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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식당에, 도서관에 ‘총장님’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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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식당에, 도서관에 ‘총장님’이 뜬다

2015.05.20 18:00

4월 중순, 중간고사 준비로 학업의 열기가 뜨거운 인하대 각 단과대 도서관에 간식으로 피자가 도착했다. 피자를 들고 온 사람은 최순자 총장(62)이었다. 최 총장은 올해 2월 인하대 총장으로 임명됐다.
 

“늦은 시간까지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에게 간식을 사 주며 격려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교직원들에게 들었어요. 그래서 4월 초에 각 연구실에 야식으로 피자를 한 번 사줬지요. 이 소식을 듣고 한 학부생이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총장님, 우리도 사랑해주세요’하고 말이죠.”
 

20일 경기 의왕시 한 식당에서 만난 최 총장은 전교생에게 피자를 샀던 계기를 전했다. 그는 “학생들을 만나면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들을 수 있어 좋다”며 “평소 학생들과 문자와 e메일 등으로 소통한다”고 말했다. 

 

최순자 인하대 총장.  -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제공
올해 2월 인하대 첫 여성 총장에 취임한 최순자 교수. -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scoopjyh@donga.com 

최 총장은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 간다. 총장이 된 뒤 지금까지 대여섯 번은 인하대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밤 11시에는 도서관으로 향해 늦은 시간까지 학구열에 불타는 학생들과 도서관을 지키는 학내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때 학생들이 건의한 내용은 실제로 학교 운영에 반영했다. 덕분에 도서관이 더욱 깨끗해졌고, 샤워장을 더 갖출 예정이다.
 

최 총장이 학생들과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비결은 교사 경험이라고. 그는 “교수가 되기 전 교사로 중·고등학교에서 근무했던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한 공고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당시 저녁에 따로 시간을 내 기능사 시험을 지도할 정도로 열성적인 선생님이었다. 최 총장의 과외로 이 학교의 기능사 합격률은 93%를 넘었다.
 

“원래 제 꿈은 엔지니어였어요. 제가 학교를 다녔던 1960, 70년대는 국내에서 한참 산업이 일어나는 시기였거든요. 고등학교 때 어느 석유화학 기업에 여성 부장이 있다는 기사를 읽고 여성 엔지니어가 돼 국내 산업 건설에 이바지 해야겠다는 꿈을 굳혔죠.”
 

최 총장은 1971년 인하대의 전신인 인하공대에 지원했다. 당시 인하공대의 정원은 700명. 이중 여학생은 최 총장을 포함해 딱 2명이었다. 그나마 한나 있던 여학생 동기는 졸업하기도 전에 나가버려 결국 최 총장이 교내에 유일한 여학생으로 남았다.

 

하지만 공대 여학생에게 당시 취업 현장은 냉혹했다. 기업은 이력서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공대를 졸업하고 교사자격증을 받아 선생님이 됐다. 하지만 엔지니어의 꿈을 접을 수 없어 미국으로 날아가 남가주대에서 고분자의 물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슈퍼마켓, 식당 등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다.
 

최 총장은 인하대 교수로 부임한 뒤 고분자 합성으로 연구 분야를 바꿨다. 학생들의 취업과 생활에 잘 활용되는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교육은 총장이 된 뒤에도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교육은 ‘토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인생을 돌아보면 그래요.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정형편이 어려웠지만 교육을 받아서 꿈을 이룰 수 있었거든요.”


인하대 1호 여성총장이자 모교 출신으로는 2호 총장인 그는 “학생 위주의 대학, 좀 더 연구를 잘 하는 대학, 지역 사회에서 사랑받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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