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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헤이즈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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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헤이즈의 습격

2015.10.04 18:00
지난 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이 황사로 뒤덮인 서울 시내 풍경을 배경삼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동아일보 제공
지난 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이 황사로 뒤덮인 서울 시내 풍경을 배경삼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동아일보 제공
 
해마다 봄이면 우리나라를 찾는 불청객으로 황사가 꼽힌다. 황사는 모래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서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황사는 보통 몽골이나 중국의 북쪽 내몽골, 서쪽 타클라마칸 사막 일대의 모래먼지가 한랭전선을 동반한 저기압이 발생할 때 생긴 강한 상승공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이런 모래먼지는 기압골 뒤에 따라오는 대륙성 고기압의 강풍에 실려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날아온다. 발생지는 중국, 몽골 등이지만 피해는 동북아시아 전역이 보고 있는 셈이다.
 
최근엔 몽골 초원지대의 급속한 사막화로 봄철 뿐 아니라 사철 시시때때로 황사가 불어오기 때문에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최근엔 아주 작은 먼지까지 걸러낸다는 황사마스크도 인기리에 팔린다.
 
이웃나라의 대기현상 때문에 이런 피해를 겪는 것은 우리나라나 일본의 일부지역, 즉 동북아시아에 한정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현지에 살고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 말레이시아 수도 한 복판에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미세먼지에 시달렸다.
 
●우리나라에 황사, 동남아엔 헤이즈
 
짙은 헤이즈가 뿌옇게 낀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모습. 스콜(열대성소나기)가 내리고 있지만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전승민 기자 제공
짙은 헤이즈가 뿌옇게 낀 쿠알라룸푸르 시내. 스콜(열대성 소나기)이 내리고 있지만 헤이즈는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제공
가족과 추석을 보내기 위해 찾은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는 헤이즈가 기다리고 있었다. 헤이즈가 심하게 낀 날은 100m 앞이 보이지 않았고, 외출을 하면 계속 눈이 따가웠다. 재채기와 기침도 심하게 났다. 결국 추석 내내 현관 바깥에 한번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 꼭 외출이 필요할 땐 자동차를 집 앞에 대기시켰다가 숨을 참고 달려가 올라타야 했다. 현지에서 외국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조카는 휴교령으로 집에서 쉬어야 했다.
 
현지 주민들은 이 기상 현상을 헤이즈(haze)라고 불렀다. 해마다 여름~가을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 사람들을 크게 괴롭힌다고 했다. 헤이즈는 연무라는 뜻으로, 연기를 타고 날아온 미세연기다. 
 
동남아시아를 뒤덮은 헤이즈의 발원지는 인도네시아였는데, 정글을 개간해 화전(火田)을 만들면서 불을 지르니 그 연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이웃나라까지 날아든 것이다. 더구나 인도네시아 정글의 토양은 식물이 장시간 쌓여 다져진 부엽토로, 석탄과도 성질이 비슷하다. 흙에도 불이 붙고 잘 꺼지지도 않아 장기간 연기를 내 뿜는다.
 
해마다 이 헤이즈 문제로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인도네시아에 강력히 항의를 한다. 하지만 주민들이 먹고 살 토지를 개간하는 일까지 막을 수는 없다보니 두 손 놓고 있는 실정이어서 해마다 헤이즈에 의한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세먼지 농도를 예보하는 것처럼 동남아 국가들도 ‘헤이즈 지수(Pollutant Standards Index)’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헤이즈 지수는 보통 100~200도 정도인데, 200도 이하는 건강에 해롭고(unhealthy), 300도 이상은 위험수준(hazardous)로 평가하고 있다.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헤이즈 지수가 사상 최대인 371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간 최고 기록은 1997년 226도였다.
 
● 산업 활동이 만든 재앙 스모그도 한 몫
 
물론 미세먼지를 만드는 게 황사나 헤이즈 뿐은 아니다. 자동차나 공장에서 쏟아져 나온 미세먼지가 안개 등과 뒤섞여 생기는 스모그도 큰 피해를 일으킨다. 이런 문제를 심하게 겪는 것은 홍콩이다. 홍콩의 도심 야경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최근에는 깨끗한 야경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 스모그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오염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최근 노후한 디젤차를 줄이기 위해 디젤차 교체사업에 114억 달러(약 12조 원)를 투입하고, 석탄 발전소에 보조금을 줘 천연가스 발전소로 변경을 유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인도도 마찬가지로 스모그 폐해가 심각한 나라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인도를 중국보다 심한 아시아 최악의 대기 오염국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인도의 병원 내방 환자의 절반이 호흡기 질환자라니, 인도에 방문할 때는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 역시 스모그로 비행기가 연착될 정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와 일본은 황사, 동남아시아는 헤이즈, 기타 지역은 스모그로 몸살을 앓으며 아시아 어디든 1년 내내 맑은 공기를 마시고 살긴 쉽지 않은 세상이 됐다.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미세먼지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가 많고, 대부분 신흥 공업국이라서 유럽이나 북미 선진국에 비해 생산활동도 더 밀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염 없는 친환경 에너지를 하루 아침에 만들긴 어렵겠지만, 과학적, 제도적으로 철저한 대응책을 세운다면 스모그 같은 미세먼지는 충분히 줄여나갈 수 있다. 위기라고도 부를 만한 아시아의 대기오염에 과학계가 눈을 돌려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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