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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못한 과학의 불편한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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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못한 과학의 불편한 초상

2013.04.25 15:12

 

셜록 홈스, 형사 콜롬보, 과학수사대(CSI).

한 시대를 풍미하던 형사물의 대명사는 꾸준히 바뀌어 왔다. 이들은 논리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점점 진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2000년 미국 드라마로 처음 소개된 ‘CSI’는 세계적으로 법과학과 과학수사 열풍을 일으켰다. 그 영향으로 ‘본즈’ ‘넘버스’와 같은 범죄 드라마가 연이어 소개됐다. ‘직감 대 논리’로 대변되던 한국의 형사물에도 이제 과학수사적 요소는 빠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과학수사 전문가인 표창원, 유제설 씨는 ‘한국의 CSI’라는 책을 통해 유행처럼 번진 과학수사의 실제와 한계를 빠짐없이 소개했다.

드라마에 소개된 다양한 과학수사 기법들은 실제 현장에서도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지문, DNA, 혈흔의 모양과 방향, 섬유나 페인트 같은 미세 증거 등 사소한 것 하나에서 사건을 재구성해 내는 과학수사대의 ‘귀신같은’ 능력은 드라마에서나 실제에서나 동일하다.

그러나 드라마 CSI는 여전히 오해를 낳고 있다. CSI 방영 초기에 미국 경찰과 검찰에게 받은 비난이 대표적인 예다. 실험실에 있어야 할 법과학자들이 범죄 현장을 누비고, 증거 수집만 해야 하는 과학수사 요원들이 범인을 검거하는 드라마의 모습이 수사 현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실제 범죄 수사는 순찰 경찰관과 담당 형사, 수사진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복잡한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법과학자나 과학수사 요원이 맡은 역할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또 드라마로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은 실제 사건에서도 극중에서처럼 완벽한 법과학적 증거가 나오길 바라는 ‘CSI 효과’에 빠지기 쉽다. 이들이 배심원으로 섰을 경우 검사 측이 제시하는 증거가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덕분에 과학수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고 전체적인 수준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인 효과다.

정작 안타까운 것은 과학이 돈과 힘 앞에 맥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이다. 제아무리 확실한 증거를 내놓더라도 뛰어난 변호사들에 의해 결과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미식축구 스타인 오 제이 심슨이 전처와 그의 남편을 죽인 혐의를 썼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누가 봐도 완벽한 법과학적 증거에 대해 ‘드림팀’이라 불리던 변호인단은 당시 증거가 수집, 운반, 보관된 과정의 취약성을 들어 모든 증거를 무효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사건 덕분에 과학수사의 엄밀성이 높아졌다지만 과학계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찜찜함을 남긴다. 과학을 눈앞의 성과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며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이리저리 재단하는 작금의 현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과학수사는 처음부터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이다. 숨기려는 자에게서 완벽한 증거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으로 존재가치를 인정받는다. 이런 생각을 공유하며 과학수사의 독립성을 지켜준다면 ‘한국의 CSI’가 꾸준히 발전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한국의 과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과학을 이리저리 흔들지 말고 독립성을 지켜줄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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