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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텐과 이스트의 맛있는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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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텐과 이스트의 맛있는 합작

2015.08.05 18:00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아침, 우리 집 첫 식사는 에그 베이컨 토스트랍니다. 바삭하게 겉만 살짝 구운 식빵에 양상추를 깔고 노른자를 반만 익힌 달걀 프라이와 베이컨을 넣어 다시 식빵으로 덮으면 완성! 얼마나 맛있고 든든한지 몰라요. 오늘은 특별하게 식빵부터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흐음~, 오븐에서 갓 구워낸 빵 냄새는 언제 맡아도 참 고소해요. 처음 해보는 베이킹인데 성공했어요. 역시 저는 요리영재라니까요? 그런데 식빵에 양상추를 깔려니까 좀 이상해요. 빵이 푸석푸석해서 부서져 버렸어요. 방에서 나온 신랑이 빵을 하나 먹어보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과자를 구웠구나!” 결국 한양대의 조리과학연구실 ‘사이언스 인 더 키친’을 찾아갔어요. 조리 실습실에 들어간 저는 깜짝 놀랐답니다. 실습 선생님이 들고 계신 밀가루가 전날 제가 썼던 거랑 달랐거든요.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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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빵과 쿠키의 차이는? 바로 글루텐 단백질


제가 어제 박력 있게 골랐던 밀가루는 박력분이었어요. 그런데 실습 선생님은 강력분이라 적힌 봉지를 강력하게 보여주셨죠. 어떤 음식을 만드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밀가루가 다르더라고요. 식빵이나 베이글을 구울 때는 강력분을 사용해요. 국수를 뽑을 때는 중력분을, 과자나 케이크, 패스트리를 구울 때는 박력분을 사용해야 해요. 똑같이 하얗고 고운 밀가루인데, 뭐가 다른 걸까요? 비밀은 바로 단백질인 글루텐에 있었어요.

 

밀가루는 전분(탄수화물)이 약 70%, 단백질이 약 10%, 나머지는 비타민과 무기질로 이뤄져 있어요. 밀가루 단백질인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은 물을 붓고 오랫동안 반죽하면 그물처럼 생긴 글루텐을 형성한답니다. 글루텐은 점성과 탄력성이 강해요. 반죽을 오래 할수록 글루텐이 훨씬 많이 생기고 음식도 단단해지지요. 이 글루텐이 들어 있는 정도에 따라 밀가루를 강력분(13% 이상), 중력분(10~13%), 박력분(10% 정도)으로 나눈답니다.

 

밀가루마다 글루텐 양이 정말 다른지 실험으로 알아보았어요. 밀가루 세 종류를 각각 100g씩 거즈에 싸서 흐르는 물에 씻었어요. 손으로 조물조물 주무르니 전분이 하얗게 씻겨나가면서 밀가루 반죽이 점점 작아졌어요. 20분가량 지나자 반죽이 점점 끈적끈적해지고 반죽을 씻은 물도 투명해졌어요. 전분이 모두 씻겨나가고 글루텐만 남은 것이지요. 거즈를 펼치자 씹던 껌처럼 끈적끈적한 글루텐을 볼 수 있었답니다. 강력분에서 얻은 글루텐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중력분, 박력분 순서였어요.

 

두 눈으로 강력분의 능력을 확인하고 나니 이제 제빵에 자신이 생겼어요. 평소 운동으로 다진 팔로 열심히 반죽해서 글루텐을 내기만 하면 되니까요! 오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길이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마냥 기뻤답니다.

 

 

wikipedi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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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트와 소금이 닿으면 딱딱한 식빵 돼

 

식빵 하나를 만들기 위해 커다란 볼에 강력분(300g)을 수북하게 담았어요. 밀가루 더미 위에 이스트(효모, 4g)와 소금(2g), 설탕(50g)도 부었죠. 여기서 잠깐! 제가 딱딱한 식빵을 만들게 된 원인을 찾았답니다. 밀가루 더미에 재료를 넣을 때에는 이스트와 소금이 절대 만나서는 안 돼요. 이스트는 소금과 닿으면 삼투압현상으로 수분이 빠져나가 죽어버리거든요. 그렇다고 짠 맛을 내고 글루텐을 단단하게 해주는 소금을 안 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그래서 밀가루와 이스트를 먼저 섞어 분산시킨 뒤 소금을 섞었답니다. 그리고 달걀(1개)과 우유(100mL)를 넣고 반죽해요. 반죽이 한 덩어리가 되면 무염버터(30g)를 넣고 치대줍니다. ‘(손으로)치댄다’는 표현은 반죽을 납작하게 누른 채 밀었다 당겼다 하며 빨래하듯 주무른다는 뜻이에요. 열심히 치댄 반죽은 글루텐이 생겨 매끄럽고 탄력 있는 상태가 되지요. 반죽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반죽은 글루텐이 잘 형성될 때까지 치대요. 재료가 고루 섞이고 반죽이 손이나 그릇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지 않을 정도로 치대면 됩니다. 반죽을 늘였을 때 얇은 막이 생기면 완성이에요.

