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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윌리엄 마틴 교수의 진핵생물 기원의 수소가설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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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1일 18:00 프린트하기

The host’s dependence upon molecular hydrogen produced by the symbiont is put forward as the selective principle that forged the common ancestor of eukaryotic cells.

 

공생체(세균)가 생산하는 수소분자에 대한 숙주(고세균)의 의존성이 진핵세포의 공동조상이 되는 선택원리로서 제안됐다.

 

 세포로 이뤄진 생명체를 단 두 종류로만 나누는 기준은 어떤 게 있을까. 언뜻 동물과 식물이 떠오르지만 미생물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에 탈락이다. 그렇다면 세포핵이 있는 생명체와 없는 생명체라는 구분은 어떨까.

 

사실 세포핵의 유무는 생명체를 분류하는데 생물학적으로도 가장 의미가 큰 기준이다. 세포핵이 없는 생명체(원핵생물)와 세포핵이 있는 생명체(진핵생물)는 다리가 끊긴 강 양쪽에 서 있는 것처럼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핵생물과 진핵생물은 처음부터 따로 진화해 나타난 걸까. 여러 정황을 고려해볼 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생명과학자 대다수는 진핵생물이 원핵생물에서 진화했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원핵생물이 진핵생물로 ‘점프’할 수 있었을까.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운데)의 전자현미경 사진. 수소가설에 따르면 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생물 진화의 원동력이다. - 다트머스대 제공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운데)의 전자현미경 사진. 수소가설에 따르면 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생물 진화의 원동력이다. - 다트머스대 제공

● 세포핵이 먼저냐 미토콘드리아가 먼저냐

 

1960년대 말 미국의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는 세포내공생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일약 유명해졌다. 즉 오늘날 진핵생물은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식물) 같은 여러 세포소기관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원래 독립생활을 하던 세균이었다는 것이다. 즉 커다란 세포가 작은 세균을 잡아먹은 뒤 소화시키지 않고 세포내에서 공생을 하는 쪽으로 진화한 결과라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생물학자 톰 캐벌리어-스미스는 마굴리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원시진핵생물(archezoa)가설’을 내놓았다. 이 가설에 따르면 수십 억 년 전 고세균의 세포질에서 내막이 형성되면서 DNA와 단백질로 이뤄진 염색체를 감싸게 된 것이 세포핵의 기원이다.

 

이렇게 등장한 원시진핵생물에 잡아먹힌 세균이 살아남아 진화한 것이 미토콘드리아라는 것이다. (고세균과 세균의 차이에 대해서는 ‘과학동아’ 2008년 3월호 118쪽 ‘1977년 칼 우스 교수의 고세균 제안’ 참조) 따라서 지구 어딘가에는 세균을 집어삼키지 않은 원시진핵생물의 후손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뒤 정말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진핵생물이 발견되면서 캐벌리어-스미스의 가설은 더욱 그럴듯해 보였다.

 

한편 원시진핵생물이 세균을 포획해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로 안주시켰다는 강력한 증거는 이들 세포소기관이 여전히 독자적으로 게놈을 갖고 있고 또 염기서열이 세균과 비슷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게놈 크기는 세균의 게놈에 비해 훨씬 작은데 이는 대부분이 퇴화돼 사라졌거나 진핵생물의 게놈으로 유전자가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진핵생물의 게놈에서도 여전히 세균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가 존재했던것. 캐벌리어-스미스의 가설이 맞다면 원시진핵생물의 직계인 이들은 세균(미토 콘드리아의 조상)을 포획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들의 유전자를 갖게 된 걸까.

 

이 발견을 한 연구자들은 이 진핵생물이 원래는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었는데 특수한 환경에서 살다보니 미토콘드리아가 퇴화했다고 설명했다. 특수한 환경이란 기생생활을 의미한다. 따라서 에너지를 숙주로부터 빼앗아오기 때문에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아무튼 이 발견에 따르면 진핵생물의 등장에서 고세균과 세균의 융합은 반드시 일어나야했던 사건이었음을 시사한다.

 

1998년 미국 록펠러대 클로스 뮐러 박사와 함께 수소가설을 제안한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대 윌리엄 마틴 박사. - 하일리히 하이네대, 다트머스대 제공
1998년 미국 록펠러대 클로스 뮐러 박사와 함께 수소가설을 제안한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대 윌리엄 마틴 박사. - 하일리히 하이네대제공

지난 30여 년 동안 진핵생물의 진화를 둘러싼 여러 가설과 발견을 지켜보던 독일 브라운슈바이크공대의 미국인 생화학자 윌리엄 마틴 박사(현재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대 교수)는 이런 뜬구름 잡는 접근법으로는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는 전공인 생화학의 관점에서 진핵생물의 진화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마틴 박사는 세균이나 고세균 가운데 공생을 하거나 적어도 파트너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경우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아주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발견했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살면서 대사산물로 메탄을 내놓는 고세균(메탄생성고세균)이 대사산물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내놓는 세균과 단짝처럼 붙어있는 예를 찾아낸 것.

 

메탄생성고세균은 수소와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다양한 생체분자와 에너지 분자인 ATP를 만들 수 있다.

 

이때 나오는 부산물이 메탄이다. 그런데 수소와 이산화탄소는 기체라서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유기물을 흡수해 에너지를 만들고 부산물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내놓은 세균은 곁에 두고 싶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마틴 박사는 약 20억 년 전 오늘날 메탄생성고세균과 비슷한 고세균이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세균과 서로 협력하며 지내다가 점점 관계가 가까워져 급기야는 이 세균을 포획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했다.

