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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4억5000만 년 동안 지구를 지켜온 투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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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4억5000만 년 동안 지구를 지켜온 투구게

2015.09.02 10:21

[동아일보] 투구게의 비밀을 밝혀라!


2005년 캐나다 매니토바 주에서 화석 하나가 발견됐다. 이 화석은 ‘루나타스피스 아우로라’라는 이름을 가진 생물로, 약 4억5000만 년 전인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에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루나타스피스 아우로라는 초승달 모양의 갑각과 양쪽의 겹눈, 뾰족한 꼬리를 갖고 있어 오늘날의 투구게와 매우 비슷한 모습이었다.

오늘날의 투구게는 4종으로 동남아시아에 3종, 북아메리카 동부에 1종이 살고 있다. 그중 일본과 중국 남쪽에 주로 사는 세가시투구게는 1997년 10월에 우리나라 우도에서도 발견됐다. 중생대 쥐라기 이후 투구게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아 각 종의 자세한 진화 과정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투구게가 다양한 환경에 그 나름대로 적응한 결과 지금의 4종으로 나뉘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또한 루나타스피스 아우로라 화석의 발견을 통해 투구게가 약 4억50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아온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보고 있다.

 

○ 파란 피 투구게는 헌혈천사?

투구게는 피 속에 푸른색을 띠는 산화구리가 있어 피가 새파란 하늘색이다. 투구게뿐만 아니라 문어와 거미도 파란 피를 갖고 있다. 반면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는 모두 ‘헤모글로빈’이라는 혈색소 때문에 피가 빨간색이다. 헤모글로빈 안에 있는 철이 피 속에서 산소를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는데, 철이 산소와 결합하면 빨간색을 나타낸다.

한편 파란 피를 갖는 동물들은 모두 혈액 속에 ‘헤모시아닌’이라는 색소를 갖고 있다. 헤모시아닌은 철 대신 구리를 갖고 있어서 여기에 산소 분자가 붙으면 산화구리가 만들어지면서 원래 무색이었던 헤모시아닌이 파랗게 변한다. 산소와 결합한 헤모시아닌은 혈액을 타고 투구게의 몸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곳에 산소를 공급한다.

투구게의 푸른색 피는 특별한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1956년 미국 우즈홀 해양생물학 연구소의 프레더릭 뱅은 처음으로 투구게의 피가 그람음성세균을 만나면 바로 응고되어 굳어버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람음성세균은 우리 주변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세균으로 대장균, 살모넬라균, 콜레라균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세균들은 세포벽에 독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감염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투구게가 살아가는 바다에는 많은 수의 그람음성세균이 있다. 바닷물 1mL 안에 수십만 마리나 살고 있다. 따라서 투구게가 바위에 부딪히거나 새의 공격을 받아 다쳤을 때, 상처가 생긴 부위를 통해 세균이 쉽게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투구게는 그럴 걱정이 없다. 그람음성세균이 상처 난 곳의 피와 만나면 바로 피가 굳어 세균이 침입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람음성세균에 감염됐을 때 투구게의 피가 바로 굳어 버리는 건 일종의 면역 반응인 셈이다.

이런 투구게의 면역 반응은 사람에게도 유용하게 이용된다. 우리 몸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주사액이 그람음성세균에 감염됐는지를 검사할 때 사용된다. 투구게의 피에서 뽑은 특정 물질에 주사액을 떨어뜨리면 굳는 현상을 통해 그람음성세균에 감염됐는지를 15분 안에 알 수 있다.

 

○ 투구게가 위험하다!

사람들은 800년대부터 엄청난 양의 투구게를 잡아들였다. 1960년대에 화학 비료가 등장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투구게를 갈아 비료로 사용했다. 또 1990년대에는 커다란 바다고둥이나 장어의 미끼로 사용하거나, LAL 테스트를 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투구게를 잡아들였다. 그러다 보니 1997년에는 1년 동안 약 200만 마리의 투구게를 잡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투구게가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철새들 덕분에 투구게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투구게가 많이 사는 미국 델라웨어 만은 남아메리카에서 북극으로 이동하는 동안 42만∼100만 마리의 도요새와 물떼새 등이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철새들이 쉬어가는 2, 3주가 바로 투구게들의 짝짓기 시기와 딱 맞아떨어진다. 먼 거리를 날아온 새들에겐 해안가에 널려 있는 투구게의 알이 엄청난 영양식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투구게를 많이 잡아들이면서 투구게의 알을 먹이로 하는 붉은가슴도요의 개체 수도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붉은가슴도요의 먹이인 투구게의 개체 수에도 관심을 가졌고, 세계 곳곳에서 투구게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수빈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sb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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