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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청개구리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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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청개구리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

2015.05.29 18:00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는 외모나 행동, 살아가는 모습이 아주 비슷해요. 그래서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구별하기 힘들지요.

 

특히 두 종은 같은 공간에서 살기 때문에 수원청개구리인줄 알고 잡았는데 실제론 청개구리인 경우가 많아요. 수원청개구리와 달리 청개구리는 개체수가 많아 만나기도 쉽고 노랫소리도 잘 들리거든요. 두 종은 사는 곳도 살아가는 모습도 비슷한데, 왜 수원청개구리만 멸종위기종이 됐을까요?

 

장이권 교수 제공
장이권 교수 제공

● 수원청개구리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


수원청개구리가 멸종위기종이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어요. 첫 번째 가설은 수원청개구리가 청개구리와의 경쟁에서 밀려 개체수가 줄어들었다는 ‘경쟁가설’이에요. 경쟁가설에 따르면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고, 이 경쟁에서 수원청개구리가 불리하다고 해요.


사실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공존해 왔어요. 그러니 두 종이 함께 살기 위한 나름의 규칙을 만들었을 거예요. 바로 서로가 활동하는 시간과 장소를 달리 하는 거지요.

 

예를 들어 같은 공간에 살더라도 매는 낮에 활동하고 부엉이는 밤에 활동해요. 또 같은 나무에 사는 한 종은 나무의 윗부분에서만, 다른 종은 땅과 가까운 줄기에만 살아요. 그럼 서로 마주치지 않기 때문에 싸우거나 경쟁할 일이 없지요. 이렇게 생태학에서 비슷한 종이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시간이나 공간, 자원 등을 서로 다르게 활용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니치(niche)전략’이라고 해요.


그런데 최근 인간 활동으로 인해 자연에서 두 종이 공존하는 방법에 문제가 생겼어요.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두 종이 활동하는 시간과 공간이 바뀌었고, 서로 마주하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만약 두 종이 마주하게 되면 청개구리가 수원청개구리를 쫓아낼 수 있어요. 청개구리의 몸집이 수원청개구리보다 5% 정도 더 크기 때문이에요.

 

또 청개구리가 수원청개구리보다 먹이를 훨씬 잘 찾을 수 있어요. 그러면 청개구리는 계속 건강한 개체군을 유지하지만, 경쟁에 뒤쳐지는 수원청개구리는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게 되지요.


또 다른 가설은 ‘흡수가설’이에요. 흡수가설에서는 개체수도 적고 힘도 약한 수원청개구리가 청개구리 종에 흡수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요. 그리고 이 흡수 과정이 아주 오랜 전부터 일어나고 있고, 자연스런 진화과정이라고 말해요. 이 가설에 따르면 우리는 수원청개구리 종이 청개구리 종에 흡수되어 사라지고 있는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답니다.

 

수원청개구리는 청개구리보다 몸집이 작다 -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수원청개구리는 청개구리보다 몸집이 작다 -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 청개구리를 피해 쫓겨다니는 수원청개구리


그렇다면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가 활동하는 장소는 정말 다를까요? 실험실 연구원들과 두 종이 노래하는 장소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 보기로 했어요.

 

일단 어둠 속에서도 거리를 확인할 수 있도록 논둑에 3m 또는 5m 간격으로 LED 전구를 설치했어요. 그런 다음 논의 가로, 세로면을 각각 x좌표, y좌표로 정했죠. 한 실험자는 x좌표 논둑, 다른 실험자는 y좌표 논둑을 이동하며 개구리가 노래하는 위치를 표시했어요. 마이크로 개구리의 노랫소리도 녹음했지요.


그 결과 두 종이 같은 논에 있으면서도 서로 거리를 두고 노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청개구리는 거의 논둑이나 논둑에서 5m 이내의 거리에서 노래를 했어요. 반면 수원청개구리는 논둑에서 논 안쪽으로 평균 12.07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노래했지요. 다시 말해 청개구리는 주로 논둑에서, 수원청개구리는 논 한가운데서 노래를 해요.

