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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에디슨은 그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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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에디슨은 그렇지 않아!

2015.05.26 18:00

얼마 전, 한 독자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지난 18회에 나갔던 ‘귀신 여러분~ 찍습니다~ 김치!’에 대해서 의견을 써 주셨더군요. 귀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비물질적인 존재라 검출기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라고 썼는데, 여기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반론에 대해 다시 반론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werner22brigitte(pixabay) 제공
werner22brigitte(pixabay) 제공

● 귀신이냐, 사기냐, 어디에 거실래요?
 

일단 저는 귀신을 비물질적인 존재라고 전제하고 글을 썼습니다. 물질적인 존재라고 가정하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요. 그런데 이 독자께서는 귀신이 “알려지지 않은 어떤 에너지를 가진 물질”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폴터가이스트를 언급하셨지요.

 

폴터가이스트는 괴상한 소리가 나거나 물건이 제멋대로 날아다니는 초자연적인 현상인데, 에너지는 물리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니까 귀신이 폴터가이스트를 일으킬 수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뭔가 알 수 없는 에너지’라는 건 굉장히 모호합니다. 물론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에너지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폴터가이스트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많습니다. 지진, 비정상적인 공기의 흐름, 환각, 기억상실 등으로도 설명할 수 있거든요. 목격자의 증언이 거짓말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본인이 저질러 놓고 시치미를 떼는 거죠. 실제로 사기로 드러난 폴터가이스트 사건도 있고요.
 

폴터가이스트의 원인이 미지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귀신이라고 설명하려면 우리가 아는 물리 법칙을 깨뜨려야 합니다. 비록 현재의 물리 법칙이 완벽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그걸 깨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어디까지나 확률의 문제지요.

 

폴터가이스트의 원인을 놓고 돈을 걸라면 절대 귀신에게 걸지는 않을 겁니다. 모든 가능성에 마음을 열 수는 있지만, 귀신의 소행이 아닐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거든요.

 

wikimedia commons 제공
wikimedia commons 제공

● 에디슨의 비밀 실험?
 

다음으로는 토머스 에디슨의 일화를 언급했습니다. 에디슨이 귀신 탐지기를 만들어서 실험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친절하게 링크까지 걸어주셨더군요. 사실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는데, 검색을 해 보니 꽤 많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링크를 찾아가보니 미국의 ‘Modern Mechanix and Inventions’의 3쪽짜리 기사 이미지와 함께 에디슨이 1923년에 한 흉가에서 실험을 했다는 글이 나왔습니다. 일단 글만 먼저 읽었습니다.

 

에디슨이 귀신탐지기를 이용해 “이 무거운 집을 내 관 위에서 치워!”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지하실을 파보니 오래된 관이 있었다는 내용과 에디슨이 죽을 때 직접 초자연 현상을 일으키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죽었을 때 주변의 시계가 모두 멈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게시물에 함께 있는 미국 잡지 기사 이미지의 내용은 다릅니다. 에디슨이 귀신을 탐지하는 장치를 만들어서 가까운 사람들을 모아놓고 실험해 봤지만, 귀신을 검출하지는 못했다는 내용입니다. 언제 적 기사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1933년 기사였습니다.

 

에디슨이 죽고 2년이 지난 뒤에 나온 기사입니다. ‘이제는 말할수 있다’ 류의 기사인데, 이야기의 출처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가까운 지인 몇 명만 알고 있었던 터라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정작 자기들은 어디서 들었는지 말 안 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한 쪽은 귀신을 찾았다는 이야기고, 다른 한 쪽은 못 찾았다는 이야기인데 왜 둘을 붙여 놓았는지 모르겠군요.

 

과학동아 (일러스트 권오한) 제공
과학동아 (일러스트 권오한) 제공

● 서프라이즈! 농담이었어요!
 

게다가 더 자세히 알아보니 이런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 자체가 실화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기계를 만들었다는 증거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에디슨이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맞습니다. 정확히는 ‘죽은 사람과도 대화할 수 있는 전화기’를 만든다는 거였지요.

 

에디슨은 1920년 버티 포브스(미국의 경제지인 포브스의 창간인)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고, 그 이후 여러 신문이나 잡지가 그 이야기를 받아썼습니다.
 

그러나 1926년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에디슨은 그 사실을 부정했습니다(이 기사를 구입하려고 사비 5000원을 들였습니다). 이 기사는 에디슨이 친구에게 했다는 말을 인용했지요.
 

“그 해 가장 추웠던 날 그 사람이 찾아왔지. 코는 파랬고 이는 덜덜덜 떨고 있었어. 그 사람한테 해줄 말이 없었지만,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았어. 그래서 영혼과 통신한다는 이야기를 생각해 냈지. 그런데 그거 다 농담이었다고.”
 

기사에 에디슨이 회의적인 태도를 바꿔 영혼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인정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증거가 있을 때’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는 얘기였습니다. 증거가 있다면야 당연히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그래서 제가 지난 칼럼에 “귀신 같은 건 없다”고 쓰는 대신 “귀신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입니다”라고 쓴 겁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증거가 이 정도로 없는 것으로 봐서 귀신이 있을 확률은 지극히 낮아 보이거든요.
 

그나저나 에디슨이 귀신의 목소리를 듣고 지하실에서 관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요? 꿈속에서 증조할아버지가 나타나 “숨이 막힌다”고 해서 무덤을 파보니 나무뿌리가 시체를 감고 있더라는 전설과 비슷하지 않나요?

 

어딘가 한국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 농담이 이야기가 되고, 거기에 살이 붙고, 물까지 건너오면서 오늘날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 종종 나오는 허황된 이야기로 변신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3-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주위에서 접하는 각종 속설, 소문 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까칠한 시선으로 따져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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