 
통합과목 교육 과정을 만드는 데 참여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곽영순 연구위원은 “현재 고교 1학년이 배우는 융합과학과 차이점을 많이 묻는데 융합과학은 물화생지의 기본 개념을 잘 아는 상태에서 배울 수 있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며 “새로운 통합과학은 중학교까지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적 역량을 키울 수 있게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토론자로 나선 충북대 물리학과의 정진수 교수는 “물화생지를 n분의 1로 나누지 않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했지만 제시하는 개념의 수만 다르게 포장하고 실제 수업 시간 수는 여전히 n분의 1”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또 정 교수는 “15개 단원에서 물화생지 중 2개 이상의 과목이 섞여 있는 것은 단 4개뿐”이라며 “과목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했고 개념 교육 방식도 부활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곽 연구위원은 “오늘 공개한 안이 최종안이 아니다”며 “여러 비판과 조언을 받아들여 올해 9월 최종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학습양 20% 줄이기 찬반 거세


학생들이 배워야 할 ‘양’도 논란이 됐다. 장영록 단장은 “기존 과학 과목에서 배워야 하는 내용의 80% 선으로 줄이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20%의 내용을 빼겠다는 것이다. 곽영순 연구위원은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20%의 시간 동안 다양한 탐구 활동을 하고, 이를 통해 과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학계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정진수 교수는 “교육과정을 개편할 때마다 조금씩 빼면서 예전에 비해 과학 과목에서 배워야 할 양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남아 있는 내용도 17~19세기 업적이 주고, 20세기 이후는 빈약하다”며 “특히 현대 화학에서 20세기 후반의 중요한 업적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고등학생들이 현대과학의 주요 업적을 충분히 배우지 않는데다, 어렵지만 중요한 개념들도 제대로 배우지 않고 대학에 들어온다는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엇갈렸다. 서울 덕수고의 김미경 교사는 “통합과학 안에서도 여전히 가르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고 우려했다. 학원 강사라고 밝힌 한 참가자도 “과학 석사 학위를 갖고 있지만 고등학생인 딸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너무 똑똑한 사람들에 맞춰 교과서를 만드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곽 연구위원은 “통합과학은 문과생 입장에서 보면 마지막으로 배우는 과학 과목일 수도 있어 무작정 어렵게 갈 수는 없다”며 “통합사회 과목과 난이도와 분량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 초·중도 통합과학 가르친다

 

통합과학과 함께 문·이과 융합과학의 대표과목으로 제시됐던 ‘과학탐구실험’의 얼개도 이번 토론회에서 드러났다. 과학탐구실험은 수능 시험에서 배제하는 대신 학생들이 재미있게 과학을 배울 수 있도록 기존 물화생지는 물론 통합과학과도 독립적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날 공개된 안에 따르면 과학탐구실험은 역사, 생활, 첨단과학 세 분야로 나눠 각각 다양한 체험활동과 실험을 통해 과학적 소양을 키운다. 예를 들어 영화나 요리 속에 적용된 과학원리를 실험을 통해 알아보고, 이러한 원리가 적용된 놀이체험을 통해 과학의 즐거움을 맛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과학 과목에 통합과학에 준하는 단원을 추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물의 순환’ ‘재해재난과 안전’처럼 다양한 분야를 융합해 접근해야 하는 단원을 과학 교과서에 추가하는 것이다. 서울 신명중의 박두찬 교사는 “핀란드 교육은 특정 주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우리도 ‘양념반 후라이드 반’처럼 기존 개념 위주의 교육에 이 같은 방식을 섞어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상연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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