 

이렇게 메탄생성고세균 안에 들어간 세균이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이 됐다는 것. 세포내 공생을 이룬 새 생명체는 아직 세포핵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진핵세포의 진화 역사에서 세포핵의 등장은 세균포획에 이어 일어나는 두번째 사건인 셈이다.

 

 

일러스트 최은경 제공
일러스트 최은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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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가 필요했던 고세균이 조상

 

마틴 박사가 이런 가설을 생각할 수 있었던 건 오랜 동료였던 미국 록펠러대 미클로스 뮐러 박사 덕분이다. 뮐러 박사는 미토콘드리아와 비슷하게 생긴 하이드로게노솜(hydrogenosome)이라는 세포소기관을 연구해왔다. 하이드로게노솜은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말 그대로 수소(hydrogen) 기체를 부산물로 내놓는다.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사는 몇몇 원시적인 단세포 진핵생물에는 미토콘드리아대신 하이드로게노솜이 들어있다. 마틴 박사와 뮐러 박사는 약 20억 년 전 메탄생성고세균 안에 포획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세균이 오늘날 하이드로게노솜과 미토콘드리아의 공동조상이라고 가정했다. 실제 일부 메탄생성고세균은 하이드로게노솜을 갖고 있는 진핵세포 안에 들어가 기생하면서 하이드로게노솜에 딱 달라붙어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공급받으며 살고 있다.

 

결국 진핵생물 진화는 식량인 수소기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메탄생성고세균의 필요에서 출발했으므로 이들은 ‘수소가설(hydrogen hypothesis)’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마틴 박사와 뮐러 박사는 1998년 3월 5일자 ‘네이처’에 수소가설을 자세히 설명하는 논문을 실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원시진핵생물가설을 주장하는 주류측의 반응은 냉담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즉 세포내 호흡을 하는 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를 지니고 있는 대다수 진핵생물은 산소가 없으면 죽는다.

 

그런데 수소가설은 산소가 희박한 환경이 전제 조건이다. 실제로 메탄생성고세균은 산소가 있으면 오히려 죽는다. 수소가설은 이런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까? 메탄생성고세균에 포획된 세포는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는 흡수한 유기물을 발효시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내놓지만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는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내놓는 또 다른 메커니즘도 갖고 있던 유능한 세균이었다는 것.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의 활동으로 지구 대기의 산소 농도가 계속 올라가면서 포획된 세균은 발효로 에너지를 만들고 수소를 내놓는 원래 역할에서 호흡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새로운 역할에 더 적합하도록 진화해 미토콘드리아로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그 결과 세포의 에너지 생산 효율은 엄청나게 좋아졌다. 즉 발효를 통해서는 포도당 1분자에서 ATP를 2~4분자 만들 수 있는데 비해 호흡을 거치면 36~38분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진핵생물이 덩치가 커지고 복잡한 구조를 갖게 진화할 수 있었던 것도 호흡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다세포 동물이 지난해 처음 발견됐다. 이들의 세포 안에는 하이드로게노솜이 들어 있었고 옆에 붙어 사는 원핵생물도 발견됐다. - BMC 생물학 제공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다세포 동물이 지난해 처음 발견됐다. 이들의 세포 안에는 하이드로게노솜이 들어 있었고 옆에 붙어 사는 원핵생물도 발견됐다. - BMC 생물학 제공
● 미토콘드리아 없는 동물 발견돼

 

한편 하이드로게노솜은 자체 게놈도 없는 단순한 세포소기관으로 이를 미토콘드리아와 연결시킬 근거가 없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 논문이 발표되고 수개월이 지난 그해 12월 10일자 ‘네이처’에는 게놈을 지니고 있는 하이드로게노솜이 발견됐다는 논문이 실렸다.

 

네덜란드 네이메헌대 요하네스 하크슈타인 박사팀은 바퀴벌레 창자에 기생하는 원생생물인 닉토테루스의 세포 안에 있는 하이드로게노솜이 독자적인 게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게놈서열 분석에 들어가 2005년 마침내 1만 4027개의 염기로 이뤄진 게놈을 완전히 해독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하이드로게노솜과 미토콘드리아의 게놈을 비교하자 모두 특정한 세균(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20억 년 전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의 조상이 고세균에 포획됐고 산소가 풍부해지면서 미토콘드리아로 진화했다. 그 뒤 미토콘드리아를 지니고 있던 진핵생물 가운데 다시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살게 되면서 호흡이 필요하지 않게 되자 미토콘드리아가 하이드로게노솜으로 퇴화했고 일부에서는 이것조차 사라졌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

 

지난해 이탈리아 연구진들은 산소가 없는 지중해 깊은 바다 해저 퇴적물에서 동갑동물문(門)에 속하는 작은 해양 동물 3종을 발견해 ‘BMC생물학’에 발표했다. 영구적으로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발견된 최초의 다세포 진핵생물이다. 현미경으로 이들의 세포를 들여다보자 미토콘드리아가 없었고 대신 하이드로게노솜과 비슷한 세포소기관이 들어있었다. 역시 이들 옆에 붙어 공생하는 원핵생물도 존재했다.

 

마틴과 뮐러는 논문 말미에서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진핵생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원시적인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동물 3종의 발견으로 이들의 주장 가운데 하나는 빗나갔지만 수소가설 자체는 여전히 유력한 진핵생물의 진화 시나리오로 남아있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생명과학’을 매주 월요일 연재합니다. 2008-2012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논문에 발표된 생명과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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