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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웰에서 뉴호라이즌까지 명왕성 110년의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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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15일 16:33 프린트하기

요즘 명왕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2006년 1월 지구를 떠났던 미국 탐사선 ‘뉴호라이즌’이 14일 밤 명왕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인데요. 15일 오전 10시(한국시각) 무렵에는 지구와의 교신도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번 탐사는 무려 9년 6개월간의 비행 끝에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이슈가 되고 있죠. 오늘 DS인사이드에서는 명왕성의 존재를 처음 예견한 순간부터 관측 성공, 그리고 명왕성 코앞까지 다가선 오늘날까지 110년간의 명왕성 이야기를 살펴볼까 합니다.

 

 

◇ 인턴의 등장, 그리고 “명왕성 됐어”

 

2006년 1월 명왕성을 향해 발사되는 뉴호라이즌 - NASA 제공
2006년 1월 명왕성을 향해 발사되는 뉴호라이즌 - NASA 제공

앞서 밝혔듯 2006년은 뉴호라이즌이 발사된 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명왕성 됐어(He’s plutoed)”라는 말이 유행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당시 미국인들 사이에서 ‘끈 떨어졌다’, ‘격이 떨어졌다’라는 의미로 쓰였는데요. 가수 싸이의 히트곡에 나오는 “새 됐어”라는 가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유행어가 퍼진 건 그해 8월 열렸던 국제천문연맹(IAU) 총회에서 명왕성의 행성(Planet) 지위를 박탈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인데요. 당시 이 같은 결정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미국 학계와 여론은 명왕성 퇴출을 반대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이란 점에서 명왕성은 특별했기 때문입니다.

 

명왕성은 알려진 대로 1930년 미국 아마추어 천문가인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가 발견했습니다. ‘아마추어’라고 표현한 건 당시 그가 로웰천문대에 소속된 20대 초반의 단기 인턴에 불과해서죠. 사실 톰보는 그저 별 보는 걸 좋아하는 시골 청년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일리노이 주의 시골에서만 살았던 그는 농기구 부품으로 천체망원경을 조립할 만큼 열혈 아마추어였는데요. 1929년 어느 날 톰보가 자신이 관측한 기록을 로웰천문대에 보내며 취업 의지를 밝히자 천문대는 그에게 인턴 자리를 제안하게 되죠. 그렇게 일을 시작한 신참내기 톰보는 이듬해 명왕성 발견이라는 기적을 일궈내고 맙니다.

 

 

◇ 괴짜 로웰과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

 

클라이드 톰보(왼쪽)와 퍼시벌 로웰 - lib.nmsu.edu, astronomy.nmsu.edu 제공
클라이드 톰보(왼쪽)와 퍼시벌 로웰 - lib.nmsu.edu, astronomy.nmsu.edu 제공

로웰천문대는 톰보가 관측한 자료를 한 달 넘게 검증한 뒤 1930년 3월 13일 명왕성 발견을 공식 발표합니다. 공교롭게도 천문대의 설립자이자 명왕성을 예측했던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이 태어난 날에 맞춘 겁니다. 로웰은 하버드대 수학과를 졸업한 인재였지만 그 역시 천문학을 정식으로 공부하진 않았습니다. 아마추어 천문가였죠. 하지만 우주에 관한 열정은 톰보와 마찬가지로 대단했습니다. 오로지 화성인의 존재를 밝힌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사재를 털어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천문대를 1894년 애리조나 주 플래그스태프라는 지역에 세운 것이 로웰천문대입니다.

 

로웰은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부유한 사업가였던 그는 1883년 우연히 일본에 관한 강연을 듣고 강한 호기심이 생겼던지 무작정 일본으로 떠나 무려 10여 년간 머물게 됩니다. 이 때 조선과도 연이 닿아 민영익, 유길준 등 개화파 인사들로 구성된 대미 친선사절단을 미국까지 인솔하기도 했는데요. 그 보답으로 고종의 초청을 받아 한양에도 3개월간 머물게 됩니다. 이 시기의 경험을 훗날 엮은 것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이라는 책입니다. 오늘날에도 쓰는 이 표현의 원조가 바로 로웰입니다.

 

 

◇ 플래닛 X의 발견부터 조우까지

 

명왕성에 근접하는 뉴호라이즌을 표현한 그래픽 - NASA 제공
명왕성에 근접하는 뉴호라이즌을 표현한 그래픽 - NASA 제공

천문대를 지은 뒤 한동안 화성에 몰입했던 로웰은 1905년에는 꼭 존재할 것만 같은, 미지의 행성에 빠져들기 시작했는데요. 자신의 수학 실력으로 해왕성의 궤도를 계산한 결과, 해왕성 너머에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 존재해야 했기 때문이죠. 로웰은 그 미지의 행성을 ‘플래닛(Planet) X’라고 이름 짓습니다. 남은 건 이 행성을 실제 관측해 존재를 확정짓는 건데요. 당시로서는 매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25년간 플래닛 X의 관측은 로웰천문대가 풀지 못한 오랜 숙제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후 14년이 지난 1930년 마침내 햇병아리 관측자인 톰보가 등장해 그 과제를 해결하고 말죠. 플래닛 X의 관측 성공, 바로 명왕성의 발견입니다.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되던 2006년 당시 미국이 보였던 진한 아쉬움의 이면에는 이러한 110년간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명왕성은 가장 미국적인 스토리를 담은 행성인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인정하든 말든 오로지 열정으로 뛰어들어 이뤄낸 천문학판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키호테 로웰과 신참내기 톰보가 모두 아마추어라는 점에서 극적인 요소를 더하는데요. 더불어 그들의 조국,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고 이후에는 구 소련과 꾸준히 경쟁하면서 최고의 우주강국으로 성장하게 되죠. 그 최강의 기술로 마침내 오늘날 명왕성과 대면하게 되면서 110년간 이어져오던 스토리가 절정에 이르지 않았나 합니다.

 

[참고기사]

<인류, 9년 6개월 만에 드디어 명왕성과 만났다>, 동아사이언스 2015년 07월 14일자

<지구 떠난지 10년, 드디어 명왕성이 눈 앞>, 동아사이언스 2015년 06월 11일자

<나는 믿는다! 화성에 ‘대운하’가 있다는 사실을>, 동아사이언스 2015년 03월 11일자

 


서영표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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