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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다고 다 즐겁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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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다고 다 즐겁냐?

2015.08.25 18:00

신나는 여름이 왔습니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사람들이 뛰쳐나가는 계절이지요. 소년은 그런 여가 활동을 썩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요. 이제 소년은 전과 달리 여자친구가 있고, 연애에는 서툴러도 여름철에는 어딘가 놀러 가야 한다는 사회적 관습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소년도 은근히 기대가 되긴 했습니다. 여자친구의 손을 붙잡고 작열하는 햇볕에 달궈진 모래밭을 달려 파도가 치는 바다로 뛰어든다…. 언제나 꿈꿔 오던 장면이 아니겠습니까.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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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좋지만, 꿈을 이루려면 노력이 필요하지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니 이런저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역시 여름엔 바다야!’ ‘흠, 그런데 바다엔 사람이 너무 많던데. 바가지도 심하고.’ ‘조용한 계곡으로 갈까?’ ‘나 차 없는데 어떡하지? 렌트라도 해야 하나?’

‘해외여행은 너무 부담되겠지?’ ‘그냥 집안에서 에어콘 바람 쐬면서 뒹구는 게 최곤데.’ ‘아, 그나저나 얘는 뭘 가장 좋아할까?’

여자친구에게 물어보자 이런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응, 난 오빠랑 있으면 아무 데나 다 좋아.”

‘그럼 귀찮게 어디 가지 말고 에어콘 나오는 방에서 TV나 보다가 게임이나 하자.’

다행히 소년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억누를 정도의 이성은 있었습니다. 여자친구의 대답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아무 데서나 놀기는 좀 그랬습니다. 처음 맞는 여름인데요. 열심히 계획 짜서 여행 갔다가 오히려 대판 싸우고 헤어졌던 친구의 경험담을 들은 적도 있었기에, 소년으로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년은 결국 다시 학문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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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보다 질. 경쟁은 금물.


1998년 미국 캔자스대 연구팀이 ‘사회와 인간관계’에 발표한 논문이 있었습니다. 친구 또는 연인이 함께 하는 여가 활동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논문 앞부분에서는 기존의 연구를 간략히 정리한 내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함께 있는 시간의 양에 중점을 둬서 연구했는데,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내용이었지요. 얼마나 오래 함께 있느냐는 관계를 더욱 좋게 만드는 데 기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최근 여자친구에게 더욱 충실하기 위해 가능한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려고 노력했던 소년은 깜짝 놀랐습니다.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면 더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함께 보내는 시간의 ‘질’이 더 중요했거든요. 그러자 요즘 들어 피곤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 여자친구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진짜 피곤한 게 아니라 그냥 둘이 노는 게 재미 없었던 겁니다. 또한 소년이 좋아하는 게임 같은 활동은 연애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보통 게임은 서로 경쟁을 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경쟁은 사이를 좋지 않게 만들지요.

 

또 연인이나 부부가 많이 하는 TV 보기도 관계가 좋아지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둘 사이의 상호작용이 적어지기 때문에 갈등을 해소하는 효과는 있다고 했습니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TV를 보다가 잊어 버린다는 뜻이지요. 그것도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소년은 TV 보고 게임이나 하면 재밌지 않겠냐던 생각을 접었습니다.

논문의 결론을 보자 편안한 여가 활동이 연애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편안한 활동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편안하면 서로 ‘소셜 스킬’, 즉 사회적 관계에 대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었습니다.

 

 

  -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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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만 좋으면 나도 좋아? NO!

소년이 두 번째로 찾은 논문은 2001년 미국 아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이 ‘여가의 과학’에 발표한 논문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연인 중 한명이 여가 활동에 만족하면 상대방의 관계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가정하고 실험했습니다. ‘네가 기분이 좋다니 나도 좋다’는 말이 사실인지 알아본 거지요.

그 결과 어느 한쪽의 여가 만족도는 상대방이 둘 사이의 관계에 만족하는 정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은 재미있고 나는 재미 없는 활동을 하면 상대방만 우리 사이가 좋다고 여긴다는 겁니다. 소년은 뜨끔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따분한 일이라도 여자친구가 좋아하면 희생한다고 생각하고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반대로 여자친구도 그런 경우가 있겠지요. 소년은 그게 결코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어느 한쪽이라도 둘의 사이를 좋게 여기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잖아요. 논문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반대로 관계 만족도가 여가 만족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었지요. 사이가 좋은 연인은 뭘 해도 재미있을 수 있는 겁니다.

인간 관계란 게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이과생의 뇌를 지닌 소년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교훈은 얻었습니다. 여가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짧은 시간이라도 서로 편안한 마음으로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걸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른바 ‘소셜 스킬’을 열심히 키워야겠지요. 로맨틱 가이의 길은 진정 멀고도 멉니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로맨틱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2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연애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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