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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DNA염기 존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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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DNA염기 존재하나?

2015.06.29 18:00

여섯 번째 염기인 히드록시메틸시토신(5hmC)에 이어 일곱 번째인 포르밀시토신(5fC)과 여덟 번째인 카르복실시토신(5caC)의 발견은, 우리가 지금까지 게놈의 역동적인 측면을 얼마나 과소평가했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크리스토퍼 나벨 & 라울 콜리

 

예전에 정보과학을 다룬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언급을 본 기억이 난다. DNA에서 중요한 건 염기의 분자구조가 아니라 한 자리에 2비트의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매체라는 사실이라는 얘기였다. DNA의 네 염기를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로 표시하든 0, 1, 2, 3으로 표시하든 지니는 정보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DNA이중나선은 두 개의 긴 분자가 AT와 GC의 염기쌍(수소결합)으로 붙어있는 상태다. 그러나 DNA에는 네 가지 기본 염기 외에도 약간 구조가 다른 염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 위키피디아 제공
DNA 이중나선은 2개의 긴 분자가 AT와 GC의 염기쌍(수소결합)으로 붙어있는 상태다. 그러나 DNA에는 네 가지 기본 염기 외에도 약간 구조가 다른 염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 위키피디아 제공

DNA 염기의 분자구조를 외웠다가 돌아서면 까먹는 일을 무수히 반복해온 필자로서는 좀 허탈한 관점이었지만 사실 당연한 말이다. 그럼에도 생명과학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DNA 염기의 분자구조를 알 필요가 있다. 유전정보를 기록하는 일이 염기가 존재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분자생물학이 꽃필 시기만 해도 DNA의 역할은 정보 저장이고 유전자 발현은 전사인자 같은 단백질이 담당한다고 추측했다. 즉 단백질이 게놈 DNA염기의 특정서열을 인식해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게놈에서 기존 네 가지 염기가 아닌 다른 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DNA가 단순히 유전정보 저장매체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5-메틸시토신(5mC)의 존재다.

 

● 다섯 번째 염기 5mC

 

네 가지 염기 가운데 하나인 시토신은 피리미딘이라는 육각형 고리 구조를 기본으로 하는 분자로, 육각형의 꼭짓점에 원자가 있고 각각 1번에서 6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시토신의 5번 탄소에는 수소가 붙어있는데 5mC의 경우 수소 대신 메틸기(-CH3)가 붙어있다. 즉 메틸화효소의 작용으로 시토신이 5mC로 바뀐 것이다.

 

시토신과 5mC는 유전정보의 관점에서는 동일하지만 화학적으로 엄연히 다른 분자다. 그리고 이 차이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생명체에서 5mC가 존재하는 건 아니고 진핵생물, 그 가운데서도 특히 포유동물에 광범위하게 존재해 시토신의 대략 5%가 메틸화돼 있다. 흥미롭게도 메틸화는 대부분 시토신-구아닌(CpG) 서열, 즉 뒤에 구아닌이 오는 시토신에서 일어난다. 

 

게놈분석 결과 시토신의 메틸화는 마구잡이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세포의 유형에 따라 메틸화 패턴이 다르고 개체발생단계에 따라서도 다르다. 물론 여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5mC가 조밀한 유전자는 발현이 억제된다. 그리고 세포분열로 게놈이 복제될 때도 메틸화 패턴은 유지된다. 즉 유전정보뿐 아니라 발현정보도 보존되는 셈이다. 후자를 ‘후성유전학’이라고 부르는데, 2000년대 들어 생명과학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다.

 

즉 수정란이라는 단 하나의 세포에서 세포 수십 조개로 이뤄진 개체로 발생하는 과정에서 조직별로 유전자 발현 패턴이 달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토신의 메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암을 비롯한 많은 질병에서 비정상적인 메틸화 패턴이 발견되고 있다. 이처럼 메틸화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면서 5mC를 ‘다섯 번째 DNA염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 중간생성물일 뿐인가 기능이 있는 분자인가?

 

아직까지 DNA염기의 후성유전학 연구는 5mC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 2009년 새로운 염기분자가 발견되면서 ‘여섯 번째 DNA염기’의 존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즉 이해 학술지 ‘사이언스’에 나란히 실린 논문 두 편에서 연구자들은 5-히드록시메틸시토신(5hmC)이라는 새로운 염기의 존재를 보고했다.

 

