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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 윌 헌팅’과 한 비운의 천재 수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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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 윌 헌팅’과 한 비운의 천재 수학도

2015.08.09 18:00
출처 : 브에나비스타 인터네셔널 코리아 제공
영화 '굿 윌 헌팅'의 한 장면. 출처 : 브에나비스타 인터네셔널 코리아

1997년 개봉한 영화 ‘굿 윌 헌팅’은 불우한 과거를 가진 수학 천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불우한 환경에서 정서적인 상처를 입고 자란 주인공 윌 헌팅은 메사추세츠공대(MIT) 청소부로 일하던 그는 어느날 복도 칠판에 적힌 수학문제에 끄적끄적 무언가를 적어 놓는다.

 

그 문제를 낸 제럴드 램보 교수는 헌팅의 수학적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그를 자신의 제자로 키우려고 한다. 하지만 헌팅은 학업보다 ‘정서적인 치유’가 우선이 돼야 할 정도로 거칠고 불안정했다.

 

램보 교수는 그를 친구인 심리학자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 분)에게 부탁한다. 방황하는 젊은 천재에게 연민을 느낀 맥과이어는 그가 자신의 상처를 직면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헌팅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모든 것에 대해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그를 다독인다. 헌팅에게 자신의 과거와 상처를 모두 들춰 보여주며 공감한 맥과이어 덕분에 헌팅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얼마전 굿 윌 헌팅을 다시 보며 문득 최근 사라져 버린 우리나라의 한 수학천재 A씨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의 천재성과 행적이 굿 윌 헌팅의 주인공과 너무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7월 말 기자와 만난 서울대 수리과학부의 한 교수도 A씨를 그리고 있었다. 그는 2012년 홀연히 자취를 감춘 A씨 이야기가 나오자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 친구를 가르쳤던 동료 교수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지금까지 본 학생들 중 최고’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브에나비스타 인터네셔널 코리아 제공
출처 : 브에나비스타 인터네셔널 코리아

A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학 천재였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과학고에 입학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2년 연속 금메달을 땄고 서울대 수리과학부 재학 시절에는 대학생수학경시대회를 3연패하기도 했다.

 

촉망받던 이 젊은 수학 천재의 앞길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건 유학을 가면서부터다. 하버드대 수학과 석박사통합과정에 입학한 그는 내성적인 성격과 부족한 영어실력 탓에 지도교수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학위를 따지 못한 그는 수료만 한 채 2008년 한국으로 돌아와 모 대학에서 병역특례 연구원으로 3년간 일하게 된다.

 

그런데 병역특례 연구원이 되려면 석사나 박사 학위가 있어야 했다. A씨는 석박사 통합과정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석사학위도 없는 상태라서 당연히 문제가 됐다. 즉 자격 미달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아무도 그가 학위를 받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는 곧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굳이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3년이 흐른 뒤 이 사실을 알게 된 소속 대학 교수가 언론에 제보하면서 A씨는 ‘비뚤어진 수학 천재’로 세상의 질타를 받게 됐고, 심약한 천재는 이내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교수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어디로 간 걸까.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A씨에게는 분명한 잘못이 있다. 하지만 세상을 등지기 보다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하고 사죄 해야하고, 그 이후엔 자신의 재능을 살려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그를 아는 모두가 A씨는 잘못을 만회하고도 남을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은 세상을 등진 채 두문불출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언젠가 A씨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되돌아왔다는 이야기를 기사로 쓸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 과학계에서도 맥과이어처럼, 전도유망한 젊은 청년의 미래를 아끼고 걱정해 주는 멘토가 등장해 주길 바란다. A씨 한 사람의 복귀를 바라는 마음 보다, 논리와 지식으로 무장한 과학기술인들이 서로를 도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그런 따뜻하고 인간미가 묻어나는 세상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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