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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가 ‘수학의 정석’ 푼다? 엇나간 태교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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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가 ‘수학의 정석’ 푼다? 엇나간 태교 문화

2015.08.02 18:00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의 정보란에도 수학태교는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의 정보란에도 수학태교는 태교의 한 종류로 구분돼 권장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학을 비롯해 영어, 한자 등을 공부하는 학습태교는 실제로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고 지내던 여러 지식인들 사이에서 개탄의 목소리가 자주 들렸다. 일부 여성 커뮤니티 내에서 ‘수학태교’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엄마(모체)가 수학을 공부하면 아이가 논리적이 되고 지능도 높아진다는 근거 없는 행위가 유행이란다.
 
세계 10대 무역국으로 국민 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는 나라. 국민 대부분이 고등교육을 받고 있는 나라에서 이게 무슨 황당한 이야기일까 궁금해 여기저기 사이트에 접속해 봤다. 그랬더니 실제로 수학태교가 유행인 것 같긴 했다. 임신 이후 유명한 중·고교 수학공부용 참고서인 ‘수학의 정석’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는 사람부터 두 자리수 곱셈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도식 ‘19단’을 통째로 암기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한 임신부는 자신의 커뮤니티에 “내가 아는 한 지인이 임신시절 수학태교를 실천했는데, 그집 아이는 지금 유명 이공계대 수석 졸업생”이라고 썼다. 그 밑에는 “수학태교 정말 효과가 있나봐요” “수학태교 나도 실천해야겠네요” 등 찬성 댓글이 여러 개 달려 있었다.
 
● 탯줄에 신경 없어… 임신 중 수학 공부는 무의미
 
태아 교육과 관련한 학문적 기초는 거의 100년 전인 20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스트리아 신경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드가 ‘출생 전 심리학’을 발표한 다음부터다. 이후 많은 연구를 통해 태아가 외부자극에 반응한다는 사실은 정설로 밝혀졌다. 특히 태아가 주위 자극과 반응하며 지능이 높아지거나 건강해진다는 연구결과는 종종 발표된다.
 
1997년 데블린(Devlin)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쌍둥이, 형제 자매, 부모와 자녀의 IQ를 분석해 자궁 내 환경이 지능 지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게재하기도 했다. 태내에서의 충분한 영양 공급과 평안한 마음, 유해 물질 차단 등 전통적인 요인들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태교가 자궁 내 환경을 온전하게 유지시켜 태아가 건강하고 완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모체가 수학이나 영어를 공부한다고 그 노력이 자녀에게 전해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탯줄은 혈관 이외에는 태아와 연결된 부분이 없다. 태아에게 영양 물질과 산소를 전달할 뿐, 모체가 평소 하지 않던 수학 공부를 한다고 아이에게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수학태교를 한다고 아이가 수학을 잘 할거라고 생각하는 건 현대사회 구성원으로서 상식 밖의 행동”이라면서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태교여행에 태교영어까지… 무의미한 태교 성행
 
사람이 느끼는 감각은 시각과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다. 이런 감각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것이 학습이다.
 
물론 태아도 이런 오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태아가 직접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탯줄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을 뿐 음식을 직접 먹지 못하니 맛을 경험할 리 없다. 눈을 감고 있으니 시각의 도움을 받을 리 없고, 촉각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만 탯줄로 전해지는 혈액 성분은 모체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모체가 고지방식이나 음주, 흡연 등을 삼가야 하는 까닭이다. 다만 모체의 움직이나 주위 소음에는 촉각이나 청각이 일부 반응할 수 있다. 소리는 인체를 타고 전달될 수 있으므로 태교의 일환으로 잔잔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가 임신 중 여행을 가서 외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본다고 해서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은 없다. 모체의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학습효과는 없다는 뜻이다.
 
수학태교 만큼이나 유행하고 있는 ‘영어태교’도 마찬가지다. 태담(胎談)을 영어로 나누겠다며 영어학원을 다니는 부모가 있다고 하는데, 이 경우 태아가 영어를 언어로 인식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무분별한 방법보다는 차라리 출생 후 모유 수유를 하는 편이 아이의 지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확률이 높다. 일부 태아는 모유의 ‘LC-PUFAS’라는 성분과 반응해 지능을 높아지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런 아이의 경우 지능지수가 5.6~6.3 정도 올라갈 수 있다.
 
똑똑한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야 부모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의미없는 수학 공부에 매달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오히려 태아에게 독이다. 초등학교 이하 어린 아이들이 학원으로 내 몰리는 현실에서 이런 태교 문화마저 사교육 시장과 연관된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프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낭설을 철저하게 배재하는, 올바르고 현명한 선택을 하는 ‘똑똑한 엄마’가 돼야 아이도 건강하고 합리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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