미국 하워드휴즈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원래 소뇌의 푸르키니에세포와 과립세포라는 두 뉴런에서 5mC의 빈도를 비교하려고 했는데 실험을 하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분자인 5hmC를 발견한다. 5hmC는 푸르키니에세포에서 전체 염기의 0.6%나 차지했고 과립세포에서도 0.2%를 차지했다. 흥미롭게도 비교를 위해 분석한 암세포들에서는 5hmC가 존재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논문 말미에서 5hmC가 후성유전학적으로 뉴런 기능을 조절하는데 관여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지는 논문에서 하버드대 연구자들은 TET1이라는 효소가 5mC를 산화시켜 5hmC로 바꾼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그런데 2011년 5hmC가 목적지가 아니라 경유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5hmC 역시 효소의 추가 작용으로 5-포르밀시토신(5fC)으로 산화되고, 5fC 역시 5-카르복실시토신(5caC)으로 산화된다. 5fC는 시토신의 5번 탄소에 수소 대신 포르밀기(-CHO)가 붙은 분자이고 5caC는 카르복시기(-COO-)가 붙은 분자다. 그리고 5caC에서 이산화산소가 떨어져 나가면서 시토신으로 바뀐다. 결국 5mC가 시토신으로 탈메틸화되는 과정에서 중간생성물들인 5hmC, 5fC, 5caC가 만들어진다고 보면 이 분자들에 6, 7, 8번째 염기라고 지위를 부여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실제로 연구자들 사이에는 이들 세 염기가 후성유전학적 기능을 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5mC는 시토신(C)이 메틸화돼 만들어진다. 그런데 5mC 역시 탈메틸화돼 시토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세 가지 염기(hmC, fC, caC)가 생긴다는 사실이 2011년 밝혀졌다. 이들 세 염기가 단순히 중간생성물인지 후성유전학적 기능이 있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 사이언스 제공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5mC는 시토신(C)이 메틸화돼 만들어진다. 그런데 5mC 역시 탈메틸화돼 시토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세 가지 염기(hmC, fC, caC)가 생긴다는 사실이 2011년 밝혀졌다. 이들 세 염기가 단순히 중간생성물인지 후성유전학적 기능이 있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 사이언스 제공

그런데 학술지 ‘네이처 화학생물학’ 6월 22일자 온라인판에 5fC가 기능을 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화학과 상카 발라슈브라마니안 교수팀은 5fC가 전체 시토신 계열 분자의 0.002%도 안 되는 희박한 빈도로 존재하지만 조직별, 발생시기별 패턴을 유지하는 걸로 봐서 여기에는 어떤 기능이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이들 세 분자가, 5mC가 시토신으로 탈메틸화되는 과정의 중간생성물이라는 지위를 뛰어넘을지 지켜볼 일이다.

 

● 원핵생물과 진핵생물에서 기능 다른 듯

 

학술지 ‘셀’ 5월 7일자에는 위의 세 가지보다 훨씬 강력한 여섯 번째 DNA염기 후보에 대한 논문 세 편이 나란히 실렸다. N6-메틸아데닌(6mA)이라는 염기로, 아데닌의 퓨린 고리의 6번 탄소에 붙어 있는 아민기(-NH2)의 질소에 수소 대신 메틸기가 붙은 분자다. 사실 6mA의 존재가 알려진 건 1960년대 초로 반세기 전 일이다. 그럼에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은 건 이 분자가 원핵생물에만 존재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아데닌도 메틸화돼 메틸아데닌(6mA, 그림 오른쪽 위 분자)로 바뀔 수 있다. 6mA는 박테리아에서 게놈을 보호한다는 역할을 하는데, 최근 진핵생물에서도 후성유전학적 기능이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녹주류인 클라미도모나스의 게놈을 분석해보면 발현이 많이 되는 유전자에서 6mA의 빈도가 더 높다. - 셀 제공
아데닌도 메틸화돼 메틸아데닌(6mA, 그림 오른쪽 위 분자)로 바뀔 수 있다. 6mA는 박테리아에서 게놈을 보호한다는 역할을 하는데, 최근 진핵생물에서도 후성유전학적 기능이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녹주류인 클라미도모나스의 게놈을 분석해보면 발현이 많이 되는 유전자에서 6mA의 빈도가 더 높다. - 셀 제공

박테리아는 침입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제한효소라는 무기를 개발했다. 제한효소는 DNA염기의 특정 서열을 인식해 자르기 때문에 크기가 보통 수천~수만 염기인 바이러스 게놈 위에 제한효소가 작용하는 서열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는 크기가 수백만 염기인 박테리아의 염기에는 그런 서열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테리아는 이런 서열에 있는 아데닌을 6mA로 바꿔 제한효소가 인식하지 못하게 했다. 6mA는 박테리아 게놈의 보호장치인 셈이다.

 

그런데 1980년대 이래 진핵생물인 단세포 녹조류 클라미도모나스를 비롯해 여러 종에서 아데닌의 0.5~10%가 메틸화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6mA의 기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셀’에 실린 논문 세 편은 각각 클라미도모나스와 예쁜꼬마선충, 초파리의 게놈에서 6mA의 분포를 분석하고 있다.

 

먼저 상대적으로 6mA의 빈도가 높은 클라미도모나스의 결과를 보면 이 염기가 게놈 위에 임의로 분포하는 게 아니라 프로모터 영역에서 밀도가 높은 걸로 나왔다. 프로모터는 보통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부분 앞에 있는 영역으로, 이 부분에 전사인자 같은 단백질이 붙으면 전사가 일어난다. 따라서 전사를 억제하는 5mC와는 반대로 6mA는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쁜꼬마선충에서도 빈도는 훨씬 낮지만(0.025%) 6mA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동안 존재여부가 논란이 된 초파리에서도 정밀한 분석 결과 존재하는 걸로 나왔다. 특히 초파리 배아 발생 초기 단계에는 0.07%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나 6mA가 개체발생에 어떤 역할을 함을 시사하고 있다. 사람의 게놈에도 6mA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6mA가 여섯 번째 염기로 생명과학 교과서에 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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