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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위기에 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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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위기에 처하다

2015.09.01 18:00

위기가 닥쳤습니다. 연애 초보 소년에게 위기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위기가 좀 커 보입니다. 여름 휴가철까지 무사히 보낸 소년은 피치 못할 사정 탓에 여자친구가 한동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아예 만날 수 없는것은 아니고 주말에 볼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일단 닥치자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습니다. ‘어? 어?’ 하는 사이에 여자친구는 바람피우지 말고 자주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며 떠났습니다.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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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유명한 격언을 떠올렸습니다. 까딱하다가 마음마저 멀어지면 어떡하나 걱정됐죠. 주제를 아는 소년은 자신이 바람피울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여자친구 곁에 어떤 놈이 다가올지 걱정스러웠을 뿐. 애인과 멀어져 쓸쓸히 지내고 있는데, 마침 주변에서 그녀를 눈여겨보던 한 남자가 친절함을 가장해 접근하기 시작하고, 그들은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소년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요즘에는 통신 기술이 발달해서 거리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년은 마음도 멀어지지 않도록 열심히 연락도 하고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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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거리 연애가 실패한다는 건 편견
 
“오! 좋네.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나면 되는 거잖아. 더 편하지 않을까?”라고 부러워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소년은 잠시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장거리 연애가 힘들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었거든요. 그래서 소년은 정말로 노력했습니다. 문자나 전화도 자주 하고, 밤이면 영상 통화도 했습니다. 주말이 되면 몇 시간씩 기차를 타고 가서 얼굴을 보고 오기도 했지요.
 
한동안은 괜찮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노력하는 만큼 소년은 슬슬 지쳐갔습니다. 주말마다 장시간 여행을 하려니 몸도 힘들었습니다. 어느 순간 소년은 일이 생겨서 만나지 못하는 주말을 내심 반기기 시작하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계가 다가온다는 느낌이 든 소년은 또다시 학문에 도움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의외였습니다. 흔히 장거리 연애는 힘들고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거리 연애도 근거리 연애 못지않게 만족스럽고 안정적이었습니다.
 
2007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은 심지어 장거리 연애가 근거리 연애보다 더 안정적이라는 결과를 담고 있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은 그 이유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상대나 둘 사이의 관계를 더욱 이상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오히려 거리가 가까워지면 관계가 더 안 좋아지거나 끝나 버리기도 했습니다. 드물게 만나면서 이상화가 더욱 심할수록 나중에 함께 지내게 됐을 때 더욱 불안정했지요.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게 꼭 나쁜 건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역시 연애는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걸까요. 그러고 보니 서로 다른 나라에 살면서 연애하다가 결혼에 성공하는 연인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고생하는 게 장거리 연애 탓이 아니라면 원인이 다른 데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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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실한 소통이 중요해
 
그러던 소년은 논문 하나를 더 찾았습니다. 2010년 미국 퍼듀대 연구팀의 논문이었습니다. 이들은 애정 유형과 관계 유지를 위한 행동, 스트레스 등이 장거리 연애 혹은 단거리 연애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애정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눴습니다. 자기 자신과 상대에 대해 긍정적인 유형, 둘 중 하나에 대해서만 긍정적인 유형, 둘 모두에게 부정적인 유형이었습니다. 관계 유지를 위한 행동에는 사랑을 확신시켜주기,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기, 갈등 관리, 일 분담, 충고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구팀은 떨어져 있는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거리를 이어주기 위해 하는 행동도 함께 조사했습니다. 그런 행동은 세 가지로, ‘곧 떨어지게 된다는 상황을 말해주는 작별의 행위’,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이어져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행위’, ‘떨어진 뒤에 다시 만날 것을 확언하는 행위’였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장거리 연애건 단거리 연애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행동의 빈도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일을 분담하는 것처럼 거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행동은 빼고요.
 
다만 장거리 연애의 경우 떨어져 있을 때도 서로 이어져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행위를 더 자주 했습니다. 단거리 연애일 때보다 애정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서로 이어져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행위에는 양면성이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한편 너무 잦으면 상대는 생활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논문에서는 장거리 연애일 때 상대가 부정적일수록, 충고를 많이 할수록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스트레스는 장거리 연애와 단거리 연애가 양상이 조금 달랐지만,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애정 유형과 행위에 따라 달라졌거든요.
 
소년은 어쩌면 평소에 부족했던 점이 이를 계기로 드러났을 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장거리 연애는 먼 거리를 좀 더 충실한 소통으로 극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겠다고 먼 거리를 달려가서 졸린 얼굴로 앉아 있던 건 애초에 잘못된 해결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소년은 이렇게 오늘도 하나를 배웁니다.

 

 

pixabay.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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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로맨틱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2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연애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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