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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소설, 게임 속의 메르스(M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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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소설, 게임 속의 메르스(MERS)

2015.06.15 18:17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소식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습니다. 혹여 대유행으로 퍼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요. 더불어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인류가 재앙에 빠지는 스토리를 담았던 영화나 소설, 게임이 최근 다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과연 이 허구의 세계에서 인류는 어떻게 전염병을 이겨냈을까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바이러스는 실제와 어떻게 다른지 과학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 한국사회 실감나게 그린 ‘감기’

 

국내에 메르스 환자가 늘어나면서 최근 빈번하게 회자되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감기(2013년)’입니다. 개봉 당시만 해도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큰 흥행은 거두지 못했지만, 최근 메르스 여파로 재평가를 받는 영화라고 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바이러스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H5N1의 변종으로, 공기를 통해 전염되고 치사율 또한 100%에 달합니다. 밀입국자들이 타고 온 컨테이너박스를 통해 한 도시에 퍼지는데요. 컨테이너박스 안에서 계대감염이 일어난 것입니다. 계대감염이란 한 숙주에서 출발한 바이러스가 연이어 숙주를 옮겨 전염시키는 것으로 숙주를 옮길 때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에는 조금씩 변이가 생깁니다.

 

네덜란드 에라스뮈스 메디컬센터 론 푸히르 교수팀은 계대배양(계대감염)을 통해 공기전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네덜란드 에라스뮈스 메디컬센터 론 푸히르 교수팀은 계대배양(계대감염)을 통해 공기전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실제로 AI 바이러스는 국내의 조류 농가에 큰 고통을 안겨준 바이러스인데요. 인체 감염은 잘 일어나지 않지만 전염되는 경우 치사율이 60%에 가깝습니다. 2012년 네덜란드 에라스뮈스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H5N1에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킨 뒤 실험용 족제비들 사이에서 계대감염을 시키자 10번째에 이르러 이 바이러스가 영화처럼 공기전염 능력을 획득하는 것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 혈장 주입 치료법 가능할까

 

(주)아이필름코퍼레이션  제공
(주)아이필름코퍼레이션  제공

영화에서 정부는 초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정치 싸움 속에 우왕좌왕 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요. 감염지역의 사람들을 산 채로 살처분까지 하는 모습은 공포로 그려지죠.

 

반면에 영화이기 때문에 그려진 가상의 이야기도 눈에 띄는데요. 감염자에게 나타나는 수포 증상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증상입니다.

 

또 전문가들은 48시간 만에 100% 사망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대유행을 일으키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감염부터 사망까지 시간이 너무 빨라 다른 사람을 전염시킬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영화 속 결말은 바이러스를 이겨낸 사람의 항체를 통해 백신을 만들어 사람들을 구한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완치자의 혈액에서 항체가 포함된 혈장을 다른 환자에게 투여해 치료하는 혈장 주입 치료법은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에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아직 그 효과에 논란이 있지만, 이번 메르스에도 이러한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사람마저 살처분 하는 세상 오나>, 동아사이언스 2014년 01월 30일자
<에볼라 이겨낸 생존자 혈액, 치료효과 있나>, 동아일보 2014년 08월 05일자

 


◇ 에볼라 연상시키는 영화 ‘아웃브레이크’

 

‘아웃브레이크(1995년)’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보유한 아프리카 원숭이가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전염병을 퍼뜨리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원숭이를 싣고 간 배가 우리나라 배로 설정된 탓에 논란이 되기도 했죠. 영화에는 에볼라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으나 그 특성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연상시킵니다. 출혈열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공기전염으로 변하면서 미국 전역이 일대 혼란에 빠진다는 내용인데요.

 

워너브라더스 제공
워너브라더스 제공

영화에 등장하는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거의 100%에 달하지만, 실제 에볼라 바이러스는 그렇게까지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또 에볼라 바이러스가 공기전염이 될 정도로 변하려면 수백 만 년은 걸려야 한다고 합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서식지와 감염방식이 공기전염 바이러스와 전혀 다르게 진화했기 때문이죠.

 

기침에 섞여 나온 에볼라 바이러스도 주변 사람에게 전염되려면 ‘세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하는데요. 우선 코털과 기도 속의 섬모를 뚫고 기도로 진입하기가 어렵고, 그렇게 들어간다 해도 기도상피세포의 세포벽에 가로막히게 됩니다. 통과한다 해도 기존 환경과 다르기 때문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복제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에볼라, 공기로도 전염될까>, 동아사이언스 2014년 08월 26일자

 


◇ 인수공통 전염병의 공포 그려낸 소설 ‘28’

 

네덜란드 에라스뮈스 메디컬센터 론 푸히르 교수팀은 계대배양(계대감염)을 통해 공기전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소설 ‘28(2013년)’은 전직 간호사인 작가가 응급실에서의 경험을 살려, 전염병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28일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입니다.

