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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경보하고 대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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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경보하고 대피한다

2015.05.29 20:11
REX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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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굉음과 함께 모든 것이 흔들렸다. 어리둥절해하는 순간 스마트폰에 경보 메시지가 울렸다. ‘규모 7.8의 강진 발생, 16초 뒤 2차 지진 주의’ 즉시 비상구를 따라 건물을 빠져나왔다. 건물 앞에는 이미 대피 버스가 대기 중이었다. 버스에 올라탔다.

 

대피 중인 차량은 많았지만 기사는 통합 내비게이션에 따라 정체된 도로, 붕괴된 다리를 피해 속도를 냈다. GPS앱을 켜 가족들의 위치를 찾았다. 지도상에 표시된 점들이 모두 대피소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휴”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료 USGS - 과학동아 제공
자료 USGS - 과학동아 제공

● 스마트폰 GPS->조기 경보


미래의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일부는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현재 연구하고 있는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 ‘셰이크얼러트’의 실제 시나리오다. 지진을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은 그 대안으로 GPS 정보를 분석해 지진을 조기에 경보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미국, 멕시코, 일본에서는 범지구위성항법시스템(GNSS)을 구축해 지진 시 땅의 흔들림을 관측해 경보하고 있다.


지진 조기 경보는 P파와 S파 두 종류의 지진파가 시간차를 두고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먼저 도착하는 P파의 도착 시간과 진폭 정보를 활용해 뒤따르는 S파의 위치와 규모를 계산하고 이를 경보한다. S파는 지면과 수평으로 움직여 느리지만 강력하다. 이런 S파를 수십 초만 미리 알 수 있어도 달리는 기차를 멈출 수 있고, 중요한 수술을 수습할 수 있다.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거나 아이들이 책상 밑으로 대피할 시간을 버는 셈이다.


휴대전화 GPS 정보로 도로에 있는 사람 수를 분석하는 기술. 재난 시 사람들이 어떻게 대피했는지 시간대별로 알 수 있다. - MIT 제공
휴대전화 GPS 정보로 도로에 있는 사람 수를 분석하는 기술. 재난 시 사람들이 어떻게 대피했는지 시간대별로 알 수 있다. - MIT 제공

이런 지진 경보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나라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위성 정보와 값비싼 센서를 이용해 정밀한 지진 관측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큰 비용이 든다. 아이티와 네팔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선 엄두를 내기 힘들다.

 

USGS는 도시 사람들이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센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연구팀은 지진이 발생하는 순간 스마트폰의 GPS가 한꺼번에 한 방향으로 ‘휘청’인다는 점에 착안했다. 한 대의 휴대전화가 움직이면 지진일 가능성이 없지만 수천 대의 휴대전화가 동시에 움직이면 지진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과거 지진 사례에 적용해봤더니 실제와도 맞아 떨어졌다. 지진 발생 지역 사람들이 구글의 넥서스 5 모델을 사용한다고 가정하고(이 모델은 지질변화를 1cm까지 감지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헤이워드 단층 지진(규모 7.0)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규모 9.0)에 얼마나 경보를 잘 할 수 있는지 시험했다. 스마트폰 GPS는 진앙의 위치를 정확히 찾았고, 무엇보다 지진파(S파)가 도쿄 도심에 도착하기 23초 전에 경보를 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지진 경보에 스마트폰 GPS 정보라는 빅데이터가 활용된 첫 사례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 4월 10일자에 실렸다. 연구를 진행한 사라 민슨 박사는 “스마트폰 GPS 지진 경보 시스템은 초기에 네트워크 설치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며 “스마트폰에 어플리케이션을 깔게 하는 것만으로 인구 5000명 정도의 도시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계는 있다. 현재로선 규모가 7.0 이상인 큰 지진에 한해서만 경보가 가능하다. 민슨 박사는 “스마트폰 GPS가 기존 경보 시스템 센서보다 정확도가 낮지만, 정보량이 훨씬 방대하기 때문에 실제 지진 관측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이 시스템을 올해 칠레 해안도시에 시험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SGS는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인 ‘셰이크얼러트’에 사물인터넷(IoT : Internet of Things)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이란 말 그대로 모든 사물을 인터넷과 연결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문 잠금장치, 가스레인지 등에도 센서를 탑재하고 이것들의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스마트폰에 통합되도록 할 계획이다. 사물들이 공통적으로 지진을 감지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경보가 전달되고, 곧바로 문 잠금장치가 열리고 가스레인지가 꺼지는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REX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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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S +기상청 데이터->안전한 대피소


빅데이터는 구체적인 지진대피 전략을 짜는 데도 활용된다. 사람들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 과학자들은 유사한 재앙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관련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3년 전부터 수행했다. ‘프로젝트 311’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연구프로젝트에는 구글과 트위터, NHK, 아사히 신문, 혼다, 지도 업체젠린(zenrin) 등 11개 기관 500명이 참여했다.


