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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매달리다 보니 배아줄기세포 연구 뒤쳐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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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매달리다 보니 배아줄기세포 연구 뒤쳐지는 것"

2013.05.28 09:52

이동률 차의과학대 교수
이동률 차의과학대 교수

"어떤 분야든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한 기본기가 다져져야 성장이 가능합니다. 기본기를 쌓고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문제죠. 장기적인 계획으로 줄기세포 연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동률 차의과학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반 확대라고 강조했다. 과학이란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기본기가 쌓이고 쌓여 기반을 다져야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소규모 연구와 대형 연구 지원 방식을 이원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줄기세포 연구 관련 규제 완화 필요

 “과학기술 발달의 속도를 법이 따라가기는 힘들죠. 과학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증명해나가는 과정인데 이미 정해져 있는 법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새로운 분야의 연구는 새로운 기준으로 봐줘야 합니다. 자꾸 정해진 틀 안에서 보려고 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연구를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우리나라 연구 현실을 꼬집는 말이다.

  난자를 이용하는 배아줄기 세포 연구는 2000년대 중반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태 이후 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하려면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연구 내용이 법 조항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법을 새로 만든 후에 심의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런 과정은 시간도 오래걸리고, 연구가 심의를 통과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시작도 못하고 연구를 덮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교수팀은 이런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 생긴 배아가 자라 8할구로 나뉘면, 그 중 한 개를 빼내어 줄기세포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8세포기 배아에서 떼어낸 할구 하나는 아무리 배양해도 생명체로 자랄 수 없기 때문에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지만 국내법은 수정에 실패한 난자나 수정을 포기한 난자 등 ‘잔여배아’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 교수팀이 사용한 할구를 하나 빼낸 난자는 ‘잔여배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즉, ‘해도 된다’라고 법에 명시되지 않은 연구는 아예 손도 댈 수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새로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외국 연구자들의 연구성과를 보고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반면 미국에서는 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연구는 임상시험심사위원회만 통과하면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연구에 걸림돌이 적은 편이다.
 
 “연구자가 하고자 하는 연구 내용이 법 조항에 없으면 심의 자체가 안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는거죠. 절대 하면 안되는 것들에 대한 기준만 분명하게 정하고, 나머지는 임상시험심사위원회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하도록 하는게 맞죠.”
 
●대형·소형 연구 구분해 지원하는게 바람직

  이 교수는 이와 함께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도 이원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과학자들이 많이 하지 않는 연구를 진행하거나, 연구원 한 두명을 두고 연구하는 작은 규모의 연구소도 많습니다. 눈에 띄는, 혹은 대형 규모의 연구만 지원할게 아니라 이처럼 작은 규모의 연구 지원도 있어야 틈새시장을 노린 연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줄기세포 분야 R&D 정부투자액은 약 1000억원 규모. 정부가 투자할 수 있는 연구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성과가 있는 연구나 스타과학자가 있는 연구소에 좀 더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의 투자가 한쪽으로만 치우쳐 작은 규모의 연구소나 단기간의 성과를 볼 수 없는 연구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
 
  바이오산업, 특히 배아줄기 세포는 원천기술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주제에 연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지만 다양한 분야에 충분한 지원이 되고 있지 않아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니면 연구자들이 쉽게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학은 특정 한 두개의 분야만 잘 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원화구조의 지원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원들이 먹고 살 걱정 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원들의 ‘복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동률 교수의 ‘이것만은 꼭!’

△ 장기적인 계획으로 줄기세포 연구의 저변을 확대해야
△ 줄기세포 연구 관련 규제 완화해야

△ 소규모 연구와 대형 연구 지원 방식을 이원화 시켜야

 


이동률 교수는
1990년 한양대학교 생물학과 학사

1992년 한양대학교 생물학과 석사
1999년 한양대학교 생물학과 박사

 

1993년~1999년 영동제일병원 수석연구원

1999년~2001년 미국 코넬대 박사후연구원

2001년~현재 한국발생생물학회 이사
2001년~현재 CHA 의과학대학교 의생명과학과 부교수
2001년~현재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교수
2008년~ 2012년 21세기 프론티어사업 세포응용사업단 3기 기획위원
2008년~현재 CHA 의과학대학교 통합줄기세포연구소 부소장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미래창조과학부 및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대한민국 생명공학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 자료로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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