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저격! 인터넷신조어]<1>‘공밀레’에 관한 슬픈 이야기

통합검색

[저격! 인터넷신조어]<1>‘공밀레’에 관한 슬픈 이야기

2015.09.04 18:00

※ 편집자 주
정말로 모바일 세상이 왔습니다. TV를 보면서도, 화장실에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스마트폰만 보게 됩니다. 여러 사이트를 돌다보면 생소한 용어들이 툭툭 튀어나옵니다. 검색을 해보지만, 뭔 뜻인지 모를 때가 많지요. 그 잘난 체면 때문에 누가 볼까 함부로 검색하기 께름칙해  ‘후방주의’하면서 봐야할 용어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저격! 인터넷신조어’를 준비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을 위한 언어 교양을 채워드립니다. 가끔 시험도 볼 꺼에요. 조회수 좀 나오면 선물도 드릴지 몰라요. 많은 ‘터치’ 바랍니다.

 

 

공밀레

[명사] 엔지니어를 혹사시켜 짧은 기간에 상당 수준의 제품 및 기술 개발을 이뤄냄

[유래] 공돌이와 에밀레의 합성어. 원하는 종소리를 얻기 위해 주조 과정에서 어린 아이를 공양해 넣었더니 종을 칠 때마다 맑은 종소리와 함께 ‘에밀레~’ 소리가 들렸다는 성덕대왕신종 전설에서 유래. 

[유사 표현] 공돌이를 갈아 넣었습니다, 외계인 고문

 

공밀레는 기술력이나 제반 환경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선발 기업이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개발자와 엔지니어 등 ‘공돌이’들을 ‘갈아 넣어’ 준비 기간과 평소 역량에 비해 뛰어난 결과물을 내는 것을 말한다.

 

2009년 아이폰 쇼크에 화들짝 놀라 개발진들을 총동원, 제법 쓸 만한 안드로이드 폰을 내놓은 국내 휴대폰 기업들은 공밀레의 최근 사례다. 더 뛰어난 부품을 더 작게 만들어 더 큰 용량의 배터리와 함께 더 얇은 케이스 안에 밀어 넣으려 오늘도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에서는 은은한 공밀레 소리가 울려 퍼진다. 


설비투자 여력이 없어 노후 장비에 대한 극도의 효율화로 수율을 높여가며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선 SK하이닉스 엔지니어를 보며 업계 동료들은 공밀레의 슬픔을 느낀다.

 

이 표현은 국내 인터넷 군사 오타쿠 사이에서 처음 쓰였다. 기술력이 일천하던 우리나라가 1970년대 실시한 국산 무기 개발 프로젝트 ‘번개사업’이 공밀레의 기원으로 꼽힌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은 1971년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M2 카빈 소총과 60mm 박격포 등 무기 7종을 40일 만에 만들어냈다. 시제품에서 포탄이 발사될 때마다 구슬픈 ‘공밀레~’ 소리가 들렸다. 


공밀레는 산업화의 원동력이기도 했지만, 애국심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만으로 희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 이공계 기피나 연구 인력의 해외 이탈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60인치 이상 OLED TV나 디스플레이 끝이 휘어진 엣지 휴대폰 등 수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제품들을 접하면 잠시 눈을 감고 기기에서 나오는 공밀레 소리를 들으며 엔지니어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시간을 갖자.

불철주야 고생하는 한국 엔지니어의 실상을 풍자한 이미지 - 백과사전(uncyclopedia.kr/wiki) 제공
불철주야 고생하는 한국 엔지니어의 실상을 풍자한 이미지 - 백과사전(uncyclopedia.kr/wiki) 제공

[심화 학습]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첨단 기능이나 디자인을 현실화한 제품에는 ‘외계인 고문’이란 표현을 쓴다. 첨단 문명을 가진 외계인을 납치해 지식을 전수받아 인류의 수준을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의미다.

 

미국 공군 기지에 UFO가 추락했다는 로즈웰 사건이 일어난 1947년, 오늘날 반도체 산업의 기반이 된 트랜지스터가 개발됐다는 점 등이 외계인발 기술 발전론의 근거다. 기존 제품보다 1000배 빠른 읽기 속도를 가진 메모리를 개발한 인텔, 수십년 째 세계 특허 1위 자리를 지키는 IBM 등도 외계인 고문 의혹을 받는 회사다.   

 

 

[생활 예제]

A: 이 휴대폰은 1미리 두께 케이스에  4500만 화소 카메라, 30일 지속되는 배터리, 128기가 메모리를 담았답니다.
B: 벨 소리는 '공밀레~ 공밀레~' 이렇게 울리겠군요.

 

 

※ 필자 소개
한세희. 연세대를 졸업하고 전자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등의 분야를 열심히 취재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 속에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크다. 기술과 세상의 변화를 따라다니며 쉽게 풀어쓰고 싶어한다. 요즘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잉여 인간 체험 중이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2 + 5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