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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늙기 쉽고 연애는 이루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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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늙기 쉽고 연애는 이루기 어렵다

2016.06.11 16:00

소년은 외로움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습니다. 심심하면 친구들을 불러 축구와 농구를 했고, 집에 오면 인터넷, 게임도 있고 책도 있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즐거웠습니다. 물론 연애를 전혀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관심을 둬 본 여자도 있었고, 소개를 받아 사귀기도 했습니다. 다만, 절박하지 않았을 뿐이죠. 세상에는 연애 말고도 즐거운 일이 워낙 많았거든요.
 
굳이 연애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할 필요는 없었어요. 살다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는 날이 오겠거니 생각했을 뿐이었죠.
 
그렇게 시간은 잘도 흘렀고, 어느 날 거울을 본 소년은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소년은 늙기 쉽고 연애는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요. 여자란 어렸을 적 엄마 말처럼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저절로 따라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 거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아요. 여러분 모두 부모님께 낚인 거예요! (ㅠㅠ) 뒤늦게 뼈저린 후회에 가슴을 쳤지만, 뭐… 어쩌겠어요? 이미 몸 안의 연애세포는 죽어 버린 것을. 그래도 소년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늦었지만 로맨틱 가이로 변신해 연애 전선에 뛰어들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실전 경험이 부족해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거였어요. 착실하고 모범생이었던 소년은 자기다운 방법으로 연애를 배우기 시작했답니다. 뭐겠어요? 뻔하죠. 책이에요. 연애를 글로 배운 소년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승부는 첫인상에서 갈린다
 
아, 위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가 아닙니다. 가까운 친구의 사연이에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어쨌든 소년은 휴대전화 연락처 목록을 샅샅이 뒤지고 주변 사람들의 옆구리를 찔러서 소개팅을 줄줄이 잡았습니다.
 
연이은 소개팅은 쉽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너무 피곤한 상태로 나가거나 옷도 대충 꿰입고 나가곤 했지요. 친구들은 소개팅은 첫 인상 승부인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무리 연애를 글로 배운 소년이라지만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 정도는 알았어요. 하지만, 속으로는 ‘첫인상이 별로여도 만나다 보면 정이 들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어요. 안 그래요?
 
땡~! 틀렸어요. 그따위 안이한 생각을 하고 나가니까 자꾸 실패하는 거예요. 범생이답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공부를 해 본 소년은 첫인상의 중요성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소년에게 깨달음을 안겨 준 것은 지난 2010년 ‘실험심리학지’에 실린 연구였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컴퓨터 화면에 띄운 어떤 사람을 보여주고 그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나쁜 첫인상을 갖게 했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똑같은 사람을 다시 보여주며 처음과 다른 정보를 알려줬습니다. 첫인상과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는 거예요. 이때 연구팀은 컴퓨터 화면의 배경을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한 환경을 만들었어요.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다양한 환경에서 그 사람을 보여주며 실험 참가자의 반응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역시 첫인상이었습니다. 첫인상은 정말 끈질긴 거였어요. 첫인상이 정해진 뒤 받아들이는 새로운 정보는 그 정보를 받아들인 특정한 상황에서만 영향력을 발휘할 뿐, 다른 상황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첫인상이 중요했어요.
 
예를 들자면, 첫인상이 별로인 남자가 있었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 함께 만원 지하철에 탔어요. 그랬더니 이 남자가 밀고 들어오는 사람을 몸으로 막아서서 여자가 편안하게 서있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는 거예요. 살짝 호감이 가겠죠?

 

하지만, 그래 봤자 그런 호감은 지하철을 타고 있거나 비슷한 상황에서만 잠깐 영향을 발휘할 뿐 다른 상황에서는 여전히 나쁜 첫인상만 떠오른다는 겁니다. 나쁜 첫인상을 극복하려면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거죠. 어쩔 수 없어요. 사람 심리가 그런 거예요.

 

과학동아(일러스트 배중열) 제공
과학동아(일러스트 배중열) 제공

● 연애도 해 본 놈이 잘 한다
 
새삼 첫인상의 중요성을 깨달은 소년은 다른 고민에 빠졌어요. 상대방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거지요. 상대방의 반응을 정확히 파악해야 쓸데없이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잖아요. 연애를 글로 배우는 소년은 또 문헌을 찾아봤어요.
 
이번에는 2011년 4월 ‘심리과학’이라는 학술지에 실린 연구입니다. 이성을 만났을 때 상대방이 나를 더 만나볼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보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능력에 대한 내용이에요. 연구팀은 남녀 각각 190명, 192명이 참가한 스피드 데이팅에서 얻은 자료를 분석했어요. 스피드 데이팅이란 여러 명의 남녀가 돌아가면서 5분 정도 짧게 대화를 나누며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는 행사예요.
 
재미있게도 이번에는 남녀가 서로 달랐어요. 단기간의 연애, 상대에게 헌신하지 않는 연애를 추구하는 남자일수록 상대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더 잘 맞혔어요. 반대로 여자는 따뜻하고 믿을 수 있고 서로 협력하면서 오랫동안 사귀는 연애를 잘하는 성격일수록 더 잘 맞혔고요.
 
여자에게 많이 집적대는 남자일수록 자신의 행동에 여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많이 접하기 때문에 상대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눈치 채는 ‘촉’이 발달한다는 거예요. 여자는 따뜻한 연애를 잘하는 성격일수록 남자가 다가가기 쉬워서 남자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는 감각이 발달하고요.
 
‘연애도 해 본 놈이 잘 한다’라는 게 괜한 말이 아니더라고요. 남자는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열심히 들이대야 하는거예요. 여자라면 접근하는 남자를 너무 매몰차게 거절해선 안 되고요.
 
이런 사실을 깨달은 소년은 뒤늦게 가슴을 쳤지만, 더 안 늦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요. 연애를 글로 배운 소년이 로맨틱 가이가 되는 길은 멀고 험난했답니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에 이어 ‘로맨틱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2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연애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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