 

수도권 인근의 한 도시, 개에 물려 빨갛게 눈이 붓고 온 몸에서 피를 흘리던 사람이 발견됩니다. 이 사람을 구조하던 119 구조대원들까지 같은 증상을 보이면서 정체불명의 전염병은 급속도로 퍼지게 되는데요.

 

섬뜩하고 잔인한 느낌이 생생히 그려지고, 개와 인간, 인간과 인간, 그 사이에서 그려지는 인간의 잔혹성이 읽는 내내 불편하게 만듭니다. 작가는 치명적인 빨간 눈 괴질이 사람과 개를 공통으로 전염시키는 인수공통 전염병이라는 특성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사람하고 동물이 함께 걸리는 전염병. 이를테면 광견병이나 이볼라 같은, 아니, 어쩌면 이볼라보다 훨씬 강력할지도 모르지. 잠복기가 짧고 경과도 몇 배 빠르고. 개가 개한테, 개가 사람한테, 사람이 사람한테, 사람이 개한테 전염시키는 게 모두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 메르스를 포함해 최근 들어 인류를 위협해온 바이러스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감염되는 인수공통 전염병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우송 책임연구원이 지난달 작성한 연구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 퍼져 있는 인수공통 전염병은 신종플루, 조류독감, 광견병 등 120종에 달합니다. 국내에선 이 중 30∼40% 가량이 발병 가능합니다.

 

인수공통 전염병은 다른 감염 질병과는 달리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기본적으로 동물의 생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물과 사람을 모두 통제하기 힘들고 바이러스의 잦은 돌연변이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쉽지 않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위성 지리정보시스템 같은 IT기술을 전염병 관리에 적용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인수공통감염병 연구동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 바이러스 공략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

 

게임 ‘플레이그 Inc(질병 주식회사)’ 캡처 제공
게임 ‘플레이그 Inc(질병 주식회사)’ 캡처 제공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게임 중 최근 큰 관심을 받은 건 ‘전염병 주식회사(2012년)’입니다. 게임의 목표는 섬뜩하게도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로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인데요. 플레이어는 상황에 맞게 전염병을 변이시키며 인류를 공략해야 합니다. 게임을 시작할 때 먼저 ‘손씻기’로 난이도를 선택하는데요. ‘쉬움’ 난이도에서는 게임 속 사람들이 아무도 손을 씻지 않기 때문에 전염병이 무서운 속도로 퍼져 나갑니다. 반대로 ‘어려움’ 난이도에서는 사람들이 강박적으로 손을 씻기 때문에 전파가 어려워지도록 설정했습니다.

 

게임에서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균류, 원생동물 등에서 병원체를 선택하고, 기후를 비롯한 바이러스 적응 환경을 고려해 처음 전염병이 발생할 국가를 정할 수 있습니다. 감염자 수가 늘어날수록 돌연변이나 진화할 수 있는 ‘DNA 점수’가 늘어나는데요. 실제로 숙주를 옮길 때마다 바이러스가 숙주에 더 잘 적응하는 방향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현실과 일맥상통합니다.

 

게임 ‘플레이그 Inc(질병 주식회사)’ 캡처 제공
게임 ‘플레이그 Inc(질병 주식회사)’ 캡처 제공

또 공기전염을 일으키면 감염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인간과 야생동물, 가축의 생활구역이 뒤섞이면서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더욱 위협적입니다. 폐, 면역계, 신경계, 피부, 소화기관 등을 타깃으로 장기부전, 출혈열, 사이토카인 폭풍 등 현실 가능한 치명적인 증상들을 일으키면 게임 속에서도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의 수가 빠르게 늘어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항하는 인류의 노력이 방해 작용을 하는데요.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전 세계가 막대한 자본을 투여해 치료제를 개발하기 시작하면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병원체는 거꾸로 멸종당할 위기에 처합니다.

 

이 게임이 그동안 1000만 건 이상 다운로드 된 이유는 다양한 전략을 사용해 흥미진진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매력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전염병이 어떤 경로로 퍼지게 되는지 알게 되고 어려운 의학용어를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은 덤입니다. 요즘 이 게임을 통해 메르스의 종식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질병 주식회사’에서 인류 멸망 바이러스 제조?>, 동아사이언스 2014년 08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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