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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둥지만 보기에도 인생이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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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둥지만 보기에도 인생이 짧습니다”

2015.05.10 18:00

“몸 크기에 따라 딱따구리 둥지 입구도 달라집니다. 몸집이 작은 쇠딱따구리 둥지 입구는 500원 짜리 동전만 하고, 그보다 몸이 좀 더 큰 오색딱따구리 둥지 입구는 탁구공 크기입니다. 또 큰오색딱따구리 둥지입구는 달걀 정도고, 청딱따구리 둥지입구는 야구공, 까막딱따구리 둥지입구는 커다란 참외만 하죠.”

 

이달 6일 취재차 만난 김성호 서남대 의대 교수는 딱따구리에 관한 것이라면 모르는 게 없었다. 김 교수가 처음 딱따구리를 만난 것은 2007년. 둥지를 짓고 있는 딱따구리를 보며 한 평생 목수로 살아오신 아버지가 떠올랐다고 했다. 이때부터 김 교수는 딱따구리를 찾아다니며 관찰해 왔다.

 

이 긴 시간 동안 김 교수에게는 끊임없는 의문이 찾아왔다. ‘저렇게 부리로 딱딱한 나무를 쪼는데 머리에 충격이 가지는 않을까’ ‘딱따구리는 왜 하필 저 나무에 둥지를 지을까’ ‘둥지의 방향은 어떻게 결정하는 걸까’ 등이다. 또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내는 데도 많은 시간을 썼다.  

 
이날 김 교수와 4시간 정도를 함께 보내며 그가 진정 과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현상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과학의 본질 아닐까. 또 이런 과정을 통해 차츰 인류의 지성을 넓히는 것이 과학자의 역할이 아닐까.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김 교수가 이런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나의 생명 수업’이다. 이 책에는 딱따구리 외에 여러 생명체가 등장한다.

 

책에서 김 교수의 이야기는 무려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교수는 서남대로 부임한 뒤 지리산과 섬진강, 또 이들이 품은 생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박새와 독수리, 수련을 직접 사진으로 찍어 남겼다. 물범이 빙그르 도는 것을 포착한 사진은 특히 눈길이 갔다.

 

그의 생명 수업은 크고 화려한 생물에 머무르지 않는다. 작은 ‘끈끈이 주걱’에도 김 교수의 시선은 멈췄다. 김 교수는 끈끈이 주걱이 습지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했기 때문에 곤충을 먹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생명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끈끈이 주걱이 마치 “스스로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없으면 그것을 더 이상 생명체라 할 수 있느냐”고 말하는 것 같다고. 

 

책에 등장하는 안도현 시인의 글에서는 김 교수의 ‘연구 스타일’도 짐작됐다.

 
“무릇 사랑을 말하려면 적어도 이쯤은 되어야 하리라. (중략) 관찰의 대상이 비 맞는 느낌이 어떤가를 알기 위해 스스로 비를 맞는다니.”

 

“딱따구리 둥지만 보기에도 제 인생은 아주 짧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과학자 김 교수의 얼굴이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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