 

그럼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는 같은 논에서도 8.14m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노래를 하는 것이지요. 수원청개구리가 청개구리에게 밀려 논 한가운데로 쫓겨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답니다.

 

청개구리 - 포토파크닷컴 제공
청개구리 - 포토파크닷컴 제공

그런데 논 한가운데에는 수원청개구리들이 물 위로 올라와 있을 수 있는 지지대가 없어요. 어쩔 수 없이 모나 풀을 부여잡고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수원청개구리가 양발로 모를 잡은 채로 노래를 하는 독특한 모습으로 진화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어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청개구리가 활동하는 시각을 피해서 수원청개구리가 노래한다는 사실도 확인됐어요. 실험실 연구원들과 함께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 몸에 추적 장치를 붙인 뒤, 각 개체를 졸졸 따라다니며 행동을 연구하는 ‘추적 연구’를 했어요.

 

그 결과 청개구리는 노래를 하기 위해 오후 7시쯤 논으로 이동하는데, 수원청개구리는 이보다 3시간이나 앞선 오후 4시에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크고 뚜렷한 청개구리의 합창을 피해 논에 먼저 들어가 노래를 하기 위해서지요.


하지만 수원청개구리에게 오후 4시는 매우 위험한 시간이에요. 포식자인 새들이 돌아다니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수원청개구리는 목숨을 걸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청개구리를 피하는 삶을 선택했답니다.

 

연구원이 렉코를 이용해 수원청개구리를 추적하고 있다 - 장이권 교수 제공
연구원이 렉코를 이용해 수원청개구리를 추적하고 있다 - 장이권 교수 제공

● 현대농법에 취약한 수원청개구리


수원청개구리가 멸종위기종이 된 이유는 과거와 많이 달라진 농촌의 모습 때문이기도 해요. 최근에 논둑을 걷다보면 폭이 아주 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게다가 제초제를 사용해 논둑의 풀들이 다 죽거나 풀이 아예 없는 경우도 흔하지요.


이렇게 논둑에 풀이 없으면 수원청개구리에게 불리해요. 추적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원청개구리는 낮에 주로 논둑의 풀에서 휴식을 취해요. 그런데 풀이 거의 없고 흙만 있다면 수원청개구리가 낮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거지요.


수원청개구리의 또 다른 휴식처인 배수로도 과거와 많이 변했어요. 전통적인 논둑 옆에는 종종 논에 물이 들어오거나 빠져나가는 길인 ‘배수로’가 있어요.

 

배수로는 흙으로 만들어져 수풀이 풍부하게 자라나 있었어요. 평소에는 수초들이 배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의 정화작용을 해요. 논밭에서 나온 농약으로 오염된 물이라도 수초를 지나면 깨끗해지지요. 수초를 먹이로 먹는 다양한 곤충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개구리는 수초에 있는 곤충을 먹으며 넉넉한 먹이활동을 할 수 있어요. 또 수초 사이에 숨으면 낮에도 포식자를 피할 수 있어요.


이처럼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에게 배수로는 낮 시간 동안에 쉴 수 있는 최상의 장소지요. 즉, 농촌의 배수로는 단지 물이 지나가는 통로가 아니라 농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기능을 해왔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논 근처의 배수로가 대부분 콘크리트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콘크리트 배수로는 비 온 직후를 빼곤 메말라 있어서 풀이 자라기 어려워요. 간혹 틈새에 한두 개 정도만 자랄 뿐이에요. 아쉽게도 콘크리트 배수로는 생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구조지요.


이렇게 현대의 농법은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가 공존하는 길을 가로막고 있어요.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가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돼 버린 거지요. 결국 경쟁에서 밀리는 수원청개구리가 우리의 주변에서 모습을 점점 감추게 된 것이랍니다.

 

 

※ 더 많은 과학기사를 2015년 6월 1일자 어린이과학동아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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