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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파스타가 발달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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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파스타가 발달한 이유는?

2016.06.09 15:27

길쭉한 스파게티, 나비 모양의 파르팔레, 소라 같은 콘킬리에, 만두 같은 라비올리, 번데기처럼 생긴 뇨키…. 이탈리아 요리의 대명사인 파스타는 종류만 150가지가 넘어요. 이번에는 생 파스타 만들기에 도전해봤어요.

 

 파스타는 모양에 따라 색다른 식감을 줘요. 기다란 면은 포크로 둘둘 말아먹고, 짤막한 튜브처럼 생긴 면은 구멍에 포크를 끼워 먹기도 하지요. 그런데 수많은 파스타가 모양만 다른 것은 아니에요.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달라진답니다. 생 파스타를 직접 만들어 보기 위해 한양대 조리과학연구실 ‘사이언스인더키친’의 연구원이자 이탈리안 레스토랑 요리사인 엄윤호 쉐프를 찾아갔어요.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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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분보다 더 쫄깃한 세몰리나

 

이날은 스파게티보다 넓적하고 얇은 파스타인 페투치니를 만들었어요. 강력분으로 만든 것, 강력분에 달걀을 더한 것, 세몰리나로 만든 것, 세몰리나에 달걀을 더한 것, 그리고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건면으로 똑같은 요리를 만든 뒤 맛과 향을 비교해 보았답니다. 파스타는 빵을 만들 때 쓰는 강력분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대개 세몰리나로 만들어요. 세몰리나는 고온건조한 지중해연안, 특히 이탈리아 부근에서 잘 자라는 듀럼 밀의 배젖을 갈아서 만든 밀가루에요.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파스타가 발달할 수 있었지요.

 

세몰리나는 입자의 지름이 약 0.5mm로 일반 밀가루(지름 0.1mm 이하)보다 굵어 거칠어요. 또 탈색과정을 거치지 않아 노란색을 띠지요. 강력분보다 글루텐이 풍부해 더욱 끈끈하고 탱탱하답니다. 파스타가 라면이나 우동 같은 다른 면에 비해 단단하고 쫄깃한 비결이에요.


편평한 조리대에 강력분 또는 세몰리나 200g을 수북이 쌓고 가운데를 그릇처럼 오목하게 팠어요. 그리고 물과 소금을 넣었어요. 재료를 흩트리거나 모으면서 대강 섞은 뒤 손으로 반죽을 시작해요. 빵을 만들 때처럼 밀가루반죽을 빨래하듯이 밀고 당기면 글루텐이 생겨요. 세몰리나는 물을 빨리 흡수해 마치 수분이 부족한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끈기를 갖고 반죽을 치대면 밀가루반죽도 점점 끈기가 생겨요. 글루텐이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려면 반죽을 잡아당겨야 해요.

 

반죽이 찢어지지 않고 껌처럼 쭉 늘어나면 글루텐이 풍부하다는 뜻이지요. 반죽은 찐빵 모양으로 둥글게 만든 뒤, 상온에 30분간 둔답니다(휴지). 휴지가 끝나면 반죽을 밀대로 넓적하게 밀어 칼로 썰면 돼요. 반죽을 넓적하게 펴고 칼로 잘라 면으로 직접 뽑는 파스타머신을 사용하면 훨씬 수월하답니다. 나비나 소라처럼 특이한 모양으로 생긴 파스타도 기계로 만들 수 있어요. 구리나 테플론으로 만든 형판에 구멍을 뚫어 반죽을 뽑으면 다양한 모양의 파스타가 탄생하지요.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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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걀 넣어 영양과 질감 더하기

 

이번에는 달걀을 넣은 생 파스타를 만들어 보았어요. 강력분 또는 세몰리나 더미에 물을 붓고 달걀도 1개씩 넣었어요. 흰자에서 86.2%, 노른자에서 49.5%나 차지할 만큼 달걀에는 수분이 많으므로 물의 양을 줄여야 해요. 달걀이 촉촉하고 미끌미끌한 덕분에 반죽을 치대기가 훨씬 수월했답니다.

 

달걀을 넣은 반죽은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어요. 노란색을 띠거든요. 파스타가 완성된 뒤에도 노란색을 띠는 덕분에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있지요. 또 달걀을 넣으면 먹기 좋고 영양가 있는 파스타를 만들 수 있어요. 달걀흰자는 반죽을 끈끈하게 만들어 물에 익힐 때 전분 알갱이와 영양분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아줘요.

 

달걀노른자에 들어 있는 지방은 반죽을 더 섬세하게 만들고, 파스타를 부드럽게 만들어요. 무엇보다도 반죽에 달걀을 넣으면 몸에 좋은 단백질이 더해지지요. 그런데 달걀을 넣어 만든 생 파스타는 그만큼 빨리 상할 수 있어요. 시중에 판매하는 건조 파스타(건면)는 유통기한이 길어야 하므로 달걀파우더를 넣기도 한답니다.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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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프는 파스타 중심을 약간 설익게 만든다

 

완성된 면들을 물에 익힐 차례에요. 그런데 시중에 파는 면보다 촉촉한 생 파스타는 자칫하다가는 서로 엉겨 붙어 떡처럼 될 수도 있어요. 파스타 면이 엉겨 붙는 이유는 가열하는 동안 전분이 뭉쳐져 끈적끈적해지기 때문이에요. 만약 냄비가 작거나 물이 너무 적다면 면끼리 만나기 쉬워 엉겨 붙을 가능성도 높아지지요.