 

손대신 반죽을 해주는 기계도 있어요. 후크를 회전하면서 반죽을 돌리거나 용기의 벽에 부딪히게 해 치대는 방식으로 반죽을 하죠. 반죽기로 반죽을 할 때에도 재료를 넣는 순서가 같답니다. 글루텐이 생기기 시작하면 반죽기에서 경쾌한 북소리가 울려요.

 

○ 새댁기자가 알려주는 노하우

 

“세상에는 너무 지나치게 쓰면 안 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그것은 빵의 이스트, 소금, 망설임이다.” 탈무드에도 적혀 있듯이 이스트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답니다. 새댁기자가 이 까칠한 녀석을 다루는 비법을 좀 더 알려드릴게요. 이스트는 너무 질지 않은 반죽에 밀가루의 약 1~3%를 넣어야 해요. 따뜻한 곳(24~38℃)에서 발효가 시작되는데 이스트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는 27~29℃, 습도는 70~80%지요. 하지만 탈무드에서도 경고했듯이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돼요. 발효가 너무 지나치면 글루텐 그물조직이 약해져 오히려 반죽을 망치거든요.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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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빵에 공기구멍이 많은 이유

 

이제 반죽은 빵이 되기 위해 숨을 쉬어야 해요. 이스트가 제 힘을 발휘하는 시간이지요. 이스트 중에서도 빵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 )가 빵이나 술을 만들 때 필요한 미생물이에요. 당분을 발효시켜 알코올을 만들거든요. 이때 생기는 이산화탄소가 반죽을 둥근 스펀지 모양으로 부풀려요. 발효를 거친 빵은 모양이 예쁠 뿐 아니라 소화도 잘 된답니다. 이스트는 빵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일등공신이에요.

 

이스트가 좋아하는 따뜻한 곳(약 30℃)에 반죽을 15분 동안 두면 1차 발효가 일어나요. 발효가 끝난 반죽은 원래보다 2~3배나 부풀어 있어요. 자고 있는 아기의 볼처럼 통통하고 표면이 부드러웠어요. 1차 발효가 끝난 반죽은 톡톡 두드려 묵은 가스를 빼주고 신선한 공기가 들어가게 해요. 그리고 반죽을 잘라 주먹만 한 찐빵 모양으로 빚어 2차 발효를 시켜요. 약 35℃의 따뜻한 곳에서 40분간 두면 된답니다.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반죽에서는 시큼하면서도 달달한 냄새가 났어요. 이제 빵 모양을 잡아 오븐에 구울 차례예요. 가소성이 좋은 글루텐 덕에 반죽을 아무리 밀어도 자꾸 원상태로 돌아와요. 정말 살아 있는 것 같죠? 반죽이 넓어지면 좌우 양끝을 안쪽으로 접어요. 그리고 접은 반죽을 아래에서 위로 둘둘 말아 식빵 팬에 3~5개씩 넣어요.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25분가량 구우면 덩어리들이 붙으면서 고소한 식빵이 된답니다.

 

자~, 이제 완성된 빵을 잘라볼까요? 길쭉한 빵 칼로 갓 구운 빵을 쓱쓱 썰으니 박을 타는 흥부처럼 무척 설레요. 빵 안쪽에는 크고 작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어요. 공기구멍이 빵 전체에 퍼져 있는 걸 보니 반죽과 발효가 잘 되었나 봐요. 손가락으로 잡아당기니 잘 익은 닭 가슴살처럼 주욱 찢어져요. 글루텐이 잘 형성되었다는 얘기죠. 반죽하느라 고생한 손과 열심히 발효해준 이스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하늘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을 구우면 이런 맛이 날까요?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식감이 지금까지 먹었던 식빵과는 다른 감동을 주었어요. 내일 아침 우리 집 식탁에서는 제가 직접 구운 식빵으로 만든 특별한 토스트가 반겨줄 거예요!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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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선 교수의 요리과학 TIP!

 

식빵 vs 크루아상

 

빵 중에는 식빵처럼 촉촉한 것도 있지만 손대면 톡하고 부서지는 패스트리도 있어요. 글루텐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식빵과 크루아상(패스트리의 한 종류)을 비교해 볼까요? 식빵은 글루텐이 많이 생겨야 하므로 강력분으로 만든 반죽을 여러 번 치대야 해요. 하지만 크루아상은 글루텐이비교적 적게 생겨야 해 박력분을 이용해요. 또 글루텐이 발달하지 못하게 물을 적게 넣지요.

 

넓게 편 밀가루 반죽 안에 차가운 버터를 넣고 접어다시 밀어 펴고 접기를 반복해요. 버터가 많아 반죽이 서로 엉겨 붙지 않고 글루텐도 적게 생기죠. 그래서 크루아상은 입안에서 바스러지고 지방층에서 촉촉하고 진한 맛과 향이 퍼져 나온답니다. 빵을 반으로 자르면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어요. 식빵은 글루텐이 잘 만들어져 있어 결이 닭 가슴살처럼 촘촘히 얽혀 있지만, 크루아상은 바삭바삭하고 얇은 층이 켜켜이 쌓여 있거든요.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매주 목요일 ‘쿠킹 사이언스’에 이어 이정아 기자의 ‘쿡! 쿡! 맛있는 과학’를 연재합니다. 2013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요리 속에 담긴 과학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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