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생에 삼엽충이었던 분을 찾습니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5년 06월 23일 18:00 프린트하기

지난해,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더 이상 후계자는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달라이 라마는 환생이라는 방식을 이용해 대대로 자리를 계승합니다.

 

달라이 라마가 죽으면 유언에 따라 환생자를 찾은 뒤 그 사람을 차기 달라이 라마로 추대하지요. 달라이 라마의 이번 발언에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지만, 여기서는 ‘환생’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파리 Salpêtrière 병원의 장 마르탱 샤르코(Jean-Martin Charcot) 교수(왼쪽)가 히스테리성 환자(오른쪽) Blanche Marie Wittman을 최면술을 이용해 치료하고 있다. 환자를 부축하고 있는 사람은 조셉 바빈스키. - wikipedia 제공
장 마르탱 샤르코(Jean-Martin Charcot) 교수(왼쪽)가 히스테리성 환자(오른쪽) Blanche Marie Wittman을 최면술을 이용해 치료하고 있다. 환자를 부축하고 있는 사람은 조셉 바빈스키. - wikipedia 제공

● 최면을 믿지 마세요
 
“에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 고생을 하나.”
 
살면서 이런 말 자주 쓰지요? 진지하게 믿든 아니든 환생이라는 개념은 낯설지 않습니다. 이를 테면, 살면서 착한 일을 많이 해 덕을 쌓으면 다음 생에 좋은 곳에서 태어나고, 악행을 많이 저지르면 다음 생에 고생을 많이 한다는 식입니다. 서로 원수였던 두 사람이 다음 생에는 부모와 자식으로 태어난다고도 하지요. 어쨌든 전생의 업보는 계속 이어진다는 소립니다.
 
그런데 전생을 기억하시나요? 기억한다고 주장하는 몇몇 사람을 빼면 자신의 전생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니, 업보는 이어지게 해 놓고 왜 기억은 안 이어지게 해 놓은 걸까요? 내가 이번 생에서 고생하는 이유를 알아야 개과천선의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습니까.

 

착하게 살았던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현재의 내 의식은 꺼져 버리고 나를 기억도 못 하는 다른 사람이 복을 받는 것 아닙니까. 기억도 공유하지 못하는데, 둘을 어떻64게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나요.
 
그럼 전생을 기억한다는 사람들은 뭘까요? 간혹 가다 TV에 최면술사가 나와서 연예인을 대상으로 전생 체험을 시켜 주곤 하지요. 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장면을 보고 감탄할 게 아니라 코웃음을 쳐야 합니다.

 

그런 곳에서 나오는 증거라고 해 봐야 아무렇게나 떠드는 말이 다 아닙니까. 당사자가 지어 내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최면술사가 암시하는 대로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일 수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믿나요. 객관적인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geralt(pixabay) 제공
geralt(pixabay) 제공

● 영혼 총량 일정의 법칙… 같은 걸 끼얹나?
 
따지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환생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려고 해도 의문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환생한다는 건 영혼이 계속 육체를 갈아타며 반복해서 태어난다는 소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인구는 꾸준히 늘어왔거든요? 몇 천 년 전에는 1~2억 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무려 70억 명입니다. 그 영혼은 다 어디서 왔나요?
 

영혼도 새로 태어나지 않는다면 이 수많은 육체를 채울 수 없습니다.
 
꼭 인간끼리만 환생을 한다는 보장은 없으니, 동물이 사람으로 환생했다고 볼 수는 있겠군요. 그러면 그만큼 동물의 수가 줄어들었겠네요. ‘영혼 총량 일정의 법칙’ 같은 게 있어서 지구상의 전체 동물 수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나 봅니다. 아메바에게도 영혼이 있는지, 적어도 곤충 이상은 돼야 영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새 생명이 태어날 때는 항상 어딘가에서 생명이 꺼지고 있는지, 아니면 전생의 업보에 알맞은 운명을 지닌 새 생명이 태어날 때까지 영혼이 어딘가에 재고로 쌓여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전생에 너무도 악행을 일삼아서 다음 생에는 축생으로 환생해야 하는데,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간의 몸을 채울 영혼의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이득을 본 사람도 있겠군요.

 

반대로 전쟁 같은 이유로 인구가 급감하는 시기에 환생하는 영혼은 전생에 덕을 쌓았어도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하는 억울한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전생의 업보를 짊어진다는 취지가 무색해지네요.
 
또한, 영혼은 언제부터 있었을까요? 지구에 생명이 태어났을 때부터 영혼이 있었을까요? 그렇다면 모든 생물종의 90% 이상이 사라진 페름기 대멸종 때는 갈 곳 없는 영혼이 지구를 떠돌고 있었어야 합니다. 영혼도 사라졌다가 다시 생긴다? 그렇다면 환생이라고 부를 수 없겠지요.

 

과학동아(일러스트 권오한) 제공
과학동아(일러스트 권오한) 제공

● 전생 체험은 쇼!
 
제가 너무 억지를 쓴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종교에서 다루는 개념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영혼이 있고 환생이라는 과정을 거친다면 분명 어떤 법칙에 따를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누누이 이야기했듯이 영혼이 존재한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TV에 나오는 전생 체험은 순전히 ‘쇼’일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게 최근 아닙니까.

 

몇 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우리 전생은 사람이 아닐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전생에 메뚜기였다거나 지렁이였다며 당시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전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많았다면 조금이라도 믿어 줬을 텐데 말이지요.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3-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주위에서 접하는 각종 속설, 소문 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까칠한 시선으로 따져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5년 06월 23일 18:0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8 + 2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