2011년 3월 11일 2시 46분 일본 도호쿠 지역을 강타한 지진은 그 피해가 유독 컸다. 일본은 지진 대비가 세계에서 가장 잘 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2만 명이 넘는 사망 추정 실종자가 발생했다. 가장 큰 원인은 쓰나미 때문이었다. 당시 해안에는 높이가 최고 10m인 강력한 쓰나미가 덮쳤다.


일본 도호쿠대 재해과학국제연구소 연구팀은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주민들의 휴대전화 GPS 정보와 일본 기상청이 제공한 쓰나미 정보를 통합 분석했다. 이러면 주민들이 어떻게 대피했는지를 시간대별로 알아볼 수 있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쓰나미는 지진 발생 40분 뒤 해안에 상륙했는데 이때 침수 지역에 남아 있는 사람이 52만 명이나 됐다. 대피 중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해안지대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지진이 발생한 뒤에도 해안지대를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이와테현 해안지대에서는 이렇게 남은 사람들의 70%가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GPS 정보를 통해 주민들이 인근 대피소에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알게 됐다. 해일의 규모를 예상하지 못하고 평소처럼 대피소로 피신한 것이다. 연구를 수행한 이마무라 후미히코 교수는 NHK 다큐멘터리 ‘재앙, 빅데이터’의 인터뷰에서 “쓰나미 대피소를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 지대가 높은 곳에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차량 내비게이션 정보를 분석한 결과, 교차로 지점에서 차량이 어느 방향으로도 이동하지 못하는 ‘그리드락’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위). 이런 정체를 해소하면 재난 시 차량들이 효율적으로 대피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미국 뉴욕시에서 발생한 그리드락 사례. - GFDL(W), 작자미상(W) 제공
동일본 대지진 당시 차량 내비게이션 정보를 분석한 결과, 교차로 지점에서 차량이 어느 방향으로도 이동하지 못하는 ‘그리드락’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위). 이런 정체를 해소하면 재난 시 차량들이 효율적으로 대피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미국 뉴욕시에서 발생한 그리드락 사례. - GFDL(W), 작자미상(W) 제공

● 내비게이션->빠른 대피 경로


프로젝트 311에서는 차량 이동 정보에도 주목했다. 지진 당시 도로는 대피하는 차량들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도로에서 오도 가도 못한채 쓰나미에 쓸려간 차량들도 많았다. 도호쿠대 구와하라 마사오 교수팀은 사고 차량들의 주행 시간, 이동경로, 속도 등을 분석했다. 혼다자동차가 차량 140만대의 내비게이션 정보를 제공했다.


분석 결과 쓰나미에 쓸려 간 차량은 17만 대. 미야기현 이시노마키 시에서는 최대 4000명이 사망했다. 연구팀은 내비게이션 정보를 분석한 결과 이시노마키시 도로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이시노마키 시는 강과 바다에 둘러싸여 타도시에 비해 다리가 많았다. 다리 주변은 사고 전에도 차량 주행 속도가 10km를 넘지 않는 상습 정체 구간이었다.

 

사고가 발생하자 이런 다리는 교차로와 함께 거대한 ‘그리드락(gridlock)’을 발생시켰다. 그리드락은 도로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교통정체로, 차량들은 교차로와 다리에 막혀 어느 방향으로도 이동하지 못하고 멈춰 있었다(60쪽 사진).


연구팀은 “재난에 대비해 교통을 설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는 사례”라며 “다리와 교차로 부근의 도로를 넓히면 정체가 비교적 덜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차량의 실시간 내비게이션 정보를 지도에 입력해 교통 상황을 한 눈에 보여주는 새로운 내비게이션도 제안했다. 3D 지도에 헬기가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입혀서 보여주자는 아이디어다. 운전자들에게 정체된 구간과 침수된 도로를 미리 알려줘 차량이 이런 구간으로 몰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USGS에서 개발하고 있는 트위터 기반 지진 감시 시스템. 재난 상황에는 소셜미디어가 유용한 정보원이 될 수 있다. - USGS 제공
USGS에서 개발하고 있는 트위터 기반 지진 감시 시스템. 재난 상황에는 소셜미디어가 유용한 정보원이 될 수 있다. - USGS 제공

 

 

● SNS + 구글->조난자 위치 파악


한편 지진과 같은 큰 재난 상황에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이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낸 소셜미디어 빅데이터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가령 피해 지역의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할 수 없을 때, 위치가 태그된 트윗이나 댓글의 내용이 중요한 정보원이 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각각 ‘퍼슨 파인더(사람 찾기)’, ‘세이프티 체크(안전 확인)’라는 사람 찾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퍼슨 파인더는 2010년 아이티 지진 당시에 처음 소개됐는데, 쉽게 말해 실종자 또는 사망자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것이다. 퍼슨 파인더에 찾고자 하는 이름을 ‘search 000(이름)’ 식으로 입력하면 구글이 찾는 사람의 정보를 수집해 요청한 사람에게 보낸다.