 

그래서 파스타가 물속에서 서로 달라붙지 않게 하려면 우선 파스타 무게의 10배가 넘는 물에서 끓여야 해요. 파스타는 자기 무게의 1.6~1.8배나 되는 수분을 흡수하면서 익거든요. 파스타를 넣은 뒤 굵은 소금과 올리브유를 한 숟가락씩 넣어요. 굵은 소금은 면에 짭짤하게 간을 낼 뿐 아니라, 전분이 엉겨 붙는 현상을 막아주지요.

 

파스타를 물에서 끓이면 표면에 있는 단백질 층이 파괴돼 전분이 바깥으로 빠져나와요. 안쪽에 있는 글루텐 조직과 전분 알갱이는 수분을 흡수해 팽창해요. 그래서 요리사들은 파스타 중심이 약간 설익어 씹히는 느낌이 드는 ‘알 덴테(al dente)’ 정도로 익혀요. 다 익은 파스타는 체로 걸러 넓적한 쟁반에 두고 올리브유를 둘러주어요. 면끼리 달라붙는 걸 막고, 물 밖에서 면을 서서히 익히기 위해서지요.

 

완성한 파스타의 맛을 보았어요. 강력분으로 만든 파스타보다 세몰리나로 만든 파스타가 훨씬 쫄깃했어요. 건조과정을 거친 건면이 좀 더 쫄깃하게 느껴졌지요. 달달걀을 넣은 파스타는 부드럽고 고소했답니다.

 

다섯 가지 파스타에 바지락 육수와 화이트와인을 넣어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었어요. 한 가지 요리를 각기 다른 면으로 만들어 시식하니 무척 즐거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세몰리나에 달걀을 넣어 만든 봉골레 파스타가 가장 맛있었어요.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달걀 맛이 느껴지고, 면의 노란 빛이 무척 맛있어 보였거든요.

 

결국 그날 저녁, 실습실에서 배운 대로 집에서 봉골레 파스타를 한 번 더 만들어 먹었답니다. 맛이 어땠냐고요? 쉐프의 요리에는 훨씬 못 미쳤지만, 지금껏 제가 했던 봉골레 파스타 중에서 가장 훌륭했답니다!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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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윤호 쉐프의 건조 파스타 요리비법 6

 

집에서 생 파스타를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건면으로도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드릴게요.

 

➊ 1인분은 생 파스타(120g)보다 적은 85g. 면을 삶을 때 수분이 들어가 140~160g까지 늘어난다.
➋ 면을 삶을 때에는 물에 굵은소금과 올리브유를 넣는다. 다 삶고 나서도 올리브유를 두른다.
➌ 봉지에 적힌 조리 권장 시간보다 짧게 삶는다. 면이 식는 동안 익으면서 훨씬 쫄깃해진다.
➍ 시중에서 판매하는 토마토소스에 토마토를 잘라 넣으면 훨씬 신선해진다.
➎ 삶은 면과 소스의 비율은 150g : 170g.
➏ 해산물 파스타처럼 재료의 향이 중요한 요리에는 토마토나 크림보다는 오일로 만든 소스가 어울린다.

 

○ 새댁 기자의 노하우

 

면을 삶거나 식힐 때, 소스를 만들 때…. 파스타를 만들 때에는 올리브 오일을 여러 번 사용해요. 그런데 과정마다 쉐프가 사용하는 올리브유가 달랐어요. 면을 삶거나 마늘을 볶을 때에는 퓨어오일을, 다 익힌 면과 완성된 파스타에는 엑스트라버진 오일을 둘렀거든요.

 

올리브 열매에 열을 가하지 않고 압착해 첫 번째로 짜낸 엑스트라버진 오일은 특유의 맛과 향기가 풍부해요. 그래서 샐러드에 뿌리거나 발사믹 식초와 섞어 소스로 먹지요. 향이 너무 강해서 볶거나 튀기는 요리에는 어울리지 않아요.

 

끓는점(약 180℃)이 낮아 가열하면 몸에 좋지 않은 발암물질이 생길 수도 있답니다. 퓨어 오일은 엑스트라버진 오일을 짜고 남은 올리브 열매들을 정제해 짜낸 기름이에요. 비교적 맛과 향이 강하지 않고 끓는점(약 200℃)도 높지요. 그래서 가열 요리를 할 때에는 퓨어 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매주 목요일 이정아 기자의 ‘쿡! 쿡! 맛있는 과학’를 연재합니다. 2013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요리 속에 담긴 과학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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