 

이번 네팔 지진과 관련해서도 6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정보가 수집된 상태다. A라는 사람의 안전이 한번 확인되면 이후에 다른 사람이 A의 안전을 확인할 때 두번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세이프티 체크는 사용자가 본인 또는 친구의 안전 상태를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도록 돕는다. 위치 정보를 분석해 지진 발생 지역에 있는 사용자에게 안전 여부를 물은 뒤, 사용자가 답변을 한 것을 외부에서도 볼 수 있게 공개하는 식이다.


프로젝트 311에서는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 정보에서 구조 요청 메시지와 일반 메시지를 구분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구해주세요’ ‘갇혀있어요’ 같은 주요 키워드를 이용해 빅데이터에서 구조 정보를 걸러내는 기술이 골자다. 이런 서비스들은 비록 인터넷, 전기가 있어야 한다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전화가 되지 않는다거나, 생존자 여러 명을 한꺼번에 신속하게 찾아야하는 특수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을 걸로 보인다.

 

신진수 지질연 실장이 지진 경보를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이영혜 기자 제공
신진수 지질연 실장이 지진 경보를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이영혜 기자 제공

○ 우리나라는 지진 대비 어떻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질연)과 기상청의 관측 자료를 통합해 실시간 지진 경보를 한다. 지질연은 대전 지진연구센터를 비롯해 주요 단층지역에 지진관측소 35곳, 기상청은 지진 및 지진해일 관측을 위한 지진관측소 127곳을 운영하고 있다. 양 기관의 지진 자료는 국가망을 통해 실시간 공유된다.


국가지진정보센터에서는 이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지진 발생 여부를 감시하고 진앙의 위치, 규모 등을 분석한다. 역시 P파와 S파의 속도차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관측소에서 하루 동안 만들어지는 정보의 양은 1TB(테라바이트)가 넘는다. 이중에서 지진 신호만을 골라내 분석하려면 고도의 컴퓨터 알고리듬이 필요하다.


신진수 지질연 지진연구센터 실장은 “현재 우리나라 기술로는 지진 발생부터 사람들에게 경보가 전해지기까지 약 1~2분이 걸린다”며 “올해 안에 50초 이내로, 2020년까지 10초 이내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관측소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일본은 지진이 발생한 뒤 5초 만에 경보가 가능하다. 지진을 처음 감지할 때나, 정확한 진앙 위치를 찾을 때 관측소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오른쪽은 재난 시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해서 보여주는 스마트 빅보드. -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제공
오른쪽은 재난 시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해서 보여주는 스마트 빅보드. -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제공

한편 우리나라에도 빅데이터를 분석해 재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다. 현재 전라북도와 부산시, 대전시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 빅보드’ 시스템이다.


스마트 빅보드에는 다양한 빅데이터, 즉 위성 영상, 무인헬기 영상, CC(폐쇄회로)TV 정보, GPS, 기상정보, 포털사이트 뉴스, 휴대전화 재난신고 정보, 범죄 발생 신고 정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 등이 연계돼 있다. 기본 바탕은 3차원 지도다.

 

골목 구석구석까지 3D 영상으로 재현돼 있는데, 재난이 발생하면 여기에 시내 곳곳에 설치된 3300여 대의 CCTV 영상을 덧입혀 보여준다. 기상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중호우나 침수가 예상되는 지점을 스스로 찾아 그 지역의 CCTV를 보여주기도 한다. 헬기를 띄울 수 없는 악천후나 야간에 CCTV영상이 특히 유용하다.


또 스마트 빅보드를 이용하면 각 지역에 예상되는 피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진’, ‘침수’ ‘폭우’와 같은 키워드를 스마트 빅보드에 입력하면 각 지역별로 위험한 정도가 그래픽으로 나타난다. 스마트 빅보드는 각 지역의 소셜미디어 정보도 분석한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3300만 개의 트윗과 30억 개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분석해 의미를 추출한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의 피해 규모나, 조난 요청 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스마트 빅보드 시스템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확산시킬 예정이다.

 

 

※ 더 많은 과학기사를 2015년 6월호 과학동아에서 만나보세요. <과학동아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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